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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스트 Aug 25. 2023

누워있는 여자

10. 마음먹기 

이십사 시간을 누워 지내야 한다는 게 정신적 중압감도 있었지만 두 다리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집이라 감사했다. 하지만 주부로서 또 엄마로서 가만히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 또한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런 이중적인 생각은 살림을 사는 주부이기에 고민스러웠지만 때로는 그렇게 눈을 질끈 감고 누워있을 수밖에 도리가 더 있나.      




난 사람을 지탱하게 하는 게 사람 몸 중심에 있는 척추라는 걸 다치고서야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이었다. 숨을 쉴 때를 비롯해 모든 행동에 제약이 가해지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뒤늦음 말이다. 

처음 누워 지내게 되면서 난 인터넷 바다를 기웃거리며 나와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도 하고 마음 아픈 사연엔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살아있음에 감사했고 더 큰 사고가 아니었기에 감사했다. 그리고 모르는 이들의 쾌유도 빌어보기도 했다. 



병원 치료를 병행하지 않았기에 난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매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배 위에는 핫팩을 올려놓고 다친 부위엔 몇 가지 천연오일을 바른 뒤 숯패치를 매일 부쳤다. 음식 또한 평소 먹던 채식에 콩 단백질을 추가하고 영양제까지 추가해서 먹기 시작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병원을 찾을 때마다 염증 없이 잘 아물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부산에서부터 움직임이 잦았던 덕분에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움직였다.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두 의사의 오진으로 모두의 걱정을 덜 수 있었고 나 또한 골절이 아니라는 것에 어느 정도는 마음의 위안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 그대로다. ‘마음을 먹는다.’ 마음을 먹는다는 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오묘하다. 왜 하필 다른 표현도 그렇게 많은데 마음을 먹는다는 걸까? 음식만 먹는 게 아니다. 마음도 잘못 먹으면 탈이 나니까 병이 된다. 

우스개 소리지만 골절이 아니라는 진단 결과는 집으로 오는 내내 힘이 되었다. 그랬기에 처음부터 움직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난 간간이 먹은 그릇도 꼿꼿하게 서서 설거지하고 마치 로봇처럼 모든 게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다녔다. 고개를 숙일 수 없었기에 긴 다용도 집게를 구입하고 바닥에 떨어진 휴지 정도의 가벼운 것들은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 모습이 그리 웃겼는지, 나의 생경한 모습에 가족들은 피식피식 웃기도 하고 염려되니 빨리 방으로 가라는 잔소리도 매운 양념처럼 따라다녔다.      


누워서 보내는 시간을 처음엔 유튜브와 함께하였는데 소설 듣기 그리고 코믹한 영상도 찾아보며 그렇게 또 며칠을 보냈다. 그런데 시간은 생각만큼 그렇게 빠르게 지나가지 않았다. 고여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계곡물처럼 시원스럽게 흘러가지 않았기에 잡스러운 생각도 불쑥 올라오는 게 삼 개월을 그렇게는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게 무얼까를 떠올려 보았다. 그건 그림과 글을 쓰는 거였다. 작은 크기의 스케치북, 필기도구 그 밖에도 필요한 잡다한 걸 침대 주위로 갖다 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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