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6월 셋째 주 이별 <도파민>

6월 셋째 주에 내가 할 이별을 소개합니다.

by 이 오늘내일

6월 셋째 주에 내가 할 이별을 소개합니다.


이번주는 '도파민'과 이별하기로 다짐한 한 주입니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드라마 한 편도 1.5배속으로 보는 스스로의 모습에 일종의 현타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는 수 편의 글과 문자도 하루 8시간을 줄곧 보지만.

집에서는 '쇼츠(shorts)'로 모든 것을 해소하려는 저 자신의 한심함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유용성과 효율성의 산물로 그 도구적 기능은 훌륭했으나,

점점 자극에 익숙해져 느껴야 할 것, 충실해야 할 감정, 숙고해야 할 말 등을 잊어버리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주는 <도파민>과의 이별이 필요했습니다.


'도파민'은 중추 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 전달 물질로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전구체이다.
도파민 세포에서 분비되어 신호 전달뿐만 아니라 의욕, 행복, 즐거움, 기억 등 뇌에 다방면으로 관여한다. (출처: 나무위키)


도파민은 또 새로운 도파민을 부르고,

갈증과 허기를 무한으로 생성해내는 파괴적 성격을 지녔으니까요.


자극에 둔감해지는 것만큼 무서운 일이 있을까요?

저는 최근에 좋은 일에 좋아하거나 슬픈 일에 슬퍼한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딘가 고장난 사람처럼 그냥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보내고 있거든요.

소중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는 상투적인 표현에도

'그냥, 전부 다 그냥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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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동네방네 소문이 난 술쟁이입니다.

저의 이름에는 '주'라는 글자가 들어가는데

그것이 '술 주' 자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냐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참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바로 어제('25.6.15.일)에도 강남역에서 엄청난 과음을 했습니다.

회사에 출근하기 직전 일종의 보상심리였을까요.

야끼소바에 관자 샐러드를 시키고 소주를 네 병이나 마셨어요.

그렇게 술을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고 오늘 제가 느끼는 감정은 바로 '허탈함'입니다.


줄어든 통장 잔고 때문도, 무의미하게 보내버린 시간 때문도 아닙니다.


도파민은 일반적으로 '행복 호르몬'이나 '보상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허탈함(또는 공허함)을 유발하는 이유는 도파민의 작동 방식과 뇌의 보상 시스템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쾌락 순응(Hedonic Adaptation)은 반복적으로 도파민이 분비되면

뇌는 그것에 익숙해지고 무뎌지게 되는 사람의 심리를 일컫는 말입니다.

같은 자극으로는 점점 만족을 느끼기 어려워지고 도파민 시스템이 과부하되면 일상에서는 아무런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거죠.

즉각적인 보상 중심으로 뇌가 사고하면서 장기적인 의미나 목적성이 결여되고

결국은 사람의 방향성이 상실되어 일상이 무기력해지는 무한 순환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사실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이니까 고급 정보인 척하는 위선은 그만 떨도록 하겠습니다.


힘들다는 핑계가 만들어낸 보상심리와 도파민의 무한궤도 속에서

술이나 SNS와 같은 고자극이 아니면 버틸 수가 없는 나약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미친 도파민에 절여져 크게 후회하니까 역으로 버릴 용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해요.

아닌 건 아닌거고 포기해야 할 것은 포기해야죠.

술을 미친듯이 먹고 오전 반반차를 쓰고 밀린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지금 술은 쳐다도 보기 싫거든요.


핑크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계속 생각이 나는데,
오히려 핑크 코끼리를 질릴 때까지 쳐다보고 만져보고 욕해보니까
이별할 자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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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서 오늘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내가 자랑하고 싶은 글과 이미지를 잔뜩 올려버렸어요.

지난주 주말에 여의도 더현대 앨리스 달튼 브라운 전시회를 다녀왔는데

그림도 즐기고 문화생활의 여유도 즐길 줄 아는 '멋진 나'에 취해 있던 것 같아요.

취기에, 그림보다는 사진 촬영에 열중했다는 사실을 또 지나고서야 깨달았습니다.


끝없이 회고하고 반성하면서

작고 소중한 나의 무언가를 되찾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웃기지만 우습지는 않게 나만의 속도로 이번주 이별다짐을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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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셋째 주, 당신은 무엇과 이별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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