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 -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는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중에서 가장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요. 읽을 때는 전혀 감이 안오더라구요. 그런데 글을 쓰기 위해 의미를 정리하면서 왜 그런지 알겠더라구요. 생각보다 철저하게 의도되어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임을 알 수 있었어요. 등대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1920년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여진 작품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며, 중간중간 다양한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의 생각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집중해서 읽어나가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ㅠ
가장인 램지씨는 합리적이고 다소 냉철한 철학자이며, 램지 부인은 다정다감한 여성이자 친근한 엄마로 그들은 8명의 아이들을 두고 있죠. 그리고 주요 인물로는 시니컬한 친구이자 학자인 찰스 탠슬리 그리고 식물학자 윌리엄 뱅크스와 화가 릴리 브리스코가 등장합니다.
등대로는 램지가족 중심으로 펼쳐져요. 이야기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1부 '창문'에서는 램지 가족과 친구들은 헤브리디스 군도의 작은 해변에 위치한 스카이 섬의 별장에 모여 휴가를 보내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1부는 램지 부인 중심으로 다양한 등장 인물들의 각각의 내면을 왔다갔다 다소 밝은 내용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2부 '시간이 흐른다' 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중심으로 램지 가족과 손님들이 별장을 떠나고 세월이 흐르는 것을 영화의 몽타주처럼 묘사합니다. 마지막 3부 '등대'에서는 10년의 세월이 흐른뒤, 릴리의 의식을 중심으로 전개가 되고 있는데요. 그러면 이제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를 제대로 함께 같이 읽어보도록 할게요!
1부는 램지부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데요. 램지 부인은 모든 이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녀는 특유의 따듯함과 사랑으로 아이들에게는 편안함을 남자들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며 아름다운 역할을 자처 모두에게 사랑받지만, 정작 본인의 심리는 편안할 수 만은 없는데요. 주위를 환하게 만들고 특유의 포용력으로 사람들에게 활기를 주는 그녀지만, 정작 자신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있어도 늘 답답함과 외로움을 느끼는 등 감정적인 피로들이 쌓이고 어떤 무게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그녀의 내면이 삶의 어려움들과 그녀에게 가해지는 삶의 위협들에 대해 표현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녹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램지 부인은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상을 대표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로 말하자면 어머니, 혹은 자신의 윗세대의 포장된 여성상의 부조리함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여자였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일로 사람들이 온종일 그녀를 찾아왔다.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달랐고, 아이들은 자라고 있었으며, 그녀는 이따금 자신이 인간의 감정들로 적셔진 스펀지에 불과하다고 느꼈다.-P58
램지 부인은 마치 꽃잎을 하나씩 접는 것처럼 스스로를 접는 것처럼 보였고, 몸 전체가 지쳐 쓰러졌다. 그래서 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일 만큼의 힘밖에는 없어, 힘의 고갈에 섬세하게 스스로를 맡기며 그림 형제의 동화책 위로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 사이 최대의 폭으로 확장되어 이제 살며시 고동치기를 중단하는 샘물의 맥박처럼 성공적인 창조의 환희가 그녀 내부를 고동치며 지나갔다.-P69 (희생, 아이러니)
그때 갑자기 그녀가 들어와서 잠시 조용히, 그리고 파란색 가터 훈장 리본을 두르고있는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을 배경으로 꼼짝않고 서 있었는데, 그 순간 문득 그는 그녀가 자신이 본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눈 속에는 별들이, 머리칼 속에는 베일이, 시클라멘과 야생 제비꽃을 꽂은 - 그는 무슨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녀는 적어도 쉰은 되었고, 아이들이 여덟이었다.-P27
어쨌든 그녀는 대체로 힘들이지 않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예컨대 조지 매닝과 윌리스 씨의 경우에도 그랬다. 그들은 유명한 사람들이었지만 저녁이면 조용히 그녀에게 와 난롯불을 쬐며 그녀와 단둘이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자신이 아름다움의 횃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어느 방에 들어가더라도 그 횃불을 똑바로 치켜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쨌든 그녀가 그것을 베일로 가려서 단조로운 몸가짐에 움추러들지라도, 그녀의 아름다움은 분명했다. 그녀는 예찬을 받았었다. 그녀는 사랑을 받았었다. ~
남녀 모두 세상사를 잊고, 그녀와 더불어 단순함이 주는 안도감을 느꼈었다. -P74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이야기의 메인 테마는 등대 입니다. 램지 부인의 아들 제임스는 등대에 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제임스는 날씨가 좋지 않아 등등의 핑계로 못갈 것이다..라고 비관적인 대응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램지부인은 그것이 못마땅합니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질 거고 등대에 갈 수 있을거라고 위로해요. 이렇게 등대라는 소재로 '가고 싶다'와 '못 갈 거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이 부분에서 저는 사무엘 바카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생각 나기도 했어요. 적극적으로 움직일 생각은 없이,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그런 자세요. 고도는 어떤 이상향을 가리킨다고 하기도 하는데, 여기서의 등대 역시 같은 의미인것 같아요. 삶의 이상향 혹은 삶의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삶의 이상향, 나의 존재의 의미를 등대한 비유 말이죠.
결국 램지 부인의 죽음 이후 시간이 흐르고, 램지씨와 아이들은 등대에 도착하기는 하는데요.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상을 뒤로하고, 여자들에게 새로운 길,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입장에서 등대는 바로 글을 쓰는 여자, 모든 것들을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여자 사람을 의미했을 것 같아요.
"등대에는 못가, 제임스" 그가 말했다. 그는 창가에 서서 어색하게, 하지만 램지 부인에게 경의를 표하느라 목소리가 적어도 상냥하게 들리도록 부드럽게 하려고 애쓰면서 말하고 있었다.
밉살스런 사람 같으니, 왜 계속 저런 말을 하는 것인가. 하고 램지 부인은 생각했다.
"잠에서 깨면 햇빛이 반짝이고 새들이 노래하는 걸 보게 될 수도 있어." 그녀는 남편이 날씨가 좋지 않을 거라는 신랄한 말로 어린 아들의 기를 꺽은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의 머리칼을 어루만지며 연민을 갖고 말했다. 이 등대행이 아들의 열정임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내일 날씨가 좋지 않을 거라고 신랄하게 말한 것이 모자리기도 한 것처럼 밉살스러운 이 남자는 굳이 그 말을 되풀이했다.-P29
결국 릴리는 버지니아 울프가 되고자하는 여성상인 거죠. 릴리는 결혼도 거부, 남자들에게 억지 공감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그 당시의 신여성입니다. 릴리 역시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그림이 구석에 처박히면 어쩌지? 하며 그림에 대한 고민을 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램지네 가족의 일부가 등대에 도착하고, 그 일은 그녀 역시 어떤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됩니다. 남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이겨내고, 정해진 기존의 가치 대로 사는 것을 거부하는 것. 기존과는 분명히 다른 새로운 여성적인 삶을 살며 전통적인 양식과 구분되는 그림 혹은 글을 쓰는 것이죠. 그리고 확신에 찬 상태에서 그림을 완성하며 주체적인 여성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녀는 찰스 탠슬리가, 여자는 그림을 그릴 수 없어, 글을 쓸 수 없어, 라고 말하곤 했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녀가 바로 이 지점에세 그림을 그릴 때 그가 그녀 뒤로 와 옆에 바싹 다가섰는데, 그것은 그녀가 정말 싫어하는 행동이었다.-P273
여전히 참을 수 없는 것은 그녀의 어린 시절에 독을 주입하고 심한 폭풍우를 일으켜 지금도 그녀가 분노에 몸을떨며 한밤중에 잠이 깨어 떠올리는, "이것을 해라, 저것을 해라"라고 명령하는 그의 오만함과 "내게 북종하라"라는 그의 지배력의 조악한 맹목성과 폭정이라는 생각을 하며, 똑바로 앉아 매컬리스터의 아들이 다른 물고기의 아가미에서 바늘을 빼내는 것을 지켜보았다.-P290
자신이 무엇을 하든, 사업을 하든, 은행원이나 법정 변호사로 일하든, 어떤 기업체의 대표가 되든, 자신이 폭정과 전제주의라고 말하는 것과, 사람들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게 만들고 말할 권리를 잘라버리는 것과 싸우고, 추적해 박멸하고 싶었다. 그들 중 누가 아버지가, 등대에 가자, 이것을 해라, 저것을 가져와라, 라고 말할 때 하지만 나는 하지 않겠어요, 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P314
등대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구도 삶에 대한 어떠한 확신도 없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1부에서 램지 부인의 초록색 숄부터 삶의 곳곳에 초록빛 등의 초록 느낌 컬러들의 반짝임들을 표현하며,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떤 희망들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되었어요. 그리고 2부부터는 황폐해진 별장등을 이야기하며 회색 느낌의 컬러 표현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러다 3부에서는 램지씨와 아이들이 등대에 도착하고, 다시 초록빛들이 등장하며 릴리는 붓을 들고 그림을 완성합니다. 그녀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녀는 그림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고, 그녀만의 비전을 갖게 되었음을 선언하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느 시대건 부조리한 면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서 어머니의 사랑과 같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랑과 행복과 함께 살아가게 되고,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지인의 죽음, 전쟁, 예기치 못한 어려움 등이 생길 수 밖에 없어요. 이럴때 절망을 이기는 힘은 무엇일까요? 바로 나의 길 개척하며 나의 삶의 의미를 발견할때 입니다. 그렇게 삶의 의미를 통해 우리는 희망을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된다는 거죠.
그녀는 뭔가 다시 생각난 것처럼 재빨리 캔버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거기에는 그녀의 그림이 있었다. 그랬다, 그림에서는 모든 초록색과 파란색 선들이 달려 올라가고 가로질러 가면서 뭔가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다락방에 걸리게 될거라고, 파괴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문제인가? 그녀는 붓을 다시 쥐며 생각했다. 그녀는 계단들을 바라보았다. 텅 비어 있었다. 그녀는 캔버스를 바라보았다. 흐릿했다. 갑자기 그녀는 강렬하게, 마치 그것을 한순간 명확하게 본 덧처럼 그녀는 그림의 한가운데에 선을 하나 그렸다. 완성됐다. 끝났다. 그래, 그녀는 극도의 피로를 느끼면서 붓을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나는 비전을 갖게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