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밥 한끼를 먹기위해 백명이 필요해

한끼의 식사가 내게 오기까지

by 마르치아


–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감사의 식사


“밥은 혼자 오는 게 아니야.”

할아버지는 밥수저를 내게 쥐어주며 말씀하셨다.


“밥 한 공기엔, 수십 명의 손이 들락날락한단다.

그걸 모르고 먹으면, 입은 배불러도 마음은 허한 거야.”


나는 그 말의 뜻을 한참 동안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밥을 꼭꼭 씹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한마디가 내 삶을 바꾸는 기도가 되었다.


밥 한 공기를 떠올려보자.

흰 쌀밥 속에 담긴 건 단지 곡식이 아니다.

논두렁에서 허리를 굽힌 농부의 계절,

씨앗을 골라 뿌리고, 비를 기다리고,

태풍을 버티고, 추수를 마치기까지의 인내가

그 속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 쌀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밥을 삼키지 마라.”

할아버지는 가끔 내 손을 멈추게 하셨다.


“밥은 눈으로 먹는 거야.

그 쌀이 어디서 났는지,

누가 키웠는지 생각하면서 먹어야 해.”


반찬 하나를 입에 넣을 때도

할아버지는 말없이 물끄러미 그 접시를 바라보셨다.


“이 무 하나에도 사람이 있어.

이 된장국 한 그릇에도 시장 아주머니가 있고,

비 오는 날 고무장화를 신은 배추 아저씨가 있는 거야.”


할아버지에게 밥상은 작은 우주였다.

거기에는 수고하는 이들의 이름은 없었지만

그들의 온기가 분명히 있었다.

그는 늘 밥상 앞에 앉기 전 숨을 고르셨고,

숟가락을 들기 전 세상을 떠올리셨다.


이제야 알겠다.

우리가 매일 받는 이 밥상은

누군가의 수고가 식지 않기를 바라는

사랑의 자리였다는 걸.


나도 이젠 안다.

밥을 허겁지겁 삼키기 전에

고개를 한 번 숙이는 것이

얼마나 깊은 감사인지.


“밥은 그냥 먹는 게 아니야.”

그 말 한마디가 내 식사의 기도를 대신해주었다.


나는 오늘도

할아버지의 목소리처럼

따뜻한 밥을 짓는다.

그리고 그 밥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살아 있는 위로가 되기를

조용히 바란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