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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바라본 캐나다 북디자인

북 디자인: 책으로 보는 문화의 차이

by Soo 수진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책에 관심이 많아졌고 직업이 디자이너라 그런지 북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주말이라 지하철을 타고 다운타운에 있는 indigo서점에 다녀왔다. 캐나다는 한국처럼 동네 서점이나 동네 카페 같은 아담하고 잘 정리되어 있는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을 찾기 쉽지 않다. 다운타운에 있는 북스토어는 마치 교보문구나 영풍문고와 같이 큰 서점이다. 캐나다 북스토어에 본 수많은 책들과 잡지들. '내가 이 책을 디자인하면 어떻게 했을까?' 그런 생각으로 책의 디자인을 눈여겨본다.

캐나다의 책들을 보면, 한국의 디자인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한국의 북디자인: 이야기를 감싸는 섬세한 감성

내가 본 한국 북디자인 자체는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으로 섬세한 일러스트나 은은한 색감, 때로는 한글 캘리그래피가 더해져서 책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종이의 질감이나 표지에 들어가는 박, 형압 같은 후가공에도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고, 손으로 만졌을 때 느껴지는 특별한 촉감이나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모두 고려해서, 책의 소장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취향대로 묻어난다. 내가 최근에 한국에서 주문한 필사책도 쓰기 아까울 정도로 톡특한 후가공을 써서 그 필사책을 만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오랫동안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다. 책을 만 잘 때마다 감성까지 만들어주는 따뜻함이 전해진다.

타이포그래피 중심의 제목들

캐나다의 북디자인: 여백이 주는 미니멀한 힘

반면 캐나다의 책들은 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 주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실용적인 느낌이랄까. 캐나다의 디자인은 타이포그래피의 힘을 정말 잘 활용한다. 화려한 그림이나 복잡한 후가공보다는 서체 자체의 배치와 크기, 굵기만으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미니멀리즘이 디자인 철학에 깊게 배어 있고, 책은 '읽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 과한 장식보다는 종이 본연의 질감이나 색깔을 살리는 디자인이 많고, 덕분에 책이 깔끔하고 모던한 인상을 주는 것 같다.


내가 디자인하는 매거진은 글보다는 사진이 대부분이다. 페이지의 여백과 타이포그래피를 살려 디자인하면서, 보는 이가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 작업 중인 두 가지 여행북도 하드커버를 사용해 소장 가치를 높였고, 여행북답게 사진 중심으로 구성하면서도 감정을 담는 글을 곁들였다. 그렇게 하면 독자가 단순히 도시를 보는 것을 넘어, 눈으로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상상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사실 나도 작은 섬 Malta와 이태리도시 Puglia를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여행북을 디자인하며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사진과 글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순간, 마치 내가 그 도시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설렘과 감정을 느낀다. 지금 그 여행북을 작업하면서, 이런 몰입과 상상 속 즐거움을 다시금 발견하고 있다.

작업중인 여행book design

캐나다에 살면서 두 나라의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문화와 예절, 회사에서 존칭없이 부르는 오너와 동료들의 이름 그리고 대화, 일하는 환경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이런 차이는 북 디자인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독자를 끌어당기는 제목과 타이포그래피의 칼라와 크기의 표지디자인.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책을 넘길 때마다, 드러나는 본문에 사용된 고딕체와 명조체 그리고 여백. 한국과 캐나다의 감각과 방식이 자연스레 비교되며, 나는 책을 통해 또 두 나라의 문화와 디자인 차이를 느끼고 경험을 하게 되었다.

확연히 드러나는 건, 단순히 책만 봐도 느낄 수 있었다. 한국과 캐나다, 두 나라의 문화가 어떻게 디자인과 구성, 그리고 감성까지 달라지는지를 말이다.

Shaping emotions through design,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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