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
"하밀 할아버지, 왜 대답을 안해주세요?"
"넌 아직 어려. 어릴 때는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이 있는 법이란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이 책의 주인공 모하메드, 모모라고 불리는 아이는 로자 아줌마네 살고 있는 버려진 아이에요. 로자 아줌마는 과거에 창녀였고, 엄마가 창녀인 아이들을 맡아서 키우며 근근히 살아갑니다. 모모는 그렇게 사랑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빅토르 위고의 책을 늘 들고 다니는 하밀 할아버지에게 질문을 합니다. 할아버지는 부끄럽지만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대답해 주고요.
맞아요. 모모는 태생부터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 주변 환경 또한 하층민에 속하죠. 로자 아줌마 역시 유태인으로 수용소 경험까지 있습니다. 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이웃 롤라 아줌마 역시 여장 남자로 몸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죠. 로자 아줌마가의 주변 사람들, 엘레베이터가 없는 7층 아파트 주민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세상에는 못생기고 가난하고 늙은데다가 병까지 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나쁜 것은 하나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불공평하잖아요.-P248
모모는 자신의 주변에 사랑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기만 하구요. 모모는 관심과 사랑에 굶주려 똥을 여기저기 싸지르거나 성가신 행동을 하기도 해요.. 이런 저런 방황을 하기도 하지만,
로자 아줌마의 몸이 아프기 시작하자 덜컥 겁이나기 시작하고 자신이 로자 아줌마를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아요. 로자 아줌마 역시 모모를 특별히 아끼고 사랑했음을 인정하게 되구요. 내 주변에 사랑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모모와 로자 아줌마는 서로 깊이 연결되고 끈끈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관계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모와 로자 아줌마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하층민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들의 사랑은 로자 아줌마와 모모를 더욱 특별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들어 주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나는 더이상 기웃거리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내게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로자 아줌마 곁에 앉아 있고 싶다는 것. 적어도 그녀와 나는 같은 부류의, 똥 같은 사람들이었으니까. -P256
"네가 내 곁을 떠날까봐 겁이 났단다. 모모야. 그래서 네 나이를 좀 줄였어. 너는 언제나 내 귀여운 아이였단다. 다른 애는 그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네 나이를 세어보니 겁이났어. 네가 너무 빨리 큰 애가 되는 게 싫었던 거야. 미안하구나."-P261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P279
사실 우리의 삶은 고귀한 거잖아요. 누구나 다 허투로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을 거에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소중하고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닐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소중한 삶을 우리가 어떠한 태도로 채워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비참하거나 쓸데없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그 모습은 세상이 정한 룰일뿐,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사랑한다면, 그런 조건들에서 벗어나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게 된다는 것이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일지라도, 사랑이 있으면 그 누구보다 특별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계속 그녀가 그리울 것이다. ~ 사랑해야 한다.-P311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사랑이라는 특별한 일을 하는 평범한 아니 평범 이하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특별한 일이란, 바로 사랑을 실천하는 것. 우리는 다들 알잖아요. 바쁜 일상에 쫓기고 성공을 쫓으며 사랑, 우정등의 가치를 등한시 하게 되기 쉽다는 것을요. 혹은 우선순위가 밀려 나중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그 사람이 멋지고 훌륭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그 사람이기 때문에.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고 망상에 빠지고 세상 제일 우수운 꼴을 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사랑을 실천한다면 특별해질 수 있다는 거에요. 결국,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아니 사랑 없이 살 수도 있지만, 그 삶은 공허해지기 쉽습니다. 나의 삶이 아름답고 특별해지고 싶다면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죠.
사랑해야 한다.
자기 앞의 생은 사랑하기가 너무 어렵고, 상처받을까봐, 나의 것을 잃어버리고 손해볼까봐 두려워하는 나약한 마음에 문을 두드린다. 너의 안에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삶은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가난하고 공허한 것일지도 모른다고.-P370
김지수 조선비즈 기자가 묻고, 이 교수가 답한 인터뷰집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이 교수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존경은 받았으나 사랑은 못 받았다. 그래서 외로웠다. 다르게 산다는 건 외로운 것"이라고 회고한 것을 보았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진정한 친구가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실패자라고 이야기 하신것 같더라구요. 이 인터뷰 내용을 보며, 진정한 성공한 삶은 진정한 사랑과 우정임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어요. 내가 부족해도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가장 성공한 삶임을 알게되었고, 나 역시 주변에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게는 친구가 없다. 그래서 내 삶은 실패했다. 혼자서 나의 그림자만 보고 달려왔던 삶이다. 동행자 없이 숨 가쁘게 여기까지 달려왔다. 더러는 동행자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경쟁자였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