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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uCHO Aug 21. 2023

일본인, '더치페이'가 대세인 이유

대기업 주재원의 일본 생활 적응기_ 일본인의 의식


일본에서는 '더치페이(Dutch-pay)’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본어 '와리깡’ (割り勘 : 나누어 계산하다)이 일반적.


일본 식당에서 가족이 아닌 여러 사람이 식사한 후에 계산을 할 경우, 누군가가 한꺼번에 계산한다면 직원에게 먼저 ‘잇카츠(一括)’ 또는 ‘잇쇼’라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은 계산할 때 '와리깡’이 디폴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본인들은 왜 ‘와리깡’이 디폴트가 되어 있을까?

장기간의 일본 생활을 통해 일본 직장인을 지켜본 나의 추론을 이야기한다.



일본 직장인은 높은 직급이 되기 전에는 여유 자금이 없다


‘와리깡’이 대세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일본 직장인의 수입과 지출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본 직장인(대졸) 월평균 수입은 22.6만엔 (원화 환산 : 208만원 / 보너스 제외).

*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낮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일본 기업은 보너스가 별도로 있고, 고직급이 되어야 급여 상승폭이 가파르게 올라간다고 알고 있다.

* 출처 : ‘労務行政研究所’ 발표 자료(’ 23.05월) / 157개 상장기업 대상


그러면 지출은 1인 생활 직장인 기준으로 월평균 기본(고정)적으로 11만엔. (아래 사진 자료)


* 출처 : '미츠이스미토모(三井住友) 카드’ 자료



1인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출은 家賃(월세 / 일본은 '전세'가 없음) 6만엔, 식비 3만엔, 수도광열비 1만엔, 통신비 1만엔.  (* 일본 신입사원의 독신 생활자 비율 : 67%)


위 지출 항목에서 빠져 있는 교통비를 약 1만엔으로 산정한다면 한 달에 ‘수입(22.6만엔) – 지출(12만엔) = 10.6만엔’이 남는다. 남는 돈에서 물품 구입, 문화생활비 및 교제비 등으로 사용해야 하며 일부는 모아서 양복 · 가전 등 단위가 큰 물품을 구매해야 한다. 따라서 금수저가 아닌 이상 급여만으로는 금전적으로 생활에 여유가 전혀 없다.



'내가 쏜다'는 기분을 내면 재정적 후폭풍이 닥친다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여러 명이 식사 또는 음주를 할 때 “내가 낼께”는 일본인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런 경우가 발생하면 한 달의 빠듯한 운영자금의 출혈로 몇 달을 고생해야 하는 재정적 타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명이 함께 자리를 가질 때에 ‘와리깡(n/1)’이 당연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문화로 정착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우리와 다른 점은 성향의 차이도 있는 같다. 우리는 빚을 지더라도 “오늘은 내가 쏜다”라는 성향이 있지만, 일본인들은 그런 리스크 감당을 주저하는 것 같다.




식사 또는 술자리를 자주 할 가능성이 있는 일본인에게 ‘내가 살게’라고 인심 쓰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일본인의 정서에는 상대방에게 받은 것은 반드시 갚아 주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여러분이 사주었을 경우 그 일본인은 조만간 본인도 갚아야(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게 된다. 나는 경험을 통해서 나의 호의가 상대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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