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다는건 마음이 먼저 오는거란다
살다보면 마음이 아직
밥상 앞에 앉지 못한 날이 있다.
수저를 들었지만
밥알이 목으로 내려가지 않고,
반찬은 제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고,
입속은 텅 빈 방처럼 허전하다.
그럴 땐 문득
할아버지의 밥상이 떠오른다.
둥글고 오래된 나무 밥상,
네 다리엔 고무 덧신이 씌워져 있어
움직여도 소리를 내지 않던 상.
다섯 살이었던 나는
늘 할아버지 옆자리에 앉았다.
밥은 따뜻했고,
국은 조용히 김을 뿜었으며,
반찬은 많지 않았지만
그 밥상에는 늘 자리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늘
밥을 뜨기 전 숟가락을 잠시 내려놓고
밥상을 바라보셨다.
조용히, 말없이.
그 순간이 내겐 이상하게 느껴졌었다.
“왜 안 드세요?”
내가 물으면,
할아버지는 나지막이 대답하셨다.
“밥은 말이지,
먼저 마음이 앉아야 먹는 거란다.”
그 말은 마치
속이 울리는 종소리처럼
내 안 어딘가에 맴돌았고,
그 날 이후
나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숟가락을 들기 전,
한 번 숨을 고르고
밥을 바라보는 것.
그건 마치
음식을 먹기 위한 예가 아니라,
내 안의 슬픔이나 기쁨을 초대하는 의식 같았다.
지금도 그 버릇이 남아 있다.
바쁜 날에도,
괜히 마음이 텅 빈 날에도
나는 한 번,
숟가락을 멈춘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 내 마음은 밥상 앞에 앉았는가?’
어떤 날엔
그 대답이 ‘아니’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괜찮아.
마음이 늦게 오는 날도 있지.
우린 그냥 기다려주면 돼.”
그 말이,
오늘을 삼키게 한다.
밥이 입 안으로 들어오고
국이 천천히 목을 타고 내려간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둥그런 밥상 위에
마음을 먼저 앉히며
혼자 먹는 식사에도
함께인 기억을 놓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