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경희 Aug 07. 2023

건강한 자기애성

고양이들한테 빠져드는 매력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고양이들의 자기애성 특성 때문인 것 같다.  자기애라는 것은 말 그 자체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필요를 채울 줄 알고, 자신을 소중하게 돌볼 줄 알며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아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건강한 자기애”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신생아 시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오로지 엄마와 같은 주양육자와의 관계가 잘 형성될 때 생겨난다. 즉 아기는 스스로 먹을 수도 대소변을 가릴 수도 없다. 생존과 관련된 모든 것을 주 양육자가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 수용해 주고 너를 위해 무엇이든 해 줄 거라는 확신을 줄 때 생겨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대변을 봤을 때 찡그리거나 싫어하지 않고 “어머 응아도 잘 쌌네. 시원하겠구나. 엄마가 잘 닦아줄게. 그리고 새 기저귀로 갈아줄게. 아가야.”라는 언어적 표현과 표정과 모습으로 반응을 보여주면 아이는 자신이 대변을 본 행위가 받아들여지고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며 괜찮은 것이구나, 엄마가 나를 받아주는 것이구나 하고 자신을 받아들이고 안심하게 된다. 또는 아이가 배가 고파서 밥 달라는 말을 울음으로 표현할 때 엄마가 “우리 아기 배고프구나. 엄마가 밥 줄게.” 하며 모유나 우유를 줄 때 아이의 얼굴을 마주 보며 웃어주기도 하고 “어머 우리 아기는 우유도 잘 먹네. 그래 많이 먹어. 엄마가 언제든 배고프면 먹여줄게.”라는 식의 부드럽고 따뜻한 대화를 할 때 아이는 자신의 욕구가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어 자신을 신뢰하게 된다. 즉 엄마가 아이에 대한 모든 것을 따듯하게 받아 줄 때 아이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나의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존중받고 특별한 돌봄을 받고 엄마가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어린 시절에 충분히 충족되면 자기 자신을 건강하게 사랑할 줄 알게 되고 성인이 된 후에는 대인관계에 있어서 의존적인 관계를 맺지 않고 건강한 관계를 맺게 된다.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건강한 자기애는 자신의 존재 가치와 소중함을 알고 동시에 타인의 존재 가치와 소중함을 안다. 건강한 자기애는 반드시 필요하고 누구에게나 있어야 하는 요소다. 


 그러나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다르다. 위와 같은 건강하고 따뜻한 돌봄과 수용을 받지 못했을 때 혹은 수용과 돌봄의 욕구가 크게 좌절되는 경험을 했을 때 생겨난다. 즉 건강하지 못한 자기애를 형성하게 된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는 자신을 건강하게 사랑할 줄도 모르고 타인도 건강하게 사랑할 줄 모른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착취적인 관계를 맺을 뿐이며 자신은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서 특별대우나 특별한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면 분노를 강하게 품고 그것을 타인에게 표출한다. 타인을 미안함이나 죄책감이 들게 만들어 어쩔 수 없이 자기애성 성격장애자의 요구를 들어주게 만들고 비위를 맞추게 만든다. 이게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어도  그 사람의 말과 요구에 거부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 도움이 되거나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그런 면에서 고양이들은 건강한 자기애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고양이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사람에게 요구하기도 하고 때론 우리 사람이 주는 것을 거부하기도 한다. 때론 떨어져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알며 때론 우리 곁에 먼저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 사람이 볼 때 불편해 보여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할 때도 있다.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면 고양이를 위해 무언가 해 주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게 만들고 결국 고양이의 스타일에 사람이 맞춰 살아가게 된다. 고양이는 우리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가 기쁘게 고양이의 집사가 되어줄 뿐이다. 불편함이나 죄책감 없이 말이다. 고양이들은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가끔씩은 자신을 돌봐주는 집사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자신의 얼굴이나 꼬리를 부비며 스킨십을 하거나 집사의 품에 스스로 안긴다. 그러면 집사인 우리는 그런 행동을 하는 고양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기분이 좋아진다. 고양이는 너무 오랫동안 안기려 하지도 않고 너무 자주 안아달라고 보채지도 않으며 수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정말이지 적당히 행동한다. 

 적당히 자기애성을 뿜어내며 때론 도도하게, 때론 유약하게, 자신만의 경계와 세계를 가지고 있어서 너무 좋다. 처음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였을 때 나에겐 없는 건강한 자기애성을 갖고 있어서 더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나도 건강한 자기애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는 나도 나의 소중함을 알고 나를 돌보며 나의 욕구와 감정에 공감하며 나다움을 가꾸어 가고 있다.  



이전 16화 결핍도 자원이 될 수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