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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되었으니 알아서 잘하라고요?

임원으로 가는 길_ 5. 리더가 되고 나서

by snuCHO


"이제는 팀장이 되었으니 알아서 잘해?"


2000년대 후반 내가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직속 상사를 포함하여 윗사람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이다. 상사인 그들도 ’ 리더의 역할‘과 ’ 리더십‘에 대하여 코칭이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선배 리더들의 모습을 지켜본 경험에 의존하여 맨땅에 헤딩하듯이 리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임 리더가 고민하고 갖추어 가야 할 항목들을 안내한다.



리더는 실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실무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팀장 등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리더가 되어서도 실무에 업무 비중을 둔다면 본인/팀/회사에는 큰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리더는 실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구조를 만들고 관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리더가 직접 기안해서는 안된다.

업무를 스케쥴링하고, 분배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진행사항을 체크하고, 구성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리더가 보고서를 계속 직접 작성하겠다고 하는 순간, 팀원들은 생각과 행동을 멈추고 리더를 지켜보고만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성과가 나더라도 그것은 조직의 실적이라기보다는 리더 개인플레이일 뿐 팀워크에 의한 성과는 아닐 것이고 그렇게 인식될 것이다.



맡은 조직의 로드맵을 그리자


나는 임원이 된 이후부터 새롭게 조직을 맡게 되면 최우선적으로 그 조직의 로드맵을 그린 후 상사와 맡은 조직의 구성원들과 각각 의견을 교환한 후 로드맵을 완성하고 공유하였다.


* 로드맵의 내용

: 조직의 목표(정량적, 정성적)/ 목표를 달성을 위한 시행 방안/ 이를 뒷받침할 조직 문화의 변화 방향 등


로드맵을 작성하고 시작을 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었다.


1. 로드맵을 그리기 위해 맡은 조직에 대하여 사전 학습하게 된다

2. 회사 및 상사가 기대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다.

* 목표를 알기 위해서는 상위의 리더와 커뮤니케이션할 수밖에 없다.

3. 구성원들에게 준비된 리더임을 인식시킬 수 있다.

4. 리더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구성원들이 명확히 알 수 있다.

5. 본인의 머릿속으로도 해야 할 일들이 정리되어 자신감이 생긴다.


여러분이 새롭게 리더가 되어 로드맵을 그렸다면 직속 상사에게 의도적으로 보고를 하자.

이를 통해 직속 상사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신이 준비된 리더이라는 것을 인식시킬 수 있고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간을 관리하고 반드시 구성원들과 공유하자


리더가 되면 회의가 많아지고 구성원 면담 등 미팅도 자주 발생하여 본인이 할 일들의 시간이 부족해진다. 위로 갈수록 더욱 그렇다.


시간을 관리하지 않고 일을 하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업무 누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항상 바쁜 리더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여유가 없는 리더로 보인다.


리더는 여유가 없는 것이 정상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최상위 내공은 ‘여유와 유머’라고 생각한다.


여유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고,

유머사람을 컨트롤할 수 있다.’


‘여유와 유머’를 갖춘 리더의 경지에 오른 사람은 범접하기 힘든 리더가 아닐까.

물론 ‘여유와 유머’를 갖추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근본적일 것이다. (‘자신감’은 겸손한 자신감을 이야기한다.)


리더의 일정은 반드시 그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일정 등록/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곳에 본인의 일정을 등록하고 구성원들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리더의 일정을 미리 알고 있으면 본인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구성원들이 리더의 일정을 모른다면 ‘보고를 해야 하는데 언제 자리에 오나?’, ‘자리에 앉아 있는데 지금 보고해도 되나?’ 등 많은 고심을 하면서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인내 비용’(Endurance Cost)을 감수하라


“내가 하면 1시간 만에 할 수 있는 업무를 팀원들은 며칠째 헤매고 있는 경우가 많아 답답합니다. 시키느니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나은 것 같습니다. 효율적이기도 하고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리더가 직접 실무를 해서는 안되며 반드시 업무를 위임해야 한다.

리더가 업무를 위임하는 이유는


1. 리더는 리더가 해야 할 일들을 하기 위해서 이다.

: 구성원에게 실무 업무를 맡기지 않으면 리더가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2. 구성원들은 맡겨진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업무를 처음부터 리더가 하거나 구성원이 초안 작성한 업무를 리더가 진행하게 되면 그 구성원은 시간이 갈수록 업무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고 대충 하려는 습관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팀장이 알아서 잘하네’, ‘나는 대충 하면 되겠네’.


단, 단순히 ‘업무 위임’만 해서는 안된다. ‘기대하는 목표/일정’과 ‘조직의 규칙(공식/비공식)’ 즉 ‘가이드라인’을 업무를 위임하기 전에 협의 또는 합의하는 절차는 필요하다.


업무가 부여된 구성원이 헤매고 있더라도 ‘가이드라인’ 범위 내에서는 그냥 참고 기다려야 한다.

이 답답함을 참는 것이 ‘인내 비용’(Endurance Cost)이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자


부서장으로 근무할 때 감정 기복이 심하고 표정으로 나타나는 후배 팀장이 있었다.

그 구성원들은 당연히 팀장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눈치를 보게 되고, 상사인 나도 어느덧 눈치를 보게 되었다.


나는 그 팀장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가급적이면 피하게 된다. 상사가 피하는 팀장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구성원들이 당신의 표정을 살피고 눈치를 보게 되면 조직 문화가 나빠지고 업무의 효율도 떨어진다.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있더라도 회사에서는 최대한 같은 표정과 스탠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람 좋은 리더가 능사는 아니다


요즘 많은 회사들이 ‘다면평가’ 또는 ‘팀 조직문화 진단’ 등 리더십에 대하여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관련자들에게 알려준다.


근무한 사업부 팀장 중에 구성원들에게 강하게 업무 피드백을 하는 팀장이 있었고 속으로는 팀장들이 싫어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부 팀장 리더십 평가 결과를 보면 그 팀장은 톱클래스에 랭크되었다. 평소 온화하고 사람 좋은 팀장들보다 좋았다.


구성원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사람 좋은 팀장보다는 엄하지만 자기 업무에 정확히 피드백해 주고 일을 가르쳐 주는 팀장을 더 높게 평가한다는 것을.


단, 구성원들에게 피드백할 때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피드백할 때는 반드시 ‘업무에 대하여’ 한정해야 하며, 절대 사람(인간)에 대하여 피드백해서는 안된다.


인간에 대하여 피드백을 하면 그 구성원은 업무의 미숙함에 대한 미안함 보다는 ‘무시당했다’, ‘존중받지 못했다’는 악감정을 가지게 되고 서서히 당신의 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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