화사로운 일상공상3

잠을 잃은 고래와 삼중 인격자

by Parasol

인간과 같은 포유류인 고래와 돌고래는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한다. 바다를 떠도는 이 동물들은 잠을 자면 익사하기 때문이다. 그럼 그들은 어떻게 평생 잠을 자지 않고 살아가는 것일까. 인간과 달리 그들은 좌뇌와 우뇌를 각각 제어하여, 한쪽 뇌만 잠든 동안 다른 쪽 뇌는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어 계속 헤엄을 칠 수 있다고 한다.


고래에 대해서라면 모든 것을 적어 두었다 생각했던 모비딕을 읽었음에도 고래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사실, 자면 익사한다는 사실, 그러지 않기 위해 좌뇌와 우뇌를 따로따로 통제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고래의 잠에 대해 어쩌면 모비딕에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놀라운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의 모 기관에서는 인간의 뇌도 이런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을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이 기관은 10년 후의 미래를 창조해 왔다고 알려져 있으니, 어쩌면 이미 무언가를 완성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인간의 뇌도 이렇게 통제하는 날이 온다면 잠을 자지 않는 인류가 탄생할 것이다. 그러면 과연 세상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잠을 잘 필요가 없다면 밤이라는 휴식의 시간도 사라지게 될 우려(?)가 높다. 주 6일제에서 주 5일제로 변화하는 데에도 큰 저항을 겪었음은 물론이고, AI의 발전과 함께 이제 주 4일제란 화두가 종종 등장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근로 시간의 문제이다.


7일 중 4일만 일하게 된다면 거의 절반의 시간은 노동 없는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지만, 휴식보단 ‘돈’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남들보다 더 일해서 조금 더 벌고, 조금 더 많은 돈이 필요로 하는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들이 있는 한 근로시간의 단축은 냉전 시대 핵 감축 협의만큼이나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서로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류를 멸종에 이르게 할 핵의 증강에 열을 올리던 양대 제국은 결국 서로에 대한 믿음 없이는 ‘핵’이라는 무기를 일방적으로 줄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만 일하지 않고 노는 동안 남들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면 상대적 빈곤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근로시간 단축에 쉽사리 동의하기 어려워지는 두려움 중 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물론 직장인의 입장이 다르고, 자영업자의 입장이 다르며, N잡러의 입장이 다름은 물론이요, 월급을 줄이며 근로시간을 줄이느냐, 월급을 유지하며 근로시간을 줄이느냐 등 각각의 케이스에 따라 논의의 방향과 깊이는 천차만별이긴 하다.)


핵 감축 협의처럼 내가 줄인 만큼 남들도 줄이며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만이 서로에 대한 무한 경쟁의 끈을 놓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렇듯 하루만 바뀌어도 첨예한 문제가, 잠을 잃은 인류에게 새롭게 얻은 7일의 밤이라는 시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대보단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는 더 많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으니, 근로시간을 늘리고 싶어 할 것이고, 어떤 이는 늘어난 여유시간을 나만의 여가로 온전히 즐기고 싶어 할 것이고, 다른 이는 절충적 근로로,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함께하는 자기만족을 추구할 것이다.


이렇게 드러난 사회 결과적 논란을 다루기에 앞서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인간의 뇌를 이렇듯 마음대로 좌우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이다.


캡틴 아메리카가 되는 혈청 주사가 있지만 모두가 캡틴 아메리카가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과연 인류의 뇌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부터 따지고 보아야 할 문제이다. 과학으로 촉발된 문제이지만, 해답은 철학에 있을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월요일은 좌뇌, 화요일은 우뇌, 수요일은 좌우뇌를 동시에 사용하는 삼중 인격자가 나타나지는 않을까가 더 걱정스럽다.


미래가 걱정인 걱정인형에겐 고요한 밤과 달콤한 잠은 구원일지도 모르겠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