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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는 책책책 Oct 23. 2024

육아보다 어려운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관계 맺기

"내 애가 좋다고 하는 애 엄마가 나랑 잘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 거 같아?"



아이 친구 엄마에 대한 고민이 다시 시작되었나 보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되었으니 말이다.


두 아이의 초등 엄마가 된 지금, 그동안의 내공이 쌓일만 한데.. 아직까지도 나는 이 관계가 여전히 어렵다. 아이 친구 엄마로 만나서 어느새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속 이야기를 터놓게 된 사이에도 지금의 관계가 여전히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명확하게 흔들리지 않을 나만의 관계에 대한 기준이 필요했다. 또한 아이들 사이에 따라서 너무나 달라지는 내 마음에 대해 나름의 정리를 하고 싶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아이를 키우면서 이 복잡 미묘한 관계에 대해 참 상처도 많이 받았고, 나름 고민도 많았던 거 같다. 아이가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내 아이는 혼자인데 삼삼오오 모여있는 엄마들을 볼 때 느꼈던 마음, 동네 엄마들끼리 이야기하다 자연스럽게 키즈카페에 가기로 했다는데 내 아이만 끼지 못해 속상해했던 일..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내 아이만 그 무리에 속하지 못했던 게 내 책임 같아서 어찌나 미안하던지..


내 아이에게 놀러간다며 자랑했던 아이와 나를 초대하지 않았떤 엄마들이 당시에는 참 미웠다.


그 이후 결심을 했다. 내 자존심을 버려서라도 엄마들과 친해져 내 아이도 저 무리에 낄 수 있게 하겠다고.

아이에게 키즈 카페에 갈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어주겠다며 엄마들에게 다가갔던 마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했을까.. ?


아무튼 나는 이 복잡 미묘한 관계에 대해 궁금했고, 알고 싶었다.




<아이 친구 엄마라는 험난한 세계>는 저자 박혜란이 엄마들 혹은 아줌마들이라고 통칭되는 '여초 강호'에서 무림의 고수들을 만나 이런저런 풍파를 겪어낸 이야기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여자 엄마라면 무척 공감이 될 것이다.


사실 난 아이 친구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진이 빠졌다. 그만큼  불편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야기 흐름이 끊기면 안 되니 계속 생각을 하고, 상대의 말을 받아치고, 새로운 이야기 소재를 찾고..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필사적이었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내가 사람을 사귀어온 과정은 내가 찾아간 특정한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과정이었다. 의무적으로 가야 했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밥벌이를 위해서 다녔던 회사, 독서 모임 같은 취미 혹은 종교 활동... 모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다녔던 곳이다. 그곳에서 자주 만난 사람들과 이런저런 사건들을 겪어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졌다. (p23)



하지만 이젠 아니다. 상황은 바뀌었고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내 아이에게 근사한 친구들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사회성을 쥐어짜야만 했다.

그렇다. 내 아이가 놀이터에서 삼삼오오 무리에 끼어 즐겁게 놀기 위해서는 엄마의 노력이 필요했었다.















© blavon, 출처 Unsplash




초등 1학년이 된 딸아이에게 화장실에 갈 때 혼자 가는지, 친구들과 가는지 물어보았다.  내 기억에 초등학교 시절 '화장실'이란 가기 싫어도 친구가 가자고 하면 같이 가는 게 우정의 척도라도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남자친구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든 친한 친구들과 화장실에 같이 간다는 내 아이의 말에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왜 우리 여자들은 언제부터 무엇인가를 '같이'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앞에 '놀이터'가 그렇고 '화장실'이 그렇다.


이 책에 나오는 민지 엄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동네에서 친하게 지냈던 언니가 생각났다.


바쁜 남편 때문에 주말을 오롯이 아이와 보내야 했던 동네 언니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여러 친구 엄마들과 원만하게 잘 지냈다. 나와도 알게 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1박 2일 여행을 주도하기도 하는 등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이것저것 잘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에 나 역시 마음을 열었지만 결론은 나는 그냥 아이들과 1박 2일 여행을 같이 가고, 주말에 같이 놀러 가는 사이였던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랑 둘이 가면 심심하니까. 그다음 주에는 다른 엄마 친구랑 가고 이런 식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말하면 혼자서 하기 어색하니 같이 하는 사람으로만 여겨지는 게 싫다.

나는 이 언니의 친분 서열에 몇 순위나 되는 것일까?



"우정을 만들어가는 방식과 가치관이 다르다면 나는 서로 간에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민지 엄마의 넓은 인간 관계 중에 일부로 들어가는 것에 어떤 거부감을 느낀 것처럼, 민지 엄마를 나의 좁고 긴밀한 친구 관계로 초대하는 것도 어쩌면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p99)



나는 그 언니를 내 아이의 친구가 아닌 내 친구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와 놀러갈 때 필요한 대체재였던 거 같다.

나는 그냥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고민을 나누고, 내 고민의 이야기와 상대방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게 내가 원하는 관계이다.


그리고 결국 이 언니와는 이제 연락을 하지 않는다.

얼마전 술자리에서 나에게 화를 냈던 언니의 태도를 나는 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무얼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언니는 이후 내게 미안해 했고 자연스럽게 관계가 회복되길 원했겠지만 나는 마음이 떠나버렸다. 이미 세 번 정도 참았던 일도 있었고, 관계를 되돌리고 싶지는 않았다. 언니의 만나자는 제안을 두세 거절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은 없어졌다.


여자들의 우정이란 무엇일까?


나는 지금도 여자들의 관계가 너무나 어렵다. 적당한 선에서 솔직함을 드러내고, 적당한 선에서 맞받아치가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말이다.  꽤나 친밀한 사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상대방은 아니라는 생각에 서운했던 일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지금 적당히 지내는 관계에서 뭔가 모를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거 같다.




"아무리 친밀했던 사이라 하더라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그 사람을 만난 온기로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긴 한숨과 함께 자꾸만 상념에 빠지게 된다면, 더는 '우정'이란 이름에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착한 친구로 남고 싶어 그 사람을 뱅뱅 맴돌며 떠나지 못하는 내 마음을 돌이켜 다른 방향을 볼 수 있도록, 내가 나를  좀 더 배려해 주기로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와 멀어지고 있는 그 사람에게도, 또 나에게도 좋은 것이다. "(p148)




이 책에서 언급한 예쁜 계산원 아줌마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몇 년 전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너무나 인상 깊었던 붕어빵 팔던 아줌마가 생각이 났다. 왜냐하면 엄청나게 예뻤다. 아니. 왜 이렇게 예쁜 사람이 붕어빵을?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붕어빵 파는 예쁜 아줌마는 육아로 경력은 단절되었고, 아이의 사교육비가 필요해서 붕어빵을 파셨던 거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짬짬이 일하기엔 내가 나가고 싶으면 나갈 수 있고, 상사 눈치 없는 붕어빵 장사가 그녀 입장에는 제격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그 붕어빵을 팔던 그 아줌마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것저것 시켜주고 싶다.

그래 붕어빵을 파는 게 뭐 어때?


근데 나는 과연 저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드는 나는 직업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가?


"친구, 나에게 친구란 일단 보고 싶고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늘 궁금한 사람들이다. 관계의 깊이로는 가족과 크게 다를 바가 업다. 또 나의 어떤 면은 가족들보다 친구들이 더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엄마가 되고 보니 친구는 서로가 서로에게 '엄마'가 되어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내가 처한 나쁜 상황에 잘못이 있는 것이지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어주는 언제나 내 편인 엄마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친구인 것이다." (p237)



나는 적당히 거리 두는 방법을 계속 배우고 있다.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인 게 느껴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을 나의 노력으로 굳이 친구의 영역으로 당겨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나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7년간의 '아줌마살이'를 통과하면서 알게 되었다. 지인이라고 명료하게 선을 긋기엔 친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친구라고 확 끌어안기엔 애매한 사이. 그냥 그렇게 애매하게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참 애매한데 편하고 좋더라. ...(중략) 이렇게 거리를 유지하긴 하는데 언젠가는 더 친해질 수도 있고 아님 멀어질 수도 있는 사이.  이것을 열린 관계라고 해야 할지 닫힌 관계라고 해야 할지 이마저도 애해한데, 그런데 참 좋다.(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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