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 새우젓 찜

설컹거리는 그렇지만 깊은 맛

by 마르치아





“할아버지, 이거… 코 찡해요.”

다섯 살 경화가 숟가락을 코끝에 대고 말했을 때, 할아버지는 신문을 접고 천천히 웃었다.

“찡하다고 안 먹으면, 맛있는 걸 놓치는 거지.”


찜 냄비에선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노란 호박 반달은 투명해질수록 단맛을 품었고, 다진 마늘과 새우젓은 냄비 안에서 서로를 껴안듯 조용히 어울려갔다.


경화는 엄마 몰래 찜 한 조각을 집어 살짝 깨문다.

“으… 짜요. 근데… 또 먹고 싶어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게 착한 맛이야. 너무 강하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은 맛. 자꾸 마음에 남는 맛.”


그날 저녁, 경화는 평소보다 밥을 더 많이 먹었고 그 마지막 한 조각을 남기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그 조각은 네 속으로 잘 남았을 테니까.”



이제 어른이 된 경화는 혼자 사는 집 부엌에 서서 찜 냄비에 호박을 넣는다. 새우젓을 숟가락으로 떠 넣을 때, 그 냄새에 순간, 작은 경화가 훅 다가와 말을 건다.


“할아버지, 이거 코 찡해요.”


그 말이 되살아난다. 입가엔 미소가 번지고, 한 모금 찜 국물을 떠 마신다. 조금 짠 국물. 하지만 그 짠맛을 지나 호박 속 단맛이 천천히 목을 타고 내려간다.


경화는 그제야 알게 된다.

그날 할아버지가 말했던 ‘착한 맛’이란 게 어쩌면 이런 거였겠구나. 서둘지 않고, 강요하지 않고, 조금씩, 오래도록 마음을 적시는 맛.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할아버지, 오늘 찜은 좀 짜네요. 근데… 그날처럼 따뜻해요.”


찜 그릇을 들고 경화는 조용히 앉는다. 혼자 먹는 밥상 위, 김이 피어오르는 그 순간, 어린 시절의 식탁이 조용히 겹쳐진다.


그 겸상이 지금도 나의 하루를 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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