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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희 Jul 27. 2023

고양이는 훌륭하다.

때로는 사람인 우리가 배워야 할 점

 고양이는 훌륭하다. 

이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진다. 살만한 세상처럼 느껴져서 좋다.

고양이가 훌륭한 점은 몇 가지가 있다. 이것은 내가 느낀 부분일 뿐 전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가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또는 길고양이들을 돌보면서 알게 된 부분일 뿐이다.


첫째. 고양이들은 삶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 살기 위해 사람에게 매달려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매달린다. 또한 악착같이 자기 먹을 밥그릇을 차지하고 먹는다. 그렇다고 서로 더 먹겠다고 싸우지는 않는다. 축복이가 대표적이다. 어미한테 버림받은 2개월 정도의 새끼 고양이였는데 2개월치고는 유독 더 작았다. 지나가는 사람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렸다. 자기 데려가라고. 여러 사람을 붙잡고 소리 지르고 울어댔다. 결국 삼일째 되는 날 내가 데려와 우유를 먹이고 씻기고 병원을 데려가 치료도 해 주었다.  

둘째. 고양이들은 고독을 즐길 줄 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결코 외로워하지 않는다. 비록 대부분의 시간을 잠자는데 보내지만 잠자는 모습마저 여유롭고 평화롭다. 옆에서 함께 낮잠을 즐기고 싶어 지게 만든다. 혼자서 먼 곳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것 같으나 결코 외로워 보이지 않고 다만 고독을 즐기는 듯 보인다. 혼자서 다른 고양이도 없는 곳에서 사람도 없는 곳에서 혼자만의 장소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셋째. 고양이들은 자기 주도적이다. 하루종일 혼자만의 장소에서 혼자서만 보내지는 않는다. 때론 먼저 사람이나 동료 고양이에게 다가올 때도 있고 먼저 장난을 치며 놀자고 할 때도 있다. 때론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와 애교를 부릴 때면 주머니에 뭐든 털어서 원하는 건 다 사주고 싶어 지게 만든다. 고양이 자신이 원할 때만 안아주거나 쓰다듬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 만지거나하면 싫다는 표현을 직설적으로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을 때만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넷째. 고양이들은 자기 경계가 분명하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심리적인 거리가 있어야 하고 관계에 있어서 지켜야 할 경계가 있어야 하듯이 녀석들도 심리적 물리적 경계를 분명하게 지킨다. 길고양이들은 친밀한 사람과는 1~2m 정도 유지한다. 이 정도의 거리가 혹시 있을 수 있는 공격이나 해코지에서 도망가기  적당한 거리라서 란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 냥이들은 그만큼 뒤로 물러난다. 사람인 내가 온전히 통제하기도 소유하기도 어렵다. 고양이들은 서로의 영역을 가급적 침범하지 않고 서로 지켜준다. 많이 배운 녀석들 같다.

다섯째. 고양이들은 때론 강아지로 변신한다. 어떤 날은 반갑다고 멀리서 쫄랑쫄랑 달려와 벌러덩 누우며 자신의 배를 드러낸다. 기분이 아주 좋다는 거다. 강아지처럼 냥냥냥 소리를 내며 반갑다고 소리도 낸다. 집냥이들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현관 앞에 벌러덩 누워 배를 드러내며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댄다. 내가 와서 좋다는 거다. 이럴 땐 마구마구 쓰다듬고 껴안고 뽀뽀도 한다. 마냥 기분 좋아 쓰다듬고 안아주고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생명체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나는 이럴 때가 정말 좋다. 녀석이 사람인 나를 온전히 믿고 받아들인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여섯째. 고양이들은 시간을 알고 차소리를 구분한다. 고양이들은 내가 퇴근해서 오는 시간을 알고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늦게 오는 날은 마치 "왜 늦게 왔어? 한참을 기다렸잖아" 하고 소리치듯이 냥냥냥 하고 더 큰 소리를 지르며 나를 맞이한다. 뿐만 아니라 내 차와 기종이 같은 차가 여러 대가 있어도 보이지 않다가 내 차가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모여들어 있다. 기가 막히다. 집냥이들도 마찬가지다. 

일곱째. 길고양이들도 질서와 양보를 안다. 아파트 앞에 길냥이들 밥을 몇 개의 그릇에 나누어 주지만 워낙 여러 마리라 한 번에 다 먹을 수는 없다. 그런데 임신한 고양이들이 당당히 와서 냐앙 하고 먹으며 다른 길냥이들은 뒤로 물러난다. 그다음은 출산을 한 암컷들 그리고 새끼들 그리고 수컷들이 줄을 서서 앞고양이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는 모습을 자주 본다. 참으로 기특하고 영특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모습은 어딜 가나 비슷한 모습이다. 임신한 고양이에게 항상 먼저 먹게 한다. 사람들처럼 학교에서 질서와 양보를 배운 것이 아닐 텐데 녀석들은 잘도 안다. 

 그래서 고양이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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