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바라보는 인간과 세상의 민낯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by 송민경

일단 저는 이 책을 두껍기는 하지만 재미있겠다 싶어서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요. 생각보다 너무 길어서 놀랐습니다. 읽어도 읽어도 진도가 안나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후반부로 가면서 고양이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며 더 흥미롭게 읽기도 했는데요. 지금부터 리뷰 들어가보겠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일본의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905년 러일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일본이 들떠 있을때, 작가는 차가운 일침을 날리기도 하는데요.

그런 시선이 반영된 고양이가 나와 고양이의 시선으로 일본 사회와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어요.

길고양이인 이 책의 주인공 '고양이'는 영어 교사인 구샤미의 집에 눌러 앉으며, 그의 가족과 친구들을 관찰하고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재미있으면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기록합니다.


인간 세상의 위선과 허위를 꿰뚫어 보는 고양이

고양이는 구샤미 선생과 그의 친구들을 관찰하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구샤미 선생은 어리석고 게으르고 누구보다 위선적이지만, 그는 자신이 개념있는 교양인인 줄 알죠. 고양이는 그를 가까이서 관찰하면서 어떤 판단을 하기보다 행동 묘사를 통해 그의 위선을 재치있게 까발립니다. 그리고 선생을 자주 방문하는 다양한 지인들과 얽히며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지는데요. 매사가 가볍고 실없는 소리를 하는 메이테이, 결혼을 위해 쓸데없어 보이는 개구리 눈알에 대한 박사 논문을 준비하려는 간게쓰군등의 인물들을 통해 개화된? 돈이 중요해지면서 미덕이 희미해지는 일본의 소외된 집단을 표현해냅니다. 이들 루저 그룹은 신규 대세 세력인 사업을 통해 큰 돈을 벌어들인 가네다씨를 경계하며 묘한 대립을 이어가는데요. 고양이는 이런 인물들을 관찰하며 ~ 다 똑같은 것들이 서로 똥이냐 된장이냐, 도토리 키재기 하는 것에 어이없다는 듯 비꼬는 부분이 재미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지만 고양이 시각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인데요. 고귀한척 하지만 결국은 유치하고 천박한 행동을 하는 인간의 본성과 세상의 위선을 들추며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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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인간이라는 족속은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여 다들 우쭐거리며 거만하게 군다. 인간보다 좀 더 강한 자가 나와 혹독하게 다루지 않는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거만하게 굴지 모른다.-P25


인간이라는 족속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애써 입을 놀리고, 우습지도 않은 이야기에 웃고, 재미있지도 않은 이야기에 기뻐하는 것 말고는 별 재주가 없는 자들이라고 생각했다.

내 주인이 방자하고 속 좁은 인간이라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는 말수가 적어 어쩐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은 것 같았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 째문에 얼마간 두려운 느낌도 들었으나, 지금 이야기를 듣고 나자 갑자기 경멸하고 싶어졌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나누는 담소에서도 경쟁심이나 승부욕은 언뜻언뜻 내비치는데,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그들이 평소에 욕을 해대던 속물들과 한통속이 되고 말터이니 고양이인 내가 봐도 딱하기 짝이 없다.-P109


인간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법칙 제 1조는 이런 것이라고 한다.

모름지기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동안에는 사랑해야 한다.-P339


지구가 지축을 회전하는 것은 무슨 작용인지 모르겠으나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분명히 돈이다. -P405


먼 옛날 자연은 인간을 평등한 존재로 만들어 세상에 내보냈다. 그러므로 어떤 인간이라도 태어날 때는 벌거숭이인 것이다. 만약 인간의 본성이 평등에 만족하는 존재라면, 마땅히 벌거숭이인 채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벌거숭이 한 사람이 말하길, 이렇게 모두가 똑같다면 공부를 할 이유가 없다. 애써 노력한 대가가 없다. 어떻게든 나는 나다, 누가 봐도 나라는 점이 눈에 띄게 하고 싶다. 그러니 누군가가 보고 앗 하고 깜짝 놀랄 만한 것을 몸에 걸쳐보고 싶다. ~

나는 너와 달라, 하며 활보하는 대신에 옷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러한 심리에서 일대 발견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건 다른 게 아니다. 자연은 진공을 꺼리는 것처럼, 인간은 평등을 싫어한다는 것이다.-P347


메이테이 선생은 주인이 고집을 부릴수록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주인은 자신이 고집을 부릴수록 메이테이 선생보다 대단해진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이렇게 종잡을 수 없이 엉뚱한 일이 간혹 있다. 끝까지 고집을 부려 이겼다고 생각하는 동안, 그 사람의 인간적 가치는 뚝 떨어지고 만다. 고집을 부린 당사자는 죽을 때까지 자기 체면을 세웠다고만 생각하고, 그때 이후 사람들이 경멸하며 상대해주지 않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행복한 사람이다. 이런 행복을 돼지의 행복이라 부른다고 한다.-P461


사회는 어쩌면 미치광이들이 모여있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미치광이들이 모여 맹렬히 싸우고 서로 으르렁거리고 욕을 퍼붓고 빼았고, 그 전체가 집단적으로 세포처럼 무너졌다가 다시 솟아나고 솟아났다가 다시 무너지며 살아가는 곳을 사회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중에서 다소 이치를 알고 분별이 있는 놈은 오히려 방해가 되니 정신병원을 만들어 거기에 가둬둔 채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자는 보통 사람이고, 병원 밖에서 날뛰고 있는자가 오히려 미치광이다.-P465


지금 세상에 유능하다는 사람들을 보면, 거짓말을 하여 사람을 꾀는 일, 눈 감으면 코를 베어갈 만큼 약삭빠르게 행동하는 일, 허세를 부리며 남을 위협하는 일, 마음속을 떠보고 함정에 빠끄리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중학교에 다니는 소년들까지 보고 배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력을 떨칠 수 없다고 잘못 알고 있고, 마땅히 낮을 붉혀야 할 일을 당당하게 하면서 자신을 미래의 신사라 여기고 있다.-P487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는..

고양이는 사람과 세상을 관찰하며 그들의 행동을 날카롭게 비판해 내지만, 결국 그들 역시 하나의 연약한 인간일 뿐임을..연민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해요. 완벽하게 보이려, 새로워진 세상에 완벽 적응한 척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초라함과 열등감을 감추고 싶고,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슬픈 완벽할 수 없는 인간들을 안타까워 하는 시선도 함께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다들 애를 쓰며 살아가는 것, 안된 사람들인 거죠.



무사태평해 보이는 이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P612



또한 나쓰메 소세키의 책들은 한결같이 화려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항상 무언가의 절제된 미?를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요. 곳곳의 일본 특유의 시대적 정서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표현들이 이 책을 읽을 가치를 느끼게 해주었고, 어쩌면 따듯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봄날은 어제처럼 저물고 때때로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들이 부엌에 있는 낮은 장지문의 찢어진 틈새로 날아들어, 들통 속에 떠 있는 벚꽃 그림자가 흐릿한 부엌용 등불에 하얗게 보였다.-P260



인간보다 한수 위인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책,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분들이 본다면 더 이입해서 보실 수 있을것 같아요. 혹시 내가 키우는 고양이가 나를 관찰하고 있는 게 아닌지~ 귀여운 의심을 해볼 수 있을 것도 같구요. ㅎㅎㅎ

1905년의 일본과 2025년의 한국 역시 다를게 없을 것 같은데요. 진리와 미덕이 주류가 아닌 위선과 허영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어떤 가치를 따르며 살아갈 것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25년의 고양이라면 우리의 어떤 점들을 비판하고 있을지 상상해 보면서~ 고전 문학을 재미있게 읽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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