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사람으로 남기로했다

by 마르치아


세상을 버티는 힘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신앙으로, 어떤 이는 사랑으로, 또 누군가는 책임감이라는 단어 하나로 하루를 견뎌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그 힘이 결코 거창하거나 위대한 선언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너무 작아서, 너무 미미해서, 때로는 흐릿하게 지나쳐버린 어떤 순간, 말, 표정 같은 것들이 우리를 다시 살게 한다.


필요한 순간에 지인들을 위해 상담을 하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건 어쩌면 그 작은 기둥 하나를 세워주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이들이 위태로운 마음을 안고 내 앞에 앉았고, 나는 다정한 말 한 마디, 깊게 들어주는 눈빛 하나, 짧은 문장 하나를 조심스럽게 건넸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나고, 나는 이런 연락을 받는다. “그때 해 주신 그 말씀 때문에 제가 위기를 벗어났어요.” “그때 선생님이 손잡아 주신 일로 제가 일어났어요.” 그 말들을 듣는 순간, 나는 다시금 확신하게 된다. 우리가 나누는 작은 진심 하나가 누군가의 어둠을 밀어내는 등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삶은 거대한 서사가 아니다. 일상의 한 장면, 문득 스친 눈빛, 누군가가 건넨 따뜻한 밥 한 끼, 전화를 끊기 직전 들은 “고마워요” 한 마디. 그런 것이 쌓여서 사람을 지탱한다. 우리는 대개 그 순간들을 무심히 지나친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 사소한 한 장면이, 그 작은 말 한 줄이, “아, 나 혼자가 아니었구나”라고 느끼게 해주는 전부일 수 있다.


나는 살아오며 여러 번 무너졌고, 수없이 많은 사랑을 떠나보냈다. 하지만 내가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누군가의 다정함 덕분이었다. 먼 길 떠나는 날, 아무 말 없이 짐을 들어주던 친구의 손, 내 방 창틀에 놓여 있던 조용한 쪽지,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온 문자 한 줄.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그런 사소함들이 내가 다시 살아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나는 더 많이 사랑해야 한다고 믿는다. 누군가가 지금 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기억 안에 다정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그건 너무 큰 무언가가 아니라, 오늘 내가 어떤 사람에게 어떤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는지, 그 사람이 내 눈빛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같은 작고 구체적인 것들이다.


내가 상담자로서 살아가며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은,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다는 것이다. 그 섬세함이 약함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본질임을 나는 배웠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하고, 아주 진지하게 머물러야 하며, 아주 다정하게 물러나야 한다.


우리가 건네는 작은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의 기억에서 정말 어디 기댈 곳 하나 없이 외로울 때, 죽도록 아파서 정말 힘든데 주위에 아무도 없이 느껴질 때, 문득 굉장히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데 눈물이 주르륵 흐를 때—그런 외롭고 추운 때, 그 기억 하나를 붙잡고 어두움을 견디는 힘이 된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서로의 어깨를 너무 늦지 않게 한 번 더 다독이기를. 그 손길 하나로, 한 사람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나는, 그 작고 미미한 진심이 어떤 사람에게는 세상을 버틸 수 있는 단 하나의 기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오늘 하루 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되자고 다짐했다. 내가 필요한 곳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오늘을 살 이유는 충분하다. 더운 가슴 따뜻한 손이 되고자 오늘 하루를 겸손하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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