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티셔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중심에서 멀어지고 배경이면 어떠냐고
하늘색 스란치마가 방 모서리에 걸려있다
한 땀 한 땀 꿰맨 하루 허물처럼 벗어놓고
치마폭에 숨긴 말들 꽃잎 가만 들춰보는
오래된 안부 같은 옷 터진 솔기 꿰맨다
손가락 붕대 감고 부풀어 오른 통점
수증기 펄펄 날리며 하루를 다림질하여
희망도 샘플처럼 걸친 마네킹의 정장 한 벌
❤❤❤ 생각주머니
푸르름을 자랑하던 세력 좋은 노거수도 화려한 단풍으로 시선을 붙잡을 때가 있었지만 중심에서 멀어져 배경이 될 때도 있다. 예상 못 한 가뭄이나 태풍으로 곁가지에 상처 입고 뿌리가 뽑히기도 한다.
누가 정한 규칙인지 모르지만 ‘꽃무늬 티셔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중심에서 멀어져 배경’이 되고 ‘터진 솔기’ 꿰매는 상처 입은 아픈 마음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봄날을 위해 나목으로 몸피를 줄이는 겨울나무와 같다.
‘한 땀 한 땀 꿰맨’ 치마폭에 숨긴 희망은 격식을 갖춘 자리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표현하는 예복이 될 것이다. 시인은 꽃잎을 금박으로 수를 놓고 다림질해서 새봄의 새순처럼 차려입고 나설 정장 한 벌을 걸어둔다.
-(글 옥영숙시조시인) -2023.12.07 경남신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