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카페 속 앳된 얼굴의 커플.
얼굴에 흐르는 윤기가 반지르르하다.
남자 친구는 군인이자 여자 친구는 곰신이었다.
마주 보고 앉지 않고 큰 의자에 양 옆으로 앉은 그들.
서로의 몸을 바짝 밀착시켜 틈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떨어져 있었던 시간만큼 서로의 온기를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었을 것이다. 괜스레 텅 비어 있는 내 주변 의자들 위로 쌓여가는 먼지가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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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라 들어온 중년의 부부.
아침에 가벼운 산책을 다녀온 것 같아 보였다. 남편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어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따뜻한 커피 두 잔과 꾸덕한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
마주 보고 앉지 않고 큰 의자에 양 옆으로 앉은 그들이었다. 어깨가 꼭 달라붙은 커플보다는 간격이 있었지만 서로 간의 눈 맞춤은 그들의 사랑을 단번에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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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뒤 들어온 여자 2명.
그들은 아주 절친한 친구 같았다. 마주 보고 앉은 그들은 그간 보지 못했던 시간만큼의 이야기보따리를 푸느라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컵잔에는 물기가 가득 찼고 비 온 뒤 물웅덩이 같은 자국이 뚜렷하게 남았다. 의자에 등을 붙이지 않고 테이블에 손을 바쳐 몸을 지탱한다. 서로 간의 간격을 최대한 좁힌 후, 한 글자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신경을 귀로 집중시켜 대화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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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카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엄마와 딸.
딸아이는 6살 정도로 보였다.
엄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딸은 달달한 사과주스.
옆자리 절친한 여성 둘처럼 마주 보고 앉았다. 엄마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지니 달짝지근한 냄새가 그들을 감쌌다. 등받이에 허리를 바짝 기대어 휴대폰 카메라를 킨 엄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예쁜 딸의 사진을 찍으며 이 시간을 영원히 간직한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딸은 엄마 품에 안겨 머리를 비비며 어리광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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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늘 의문을 가졌던 터라 사랑의 정확한 생김새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던 사랑을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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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정말 소중하고 귀중한 것은 우리가 필사적으로 감추고, 보이지 않는 것처럼 사랑도 그러한 것이었다. 공기처럼 보이지 않지만 늘 곁에 존재하면서 세상에 따뜻한 색깔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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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단어에 특별함을 묻히고 싶었던 나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고 무감각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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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다양한 인종이 함께 공생하는 것처럼 사랑도 여러 종류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그 사랑마다의 분위기, 온도, 거리는 다 다르지만 그 본질의 시작은 마음 깊숙이 싹을 틔운 사랑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