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글] 6월 넷째 주 이별 <우울>

6월 넷째 주에 내가 한 이별을 소개합니다.

by 이 오늘내일

6월 넷째 주에 내가 한 이별을 소개합니다.


월요일 연재를 꿈꾸었으나, 금요일이 되어서야 두 번째 글을 씁니다.

저의 게으름에 대한 자기반성과 함께, 이번주는 제가 '한(p.p)'이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가 '하고 싶은' 이별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저는 작년 말에 극심한 우울증을 진단받은 후 그럭저럭 우울감이 익숙해진 일상을 보내는 중입니다.

회사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이후 브런치에서 후술하겠습니다)과 번아웃 등이 그 이유였습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을 사랑했던 제가 이직 4년만에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일매일 죽고싶다는 감정이 들거나 세상이 어두캄캄하게 보이거나…

글쎄요, 미디어가 묘사하는 극단적인 충동과 감정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아직'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가끔 저의 트라우마에 직면하거나 힘든 일이 닥칠 때면

제 몸과 마음이 바다 속 심연 어느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그런, 그런 기분이 듭니다.

그럴 때는 내가 내가 아닌 것 같고, 내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닌 것 같은 일종의 '꿈'을 꾸는 기분이랄까요.

특히나 저에게 큰 충격이 되었던 상황이나 장면과 유사한 무언가를 보게 되었을 때

숨을 쉬기 어렵다거나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거나 심장이 쿵쾅거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최근에 발견했습니다.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겠죠.

아직 방향은 잘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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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저는 '다 괜찮아' 병을 앓고 있습니다.

'다 괜찮아' 병이 무엇이냐 하면, 견딜 수 없는 불행 속에서도 괜찮은 척하는 저의 방어기제인데요,

습관적으로 모든 사람에 '다 괜찮아', '안 힘들어'라고 말하며 저의 불안을 스스로 키우는 병입니다.

어느새 가장 소중한 사람과 사랑에게도 저의 고통이나 마음을 털어놓지 않게 되더군요.

어렸을 때는 부모님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 커서는 누군가에게 저의 부정을 나누고 싶지 않아서.

그냥 타인에게 피해가 되고 싶지도, 또 피해를 받고 싶지도 않다 보니 저를 감추는 방법밖에 깨우치지 못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배워온 겸손의 미덕일까요,

혹은, 제가 저에게 거는 주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괜찮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걸까요.


오랫동안 이어온 저의 회피가 돌고 돌고 돌아와 아직도 제 마음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합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네 옆에 있을게. 하고 싶은 대로 해"

누군가가 부족하고 결핍 투성이인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기를 평생동안 기다려왔던 것 같습니다.

저의 괜찮지 않은 상태를 알아봐주고 묵묵히 기다려줄 수 있는 내 편이요.

그럼에도, 타인에게 무언가를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옳지 않은 것 같아요.

나의 의지(1), 타인의 애정어린 시선(2), 그리고 운도 좀 따라주는 타이밍(3),

이 세 박자가 골고루 맞아 떨어지는 그런 때도 오겠죠.





이번주는 이런 저의 우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버티는 한 주였던 것 같습니다.

먼저 교보문고에 가서 아무런 정보 없이 '우울증을 제목에 담고 있는 모든 책들을 꺼내 읽었어요.

그리고 아래와 같은 방법들로 나름대로 수련의 시간을 거치고 있습니다.


감정의 폭풍 속에서 나를 지키는 작은 행동

숫자세기 : 휘몰아치는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느끼는 감각에 집중하여 숫자를 센다

'STOP' 외치기 : 휘몰아치는 감정에 일시적 중지 효과를 준다

자기 진정 : 감정의 파도를 잠깐 멈추고 스스로를 진정시킨다

두드려보기 : 신체 부위를 부드럽게 두드림으로써 뇌의 감정적 기분을 분산시킨다

감각을 활용하기 :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부드러운 물건을 만지는 등 기분을 전환한다

자신에게 따뜻한 말 건네기 (이거는 살짝 비추천)

미소 짓기 : '웃으면 복이 와요'


저에게는 숫자를 세거나 저의 오감을 활용하면서 우울감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는 행동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자기 자신만의 작은 행동이나 원칙을 정해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 쓰는 방안 정말 추천합니다.

다만, 자기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거나 명언집을 읽는다거나 하는 방식은 개인적으로는 별로였습니다.

그냥 좋은 말, 격언이 요즘에는 기분을 오히려 상하게 하기도 하더라고요. (분명히 제가 꼬인 것입니다.)

괜찮아져야 한다는 것, 시간이 약이라는 말 누가 몰라서 지금 당장 힘든 게 아니니까요...

삶이 너무 힘들 때는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면서 내가 나를 보다듬어주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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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저는 감정적이고 복잡했고, 또 어리석었습니다.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들을 반복하며 실수를 낳았기에 후회만 가득했습니다.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여러 사람을 괴롭히며 실례를 거듭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나에게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고 타인의 잘못과 무책임 역시 그의 것으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억울한 일이 생기면 상대에게 사과를 '받는' 행위가 저에게는 제법 중요했습니다.

나의 감정을 인정받는 것이 '내가 틀린 것은 아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았거든요.

내가 혹시 너무 예민한 것은 아닐까, 나의 이상함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나쁘지도 착하지 못한 저는 사과하고 사과받으며 제 나름의 논리를 존중받고 살아왔습니다.

사실 나를 존중하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요.

최근에 다소 힘든 일을 겪었는데, 저도 모르게 타인에게 사과할 것을 종용하고 있더이다.

강요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의 진심은 사라지고 이라는 껍데기만 남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주는 저의 결핍에서 벗어나

우울감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내가 만들고 주도하는 세상에서 지내보고자 합니다.


KakaoTalk_20250630_154616372.jpg 책 '우울증 완전정복' 소개글

우울증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을 준다.

때로는 나 자신을 잃어버린 듯하고, 때로는 삶의 의미와 방향을 놓쳐버린 듯하다.

그러나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동안에도, 저 멀리 빛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 빛은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소소하고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우리를 찾아올 때가 많다.

작은 변화로 시작한 돌봄이 하루하루 쌓여 자신만의 회복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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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넷째 주, 당신은 무엇과 이별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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