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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uCHO Aug 18. 2023

아이들의 일본 소학교(초등학교) 적응하기

대기업 주재원의 일본 생활 적응기_ 학교 생활

 (표지 사진 : 소학교 졸업장을 받고 있는 반바지 교복의 첫째 아이)



일본 주재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우리 아이 2명은 현지 소학교(초등학교) 마지막 학기에 각각 2학년과 5학년으로 편입하였다. 두 아이의 학교 생활 지켜보고 학부모로서 학교 행사에 참가하면서 느낀 우리나라와 다른 소학교 학교 생활을 소개한다.



기본적으로 다른 점


명칭이 다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명칭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같지만, 일본에서는 초등학교를 ‘소학교(小學校)' 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1926년부터 ‘소학교’, 1941년부터 ‘국민학교’, 1996년부터 ‘초등학교’로 명칭이 변경되어 왔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초등학교’, 일본의 경우에는 ‘소학교’로 표기한다.)


학기가 다르다

'3학기제'로 운영된다. 1학기(개학)는 4월, 2학기는 9월, 3학기는 1월에 시작되고, 졸업식은 3월에 진행된다.



겨울에 반바지 교복을?


2000년대 중반 일본 장기 출장과 2010년대 중후반 주재원 생활을 통해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일본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들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 것 같다. 노포(老鋪)들이 대를 이어 운영되고, 정치인들의 세습이 존재하는 것도 이러한 성향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일본어를 익히기 위해 출퇴근 운전 중에 라디오방송을 자주 들었다. 사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마칠 무렵 진행자는 사연 보낼 곳을 안내한다. 그 안내에는 언제나 ‘팩스 번호’가 포함되어 있었다. 집에 있는 팩스기를 통해 사연을 보내는 중장년층 청취자가 아직 많은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집에 팩스기가 있는 집이 있을까?


오랜 전통이 바뀌지 않고 계속되는 것은 학교도 마친가지인 것 같았다.


아이들은 현지인이 다니는 사립 소학교를 다녔다. 그 학교는 교복이 정해져 있었으며, 계절에 상관없이 하의는 반바지이었다. 나가사키가 추운 곳은 아니지만 겨울에 반바지 교복을 입고 다닌 우리 아이들은 초창기에 감기에 자주 걸려 고생하였다.


참고로 나가사키 시내 공립 소학교 등은 교복이 아닌 자율복을 입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고, 그 학생들은 겨울에 긴바지를 입고 다녔다.



란도세루(ransel) 책가방이 너무 비싸고 무겁다?


우리 아이들도 당연히 무거운 란도세루를 메고 학교를 다녔다.

우리나라 신문에 ‘란도세루’를 다루는 기사(주로 ‘가방이 비싸고 무겁다.')가 적지 않지만, 내가 란도세루에 대하여 알고 있고 느낀 것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아이가 소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되면 책가방(란도세루)은 거의 대부분 ‘할아버지 또는 할머니(외가 포함)’가 선물로 사준다. 아이가 태어나면 조부모들은 그것을 미리 염두에 두고 준비해 올 것이고, 부모들은 비싸다고 하는 란도세루 구입에 대한 부담은 없을 것이다.


란도세루의 가격을 현시점에서 알아보면 개략 5 ~ 7만엔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아래 사진 참조)

우리나라 원화로 계산하면 50 ~ 60만원 정도. 소학교(초등학교) 학생 가방이 너무 비싸게 느껴지지만, 가방 가격의 효용성 측면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한다.


란도세루 판매 사이트 캡처 (여학생 란도세루 월간 인기 순위)


일본 소학교 학생들은 입학 때 메기 시작한 란도세루를 졸업할 때까지 메고 다니는 것 같았고 우리 아이들도 그러하였다. 6년 내내 가방을 바꾸지 않고 계속 사용한다면, 60만원에 구입한 경우 1년에 10만원의 가방 비용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가방 사용 연한이 얼마인지 모른다. 하지만 초등학생 기간 중에 몇 번 가방을 새로 사서 바꾼다면 비용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이가 크지는 않을 것 같다.


아이들 소학교 등하교 때 메고 있는 가방을 내가 들어봐도 매우 무거웠다.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니면 성장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학교에 건의를 할까 생각해 보았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아 포기하였다.


아이들 소학교에 행사가 있어 학교에 자주 갔었는데 교실 또는 공용공간에 학생용 사물함이 없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에는 사물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물함이 없기 때문에 그날 수업 받을 과목의 모든 책들을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니 가방이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참고로 크고 부피가 있는 '란도세루'는 메고 있는 아이가 물에 빠졌을 때 구명조끼 역할을 한다고 들었다.



학교 행사가 왜 이리 많지?


아이들이 다닌 소학교의 연간 행사가 무척 많았고, 주말 행사인 경우 나도 자주 참가하였다. 행사 중에 가장 비중이 있는 행사는 ‘운동회’와 ‘바자회’. 그중 ‘운동회’를 소개한다.


아이들이 다닌 소학교 홈페이지 사진 인용 (적색과 백색 대표의 운동회 선서)


'적백(赤白) 대항 운동회'는 5월에 개최되는 아주 큰 행사이고, 나의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와 유사하였다. 학년별 공연, 게임, 달리기, 졸업생과 학부모가 참가하는 시합 등 행사 내용이 다양하였다. 그중에서도 전교생이 참가하는 ‘요사코이 공연’은 일본풍을 크게 느낄 수 있는 단체 '군무' 이었다.


아이들이 다닌 소학교 홈페이지 사진 인용 (요사코이 공연 중인 학생들)



상급학교 진학 방향이 소학교 시절부터 나누어진다


내가 살았던 곳이 일본의 지방 도시이었기에 대도시와는 다를 수도 있으나, 소학교 학생들의 진학에 대한 학부모들의 성향 또는 문화가 우리나라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소학교 학생들은 고학년인 5~6학년이 되면서 학생의 역량과 가정의 소득에 따라 진학 방향이 나누어지고 정해진다. 그 방향(목표)을 크게 보면 '명문 국립대(도쿄대, 큐슈대 등) / 명문 사립대학(게이오, 와세다 등) / 치의대 / 지역의 대학 / 고교 졸업 이후 취업'. (참고로 명문 사립대 부설 ‘유치원’에 입학하면 그 대학에 큰 문제없이 진학할 수 있다고 한다.)


소학교 시절부터 방향이 거의 정해지므로 각자가 그 방향에 맞게 소학교 후반과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학부모들은 그에 따라 아이를 키우고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 같았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뭔가에 쫓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수많은 아니면 대부분의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명문대 입학을 향하여 고등학교 때까지 노력과 비용을 들이는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진학 문화라고 느꼈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고 소학교 2학년, 5학년으로 일본 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은 몇 개월 만에 일본어에 적응하였다. 특히 2학년으로 시작한 둘째의 일본어 발음과 적응력은 첫째와 차이가 났다. 외국어는 한 살이라도 어린 시절에 접하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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