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효자손
나이 들어간다는 걸
서글프다고 이야기하는 친구
쉰 고갯길 너머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가면 낯설고 무서운 이름 갱년기를 만난다.
열이 확 올랐다가 내렸다가
땀샘도 얼굴 쪽으로만
고장이 난 수도꼭지마냥 줄줄줄 폭발해 민망해지는 상황
옆지기는 갱년기가 제일 무섭고 이길 수 없는 말이라고 한다. 나의 무서운 갱년기 변덕에 최대의 피해자가 되었다.
낯선 그 화닥임은 불면의 밤을 부르고
양 몇천마리를 세어도 말똥해지는 머리
호르몬의 장난이라 하니
병원 처방을 좀 받아 볼까 했더니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니 그 약은 먹지 말라 한다.
동생은 약이 아닌 우유 바탕의 수면제를 권해준다.
쉬운 건 아니다.
그래서 더 움직인다
그래서 옷도 가볍고 감기지 않은 것들로 채워진다.
채워진 것들도 갑작스런 변덕으로 버린다
까닭없이 서럽고 이유있는 설움으로 펑펑 울기도 한다.
화닥임은 까닭없는 화로 설움으로 컨디션도 기분도 널을 뛴다.
어느날 문득 이길 수 없다면 싸우지 말고 받아들이자고 타협을 결정했다.
다시 온 청춘 꽃년기로 생각하자고
아이는 성장해 제 갈길을 향해 독립했고
나의 시간은 오롯이 내 것이 되어
하고픈 걸 즐거이 하니
더할 나위 없다고
그렇다고 갑작스런 화닥임이 불면이 사라진건 아니다
다만 더 잘 자려고 더
산책하고 걷고 운동하고 움직이고 꽃보고 글 쓰고 그리고
나누고 있다.
퇴직도 생각해보는 인생길 이 고갯길 즈음의 필수품
꽃중년부터 노년엔 피부도 수분이 적어지니 가렵다 그래서 수학여행가면 부모님 선물로 상인들이 이걸 권했었나 보다.
좋아하는 벗님들 주려고
그려본다. 마음의 널을 다스려 본가.
내 마음도 순해진다.
꽃을 보고 그녀들도 꽃년기를 꽃처럼 우아하게 보내길. 안녕하길 바래본다.
내겐 너무 아까운 그녀들과 내가
내겐 너무 이쁜 그녀들과 나도 잘 지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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