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작인 나비의 날갯짓은 2020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에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진로 고민이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자존감이 낮았던 시기였다. 그나마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주짓수가 유일한 삶의 활력소였는데 웬걸? 코로나가 터지게 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실내체육시설이 휴관을 하게 되었고 주짓수 체육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일주일 휴식기를 갖는다고 생각했지만,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의 정책도 변덕스러워졌다. 일주일이었던 휴관이 이주가 되고, 삼주가 되고.. 그 시간 동안 조금씩나태해져 가는 나를 보았다.
그러다 "뭐라도 하자"라는 마음으로 장소, 시간 관계없이할 수 있는 러닝을 하기로 결심한다. 목표도 목적도 경쟁상대도 없는 러닝은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직접 만들었다.
목표: 10km 40분대 페이스
목적: 악바리 정신 갖기
경쟁상대: '어제의 나'
다음 날, 퇴근하자마자 문학경기장으로 향해서 간단한 스트레칭 후 달리기를 시작했다.
주짓수를 3년간 꾸준히 수련해 와서인지 처음부터 10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10km를 다 돌고 나니까 53분 37초라는 기록이 나왔는데 기록을 떠나, 챗바퀴처럼 똑같은 일상에 러닝이라는 작은 변화가 생기니 주짓수를 대신할 활력소로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주짓수 체육관의 휴관이 해제되었지만, 주짓수와 러닝을 병행할 정도로 러닝에도 푹 빠지게 되었다. 꾸준히 '어제의 나'와 경쟁하면서 '10km 40분대 페이스'라는 목표도 10km를 48분 53초까지 단축시켜 이루어냈다. 하지만 목적이었던 '악바리 정신 갖기'는 얻어내지 못했다. 숨이 턱까지 찼을 때, 한번 더 이 악물고 달릴 수 있는 멘탈이 나에게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멘탈이 강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는 독서를 선택한다. 독서를 선택한 이유는 놀라울 정도로 1차원적인 생각 때문이다. 당시 나에게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적이고 현명하다는 프레임이 있었기 때문에그들은 힘든 일이 앞을 가로막았을 때현명하게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독서를 시작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지적이거나 현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독서의 시작은 겁쟁이가 대중 앞에 서는 기적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