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재원의 일본 생활 적응기_ 일본인의 의식
일본인의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익히 알려져 있다.
일본 생활 경험 상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중년 이상, 특히 여성 일본인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일본 젊은이들로부터는 그런 성향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이 글에서 언급하는 일본인들도 모두 중년 이상의 여성이다.
엘리베이터 ’ 닫힘 버튼‘의 다른(?) 용도
나가사키 시내 아파트(16층 높이)의 11층에 살았는데 평일 퇴근 시간과 주말에 엘리베이터를 탈 때 다른 거주자와 같이 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 생활 초기, 아파트 1층에서 올라갈 때 같이 탄 거주자의 언행에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나보다 아래층에서 내리는 일본인 거주자(대부분 50대 이상의 여성) 대부분이 먼저 내리면서 2가지 언행을 하였다.
말로는 ‘스미마셍’(미안합니다.) 또는 ‘모우시와케 고자이마쎙’(대단히 죄송합니다.)를 이야기하고,
손으로는 엘리베이터 문을 나감과 동시에 ‘닫힘 버튼’을 꾹 누르고 내렸다.
처음에는 속으로 ‘왜 그러지?’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장면이 몇 번 반복되다면서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내가 중간에 내려(엘리베이터를 멈추게 하여) 당신이 위층으로 가는데 지장을 주게 되어 죄송합니다.‘라고 해석하게 되었다.
엘리베이터 ’ 닫힘 버튼‘이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됨을 알게 되었고, 나도 일본 거주하는 동안 같은 행동을 하게 되었다.
일본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여 서울 본사로 출근하던 초창기에 나의 몸에 익은 '다른 탑승자를 위하여 내리면서 닫힘 버튼 누르기’를 몇 번 실행하였으나 주위 사람들의 이상한 눈길을 의식하고 곧 접었다.
나도 엘리베이터의 ‘받힘 버튼’은 오로지 빠른 이동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지만, 내가 내리려는 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기도 전에 '닫힘 버튼'에 손을 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씁쓸한 느낌이 든다.
아들이 IS에 납치당한 모친의 기자회견,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2014년 10월 말 ~ 11월 초 일본인 ‘고토 겐지 씨(저널리스트, 당시 47세)‘가 IS에 납치당하여 2015년 1월 일본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2015.01.24 저녁 시간 TV로 뉴스를 보다가 ‘고토 겐지 씨’ 모친의 기자회견을 보게 되었다.
(‘고토 겐지 씨’는 2015.01.30. 살해된 것으로 보도됨)
모친의 기자회견을 보다가 깜짝 놀랐고 정서적 충격을 받았다.
모친은 아주 차분하고 침착한 표정과 말투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고토(後藤) 씨의 어머니 이시도 준코(石堂純子) 씨는, "일본 국민, 정부, 여러 나라의 여러분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사죄를 하는 것이다.
“내 아들 살려내라”가 아니고 “일본 국민 특히, 정부에 폐를 끼치게 되어 사과드립니다.“
아들이 죽었는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