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등 미는 바람 업고 천애 절벽 오른다
거친 숨 몰아쉬며 하늘 한번 쳐다보고
푸른 잎 토하는 담쟁이
순례길의 대장정
흰 벽을 더듬으며 손끝으로 읽는 문장
얼마나 더 오르면 그 뜻을 깨우칠까
아찔한 높이의 수행길
손에 손잡고 오른다
>ω< 생각주머니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여린 것들의 행진이 뜨거운 계절입니다. 시간의 깊이를 더해가는 봄의 중심은 늘 활기가 넘칩니다. 오늘도 한 편의 시조를 앞에 놓고 감성적인 봄의 중심을 서성입니다.
김진희 시인이 그려낸 오늘의 시정(詩情)은, 아이들의 손바닥만 한 수천 개의 여린 잎들이 절벽을 오르며 건설한 바람의 부족입니다. 거센 폭우와 칼바람도 온몸으로 받아내며, 묵언 수행하는 담쟁이들의 나라입니다.
‘거친 숨 몰아쉬며 하늘 한번 쳐다보고’ 끊임없이 오르고 또 오르는 결기와 끈기로 뭉친 거대한 왕국인 것입니다. 마음 약한 사람들의 좌절도 쉬이 허락지 않고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 푸른 혈맥으로 아찔한 높이를 향한 수도자의 길입니다. 먼 훗날(가을이 되면) 푸른 잎잎들이 붉은 꽃으로 피어 낙화하는 그날까지 서로의 등을 다독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정진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에게 처해진 상황들도 ‘흰 벽을 더듬으며 손끝으로 읽는’ 담쟁이의 문장처럼 몸과 마음을 마주하고, 손과 손을 맞잡으면 환란의 날들은 가고 환한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글 시조시인 임성구)- 20.4.16 경남신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