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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희 Jul 31. 2023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을까?·

살며 사랑하며

 내가 처음부터 고양이를 사랑했던가?...... NO

다른 사람들은 고양이를 왜 사랑할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만큼이나 좋아하는 이유도 다양하겠지만 나 또한 다양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 특별한 인연을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다.


 8년 전 작은 애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해에 이사와 전학을 하고, 큰 아이는 지방으로 대학을 다니게 되어 우리는 낯설고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큰애는 주말에만 집에 와서 아들 혼자 집에 늦게까지 있는 것이 안쓰러웠다. 마침 동물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1년 정도 된 러시안 블루 종인 고양이 한 마리를 무료로 분양받아 집으로 데려왔다. 그 당시 상담 공부와 직장일로 평일 내내 빠르면 10시 늦으면 12시경에 집에 들어왔고 외로움을 잘 타는 아들을 위해 결심한 일이었다.


 러시안 블루 고양이는 이전 가족이 보니라는 이름으로 불러서 우리도 보니라고 이어서 불렀다. 그리고 녀석은 유난히 시크하고 곁을 주지 않고 구석에 숨어 혼자 있으려고만 했다. 고양이를 처음 키워 보는 우리 가족은 보니가 신기하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했다. 강아지처럼 품에 들어오지 않아 아쉬웠지만 한동안 지켜보며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추석 명절에 두 아이는 친척 집에 가고 혼자서 모처럼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연휴를 보냈는데 하필 열이 많이 나고 근육통을 동반하는 독감에 걸려 밤새 끙끙 앓고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앓고 있었다. 새벽 내내 빈방에 혼자 남아 홀로 아파하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의미의 가족이 내겐 없었다. 엄마와 형제들과는 편한 관계가 아니었으며 신나서 놀러 간 애들한테 엄마 아프다고 전화할 수도 없었다. 홀로 아파하며 홀로 힘들어하고 혼자 울어본 경험이야 수없이 많았지만 많이 아플 때는 정말 많이 힘들고 외롭다. 낫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따끈한 밥을 내 손으로 지어먹어야 하고 목에 넘어가지 않는 밥을 억지로 넘겨야 한다.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그 당시 유일한 나의 가족은 사춘기 철없는 딸과 아들뿐이었다. 아직까지 내가 돌봐줘야 할, 그리고 나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는 애들. 물론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준 고마운 애들이지만 내가 의지할 대상이 아닌 나를 의지하는 애들이라는 게 문제라는 것.


 끙끙 앓으며 한밤중 살며시 눈을 떴는데 눈앞에 물그러미 나를 쳐다보는 검은 형체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고양이 보니였다. 곁에 먼저 오지 않던 녀석이 1m도 안 되는 거리에 앉아서 ‘으응....’하며 걱정하듯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용히 다가오더니 내 코에 자신의 코를 댔다. 냄새를 맡으려는 것인지 숨을 쉬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의 숨소리를 확인하고 다시 떨어져 앉았다. 순간 뜨끈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땅꼬마 같은 저 녀석이 나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 나를 걱정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그것 하나가 뭉클해졌다.  그날 이후로 보니는 내 머리맡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고, 내 팔을 배게 삼아 잠을 잤으며 여전히 새벽에 한 번씩 내 코에 자신의 코를 대고 내 숨소리를 확인하곤 했다.


 그리고 이 녀석은 나의 진짜 가족이 되어 사랑과 기쁨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고양이에 대해 알콩달콩 알아갈 때쯤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끔씩 보니의 사료와 간식 캔을 나누어 주기도 했고 그것 때문에 욕도 먹었었다.  동네 사람들은 길에서 사는 작은 고양이들을 향해 일말의 배려조차 시기하듯 미워했다. 그러다가 지금의 직장에 오면서 지금의 길냥이 가족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녀석들을 돌봐주게 되었다. 내게 있어서 고양이는 내 것을 나누어 주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보니를 품에 안으면 ‘골골골’ 소리를 낸다. 고양이들은 기분이 좋으면 골골 소리를 내는데 이것은 목 속의 성대에서 나는 소리로 아직까지 어떤 원리로 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으면 기분이 편안해지고 좋아진다. 나와 고양이가 함께 기분 좋은 무언가를 교감하는 느낌이 들어 아주 좋다. 수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고양이의 골골 송은 아픈 사람의 통증을 감소시키고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유난히 마음에 힘이 없고 지칠 때 이 녀석을 안고 골골송을 듣고 있으면 기분이 정말 편안해진다. 가끔 잠이 오지 않는 밤 녀석을 안고 골골송을 들으면 천천히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그러다 보니 이 녀석을 위해 더 맛있는 것을 주고 싶어지고 위생과 안전을 위해 세밀하게 살피게 된다. 그러면 이 녀석은 더 기분 좋은 모습을 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나는 더욱더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 좋은 감정을 서로 주고받으며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보니를 안고 있으면 부드러운 털만큼이나 마음도 부드러워진다는 것이다. 불안이 높은 나에게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많이 느껴야 하는 감정이다. 안전감과 편안함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힘을 키운다. 긍정적 감정은 긍정적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그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힘의 원천이 되어 돌아온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도 내가 경험했던 긍정적 영향을 이야기한다.


 집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집냥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길에서 사는 야생 고양이들을 돌보면서도 나는 비슷한 경험을 한다. 이들과 내가 무언가로 연결된 그런 느낌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서울에서 태어나 반평생을 서울에서 산 나는 많은 나이에 상담사로서 상담관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찾아 시골 같은 외딴곳에 남자들만 득실득실한 낯선 군부대라는 곳을 왔다. 처음으로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에 이직을 하고 가족들과 떨어지게 되는 날도 있어서 내심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었다. 그러나 상담관으로 비교적 안정되게 일할 수 있었고, 아들 또래의 많은 병사들을 아들처럼 애정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길고양이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난 길고양이들에게 작은 사랑과 돌봄을 줬지만, 이들은 내게 안정감과 평안함을 주었다. 그러니 어찌 안 사랑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이것이 아닐까?

 

 고맙다.

보니로 인해 고양이를 알게 해 준 것이. 

아들 때문에 고양이를 데려왔지만 그러나 내가 더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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