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아 Nov 24. 2022

반복되는 일상

쳇바퀴라도 굴려봐

버스-학교-집

몇 개월 간 변함없이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중이다. 정수리가 지글지글 끓던 여름은 이제 온데간데없고 텅 빈 목덜미에 찬바람의 방패가 되어줄 목도리를 두른다. 벌써부터 거리에는 반짝이는 조명들로가득하고 형형색색의 불빛은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며 신호를 보낸다.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었다.  

-

모든 게 지겨웠다. 버스 안 유일한 취미인 창문 밖을 바라볼 때면, 항상 그 자리에 나무가 있었고 늘 이쯤에서 터널을 지난다. 한숨 자고 일어나도 감흥 없는 익숙한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납작해진 엉덩이를 들고일어나 발을 내딛면 보이는 커다란 기숙사, 매주 보는 친구들과 멍 때리며 듣는 수업. 특별할 거 하나 없는 나날의 반복이었다.

-

어릴 적 햄스터를 키웠다. 동네 친구에게서 받아온 햄스터는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지고 있어 이에걸맞게 "초코"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초코를 키우기 위해선 먼저 그의 보금자리가 필요했다. 5평 남짓되는플라스틱 통을 준비해 두둑이 톱밥을 깔아주었고 플라스틱 모서리 쪽에 물과 해바라기씨를 한 움큼 쥐어주면 금세 초코만의 집이 완성되었다.

-

초코는 누구의 방해도 없이 피곤하면 몇 시간이고 퍼질러잤다. 일어나 배가 고프면 해바라기씨를 양볼가득 숨겨놓고 본능에 따라 배설하며 다시 잠에 든다. 몇 달 동안 변함없는 초코의 일상이었다. 무더운 여름날, 찜질방 같은 방에서 피신해 에어컨이 있는 거실에서 잠을 잔 적이 있었다. 조용한 새벽에 갑자기 달달거리는 반복적인 소리에 잠에서 깼다. 소리의 근원을 찾고자 온 신경을 곤두선 결과 내 두 눈은 초코의 집 앞에서 멈춰 섰다.

-

달달거리는 소리와 함께 분주하게 돌아가는 쳇바퀴. 가족이  자는 야심한 새벽 슬그머니 앞발을 올려 쳇바퀴에 몸을 싣는 초코였다. 똑같이 흘러가는  속에서 그도 쳇바퀴를 굴리는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일상을 색칠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

어제 아침을 걸렀다면 오늘은 두유를   마시고 나갔고, 학교에 있었던 , 화는 사랑스러운 동생을 보지 못했지만 수요일에는 애틋하게 만났다. 일주일간 보지 못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토요일 점심을 함께했고, 일요일엔 해외에 있는 언니와 안부를 묻고자 영상통화를 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은 없었다.

-

"쳇바퀴 같은 인생"이라고 하면 온갖 지루함이 묻어 나오지만, "쳇바퀴 라도 굴리는 인생"이라고 한다면 삶을 개척해 나가는  같지 않는가.  다르고  다르듯 일상  사소하게 일어나는 일들이 그날 하루의 기분을 좌우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저 흘러가는 인생을 따분하게 느끼기보다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며 발상을 바꾸어본다.

-

쳇바퀴 라도 굴려서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유의미하게 쓰기 위해 침대에 누워 글이라도 쓰는 나다.

작가의 이전글 퇴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