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의 식사가 내게 오기까지
–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감사의 식사
“밥은 혼자 오는 게 아니야.”
할아버지는 밥수저를 내게 쥐어주며 말씀하셨다.
“밥 한 공기엔, 수십 명의 손이 들락날락한단다.
그걸 모르고 먹으면, 입은 배불러도 마음은 허한 거야.”
나는 그 말의 뜻을 한참 동안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밥을 꼭꼭 씹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한마디가 내 삶을 바꾸는 기도가 되었다.
밥 한 공기를 떠올려보자.
흰 쌀밥 속에 담긴 건 단지 곡식이 아니다.
논두렁에서 허리를 굽힌 농부의 계절,
씨앗을 골라 뿌리고, 비를 기다리고,
태풍을 버티고, 추수를 마치기까지의 인내가
그 속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 쌀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밥을 삼키지 마라.”
할아버지는 가끔 내 손을 멈추게 하셨다.
“밥은 눈으로 먹는 거야.
그 쌀이 어디서 났는지,
누가 키웠는지 생각하면서 먹어야 해.”
반찬 하나를 입에 넣을 때도
할아버지는 말없이 물끄러미 그 접시를 바라보셨다.
“이 무 하나에도 사람이 있어.
이 된장국 한 그릇에도 시장 아주머니가 있고,
비 오는 날 고무장화를 신은 배추 아저씨가 있는 거야.”
할아버지에게 밥상은 작은 우주였다.
거기에는 수고하는 이들의 이름은 없었지만
그들의 온기가 분명히 있었다.
그는 늘 밥상 앞에 앉기 전 숨을 고르셨고,
숟가락을 들기 전 세상을 떠올리셨다.
이제야 알겠다.
우리가 매일 받는 이 밥상은
누군가의 수고가 식지 않기를 바라는
사랑의 자리였다는 걸.
나도 이젠 안다.
밥을 허겁지겁 삼키기 전에
고개를 한 번 숙이는 것이
얼마나 깊은 감사인지.
“밥은 그냥 먹는 게 아니야.”
그 말 한마디가 내 식사의 기도를 대신해주었다.
나는 오늘도
할아버지의 목소리처럼
따뜻한 밥을 짓는다.
그리고 그 밥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살아 있는 위로가 되기를
조용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