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재원의 일본 생활 적응기_ 학교 생활
오래전부터 야구 한일전이 있고 나면 결과와 상관없이 두 나라의 고교 야구부 숫자를 비교하는 기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교 야구팀 숫자가 일본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선수층이 얇다'라고 언급한다.
한국과 일본의 고교 야구팀 수
• 한국 : 95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자료)
• 일본 : 3,744개 (2023년 *全国高校野球選手権記念地方大会 자료, 대회 참가 팀수)
* 全国高校野球選手権記念地方大会 : 매년 8월 阪神甲子園球場(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개최되는 전국 고교 야구 대회 / 패배한 팀이 눈물을 흘리며 야구장의 검은색 흙을 담아가는 장면이 인상적인 대회)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고교 야구팀 수를 비교해 보면 일본이 우리나라의 39.4배.
일본 전국 고교 개수가 3,780개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고교에 야구부가 있다.
일본이 야구를 좋아하는 국가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고교 야구팀 수가 저렇게 많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 5년 동안 국제학교가 아닌 현지 중•고등학교를 다닌 아들 둘의 학교 생활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그 이유를 추론해 본다. 다만, 이 글을 통해 두 나라의 야구팀 수에 대하여 자세히 분석하려는 것은 아니며, 야구팀 수 사례로 일본 중•고등학생들의 체육 활동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두 아들이 다닌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의 전체 학교(아마도 전국의 학교)가 학업 이외 部活動(부 활동 / 클럽 활동 / 일본어 약칭 ‘부카츠’)을 학교 생활에서 매우 큰 비중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도 부활공에 매우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필수적이고 당연한 학교 생활로 여기고 있었다.
部活動은 일반적으로 ‘운동부’, ‘문화부’, ‘동호회’ 크게 3개로 구분된다.
‘운동부’의 세부 종목을 보면,
검도부/ 유도부/ 농구부/ 궁도부/ 배구부/ 테니스부/ 탁구부/ 육상부/ 럭비부/ 야구부/ 축구부/ 수영부
전교생이 위 종목 중 1개 이상의 운동부에 가입하며, 활동은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니다.
두 아들은 ‘농구부’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는데, 각 운동부에는 코치가 있으며 수업 종료 후 매일 연습을 하고 정기적으로 지역 대회에 참가하여 다른 학교 팀과 시합을 치른다. 재능이 뛰어난 학생은 그 종목이 강한 학교로 진학하여 프로 선수(또는 국가 대표)가 되는 길을 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고교생이 학교 수업 종료 후 자율 학습 또는 학원에 가지 않고 部活動(클럽 활동)을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나가사키시 외곽에 지역 명문고(우리나라의 '자사고'와 유사함)가 있는데 그 학교에서도 部活動이 활발하다.
다시 야구팀 숫자 이야기로 돌아오면,
일본 중고등학교의 部活動은 필수적인 학교 생활이기 때문에 전국의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고, 인기 종목인 '야구부'는 거의 모든 고등학교에 있기 때문에 일본 고교 야구팀 수가 많다고 추론할 수 있다.
더불어 일본의 학생들은 중학교 시절부터 部活動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그 체육 활동이 고등학교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졸업을 하면 자신만의 체육 특기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대학생인 두 아들은 지금도 농구를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
운동 감각이 없더라도 6년 동안 진심으로 한 종목을 계속 운동하면 상당한 수준의 체육 특기가 되지 않을까? 이 특기가 사회로 진출해서도 이어져서 일본의 사회인 체육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운동 감각이 없어 잘하는 스포츠가 없는 나에게는 부러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