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는 달리고 싶다
날 키운 명자언니 틈만 나면 도망갔다
반세기 전, 내가 울던 골목길을 따라서
사막의 망망대해로
손닿지 않는 대로
모래바람 휘돌아 낙타가 돌아왔다
부은 발 닳은 뒷굽 네 몸에 날 얹는다
천만근 뼈 같은 모래가
등을 흠뻑 적셨다
마음이 문득 접혀 먼 길 가는 사람이
세상 끝에 서서 단말마를 토하며
외뿔로 떠받힌 상처 딛고
홀연히 떠날 일이다
- 김진희 「낙타는 달리고 싶다」 전문
:-). 생각주머니
낙타만큼 고되고 외로운 삶을 사는 동물이 또 있을까. 온 몸이 타들어갈 것 같은 뜨거운 태양과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거친 모래 바람. 쉴 곳 하나 없는 그 끝없는 사막을 견디며 사람들에게 헌신하는 유일한 동물. 낙타는 태어나고 죽는 곳이 사막이라 자신들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외로운지도 모른다.
초원을 뛰어다니는 얼룩말들을 본 적도 없고 강물을 헤엄쳐가는 반짝이는 물고기들을 본 적도 없다. 세상은 다 그러하다고 여기며 무릎이 툭, 꺾이기 전까지 묵묵히 걷고 또 걷는다. 주인이 쥐고 있던 줄을 풀어줘도 도망갈 줄도 모른다. 정말 낙타는 도망가고 싶지 않은 것일까. 도망을 가봐야 여전한 사막. 너무도 망망한 감옥이라는 것을 알기에 가지 않는 것일 뿐이다.
화자는 자신을 키운 “명자언니”를 낙타에 빗대고 있다. 그 언니의 삶도 낙타만큼이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중략)지금도 묵묵히 걷고 있을 사막의 낙타들과 이 세상 많은 ‘명자언니’들의 고단함과 외로움이 이 시편을 읽는 내내 사무치는 것 같다. (글 강현덕 시조시인)
[출처] 누군가를 살아가게 하고 그무엇을 지키려 하는 것의 숭고함에 대하여 / 강현덕|작성자 시조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