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루 한나절만이라도 엄마가 오신다면
미루다 못 차린 밥상 눈물 섞인 밥 짓겠네
군 갈치 된장 보글 끓여서 꽃상 한번 차리겠네
내 고향 집, 다 삭은 몸 모락모락 만져주면
주름살 고랑마다 배인 근심 다 씻기겠네
아, 그때
철없이 대든 것
무릎 꿇고 빌겠네
하루 중 반나절이라도 엄마가 오신다면
내 품에 잠들 때까지 재잘재잘 말하겠네
못 다한 사랑의 말도 아낌없이 하겠네
❤❤
‘딱 하루만’에서 화자의 마음은 그지없이 간절하다. 이 작품은 별다른 미학적 수식이 없지만 그 간절함 때문에 눈물을 참으며 여러 번 읽게 만든다. 처음에는 딱 하루만이라고 하다가 하루 중 반나절만이라도 엄마가 와 주시기를 바라고 있다. 사모곡이 하늘 높이 울려 퍼지는 듯하다.
딱 하루 한나절만이라도 엄마가 오신다면 미루다가 못 차린 밥상을 위해 눈물 섞인 밥을 짓겠노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영영 삭이지 못할 크나큰 회한을 엿본다. 군 갈치 된장 보글 끓여서 꽃상 한번 차리겠노라는 시의 화자는 이어서 내 고향 집, 다 삭은 몸 모락모락 만져주면 주름살 고랑마다 배인 근심 다 씻기겠노라고 읊조린다.
그리고 그때 철없이 대든 것을 상기하면서 무릎을 꿇고 빌겠노라고 노래한다. 하루 중 반나절이라도 엄마가 오신다면 자신의 품에 잠들 때까지 재잘재잘 속삭이면서 속 깊은 정을 나누겠네, 라며 못 다한 사랑의 말도 아낌없이 하리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이 모든 생각과 감회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미 엄마는 다시금 화자 곁으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영원한 별리다. 추억 속에서만 아름답게 기억될 뿐이다. 바쁘다는 까닭으로 함께 한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후회로 남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간절한 상상은 화자의 그리움을 안으로 다독이는 일이기에 소중하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가도 절절한 사모곡은 언제나 가슴 속 깊이 남아 여울물처럼 맴돌 것이다. (글 이정환 전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출처 : 21. 06.15 대구일보(https://ww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