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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5도 2촌 -도색하기 1

부엌 창문은 산토리니 블루라고 우기기

by 해나 이미현

지금은 온갖 꽃들 차지가 뒷마당엔

전 주인이 심은 부추가 자라고

부지런한 부모님께서 고구마를 심고

우리는 우라의 로망대로 고추 모종을 줄줄이 사다 심었었네 .


사진 속 창밖 풍경이 해마다 달라지는 동안 심플했던 5도 2촌 생활에 머무르는 동안 불편하지 않으려고 하나씩 하나씩 옮기고 늘린 잠이 가득하다.


북쪽 마당으로 향한 창! 알루미늄 차가운 스틸의 느낌도 싫고 해묵어 켜켜이 쌓인 먼지를 닦아도 해결되지 않아

과감히 로열 블루를 칠해 놓고 가 본 적 없는 산토리니 느낌 난다고 우겨본다.


리폼한 화이트 싱크대와 어우러지니 나름 괜찮다. 광목에 귀여운 레이스 재봉틀로 드르륵 박아 잔잔한 여뀌꽃 그려 오죽을 잘라 걸어 주었다.


헌 집이라 셀프 리모델링이라 엉성하고 어설퍼도

내 맘대로 해보는

소소한 성취감에 뿌듯한 하루


낡은 집은 하얀 도화지처럼

그려 보고 칠해 볼 수 있으니 좋구나.

하하하


열린 대문으로 계속 오가는 이웃들은 우리가 하는 짓을 재밌어한다.


"집을 지어야 한다. 못쓸 건데 이 집은"

"확 밀어 버리고 지어라"

"그 색깔로 칠할거가? 회색이 낫다"

"자꾸 뭘 그래 그리노?" 궁금해하고 관심 갖고

한 마디씩 던지는 것도 여전하다.


그러라 그래

그러거나 말거나

그것조차 인정인 것을

시골은 그리 아직 관심과 정이 살아있다.


인사 잘 하고

먼저 다가가고

들어주면 다 된다.


실험과 선택은 결국 내 거니까.

내 집은 내 맘대로

색칠이라도 내 맘대로


찾아온 동생들과 언니들은

"알록달록 해나 취향이네"한다.

그래 이왕이면 희미하고 흐린 느낌보다 산뜻한 색감이 더 좋다.


옆지기도

"깨끗해 졌네 좋다"

하니 되었다.






#셀프리모델링

#5도 2촌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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