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 존 윌리엄스
이번에는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읽었습니다. 사실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ㅠㅠ 그리고 최근 새벽에 PT를 받느라 정말 오랜만에 연재를 하게 되었어요. 이제 다시 열심히 올려보도록 할게요. 새벽에 문학읽기가 너무 그리웠어요.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최근에 바쁘기도 하고, 이 책을 좀 오래 붙잡고 읽게 되었는데요. 사실 소설은 오래 읽는게 비추거든요. 오랜만에 읽기 시작하면, 앞에서 나온 인물들이 생각이 안나면서 연결이 잘 안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요. 그런데 이 책은! 오래 지나 읽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만큼 나오는 인물도 사건들도 굉장히 평범하거든요. 기억해야할 것들이 많지도 않은 편이구요
이 소설은 주인공인 윌리엄 스토너라는 한 남자의 삶을 이야기 합니다. 시골에서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19살에 부모님의 뜻에 따라 농사를 배우러 농과 대상으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합니다. 그러다 2학년 문학 쪽으로 전공을 바꾸고 대학에서 문학 강사가 됩니다.
"모르겠나, 스토너 군? 슬론이 물었다. " 아직도 자신을 모르겠어? 자네는 교육자가 될 사람일세."
갑가지 슬론이 아주 멀게 보였다. 연구실의 벽들도 뒤로 물러난 것 같았다. 스토너는 자신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질문을 던지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 정말이십니까?"
"정말이지." 슬론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런 걸 어떻게 아시죠?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 군" 슬론이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아주 간단한 이유지."
그는 학생의 입장으로 강의를 들을 때 해방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그런 수업에서는 아처 슬론이 수업 중에 처음 그에게 말을 걸었던 그날처럼, 그 자신이 순식간에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던 그날 처럼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강의에 빠져들어 문학의 본질을 이해하고 문학의 힘을 파악하려고 씨름하면서 자신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인식했다. -P39
그러던 어느날, 문리대 학장의 퇴임 리셉션에서 우연히 이디스를 만나고 한눈에 반하고 결혼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는데요. 이디스는 스토너가 상상했던 자신과 맞는 좋은 여자는 아니었던 거죠. 그렇게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지만 딸(그레이스)도 하나 낳아요. 이 부분에서 많은 독자들이 답답해 하는데요. 이디스는 이기적인 결혼 생활을 하며 스토너를 일부러 괴롭히는 모습이 나오거든요. 계속 당하기만 하는 스토너가 답답하고 안쓰러워서, 이디스가 당하게 되는 반전을 기대하며 읽게 되기도 하더라구요.
한 달도 안돼서 그는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1년도 안 돼서 결혼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그는 침묵을 배웠으며, 자신의 사랑을 고집하지 않았다. -P105
그에게 삶의 낙은 오로지 딸과 일 뿐이었습니다. 문학에 대한 열정과 딸에 대한 사랑으로 살아가던 중, 눈에 띄는 학생이 생기는데요. 그는 그의 강의를 들었던, 캐서린 드리스콜과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진짜 사랑을 그떄서야 깨닫게 됩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편안했고, 생각과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끼죠.
그러나 그들의 행복했던 사랑은, 결국 불륜. 학교에 소문이 나며 헤어지게되고 스토너는 또 한번의 좌절과 아픔을 맛보게 되죠. 그리고 그의 딸 그레이스도 이디스의 강압적인 양육방식에 비뚤어지고 있었구요.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 P270
그런데 스토너는 그 어느것에도 반기를 들지 않아요. 계속 묵묵히 참는 모습만 보이는데요. 캐서린과 헤어지고, 그레이스를 망치는 이디스의 양육을 방치 합니다. 스토너가 판을 뒤집는 반전은 끝까지 없더라구요.
그리고 예순이 넘은 스토너. 그동안 너무 참은 탓일까요..정년 퇴직을 앞두고 암에 걸립니다.
맞아요. 어떻게 보면 이런 고구마 같은 소설도 없습니다. 주변의 인물들은 갈수록 이기적이고 스토너를 괴롭히지만, 스토너는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하며 참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다른 관점이 보이더라구요. 그는 자신이 무언가에 열정을 가진 순간 엄청난 추진력을 보인다는 것을요. 그는 자신의 이익을 따지거나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열정에 따라 행동합니다. 그런 순수함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어요. 때로는 무모하기도 하고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는 자신의 열정이 향하는 방향대로 움직이는 삶을 살아요. 그 행동이 모두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그 실패까지도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돈이나 쾌락이 목표가 된 적이 없는 그의 삶. 그래서 그의 순수함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평범해 보이는 삶이었지만, 그는 순수한 열정이 이끄는 대로 살아갔고, 설령 실패를 마주할 때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 자신은 예순이 되었으므로 그런 열정이나 사랑의 힘을 초월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초월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초월하지 못할 것이다. 무감각, 무심함, 초연함 밑에 그것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강렬하고 꾸준하게. 옛날부터 항상 그곳에 있었다. 젊었을 때는 잘 생각해 보지도 않고 거리낌 없이 그 열정을 주었다. 아처 슬론이 자신에게 보여준 지식의 세계에 열정을 주었다. 그게 몇 년 전이더라? 어리석고 맹목적이었던 연애시절과 신혼 시절에는 이디스에게 열정을 주었다. 그리고 캐서린에게도 주었다. 그때까지 한 번도 열정을 주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 있어. -P350
특히 그의 마지막은 정말 애잔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져서, 이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았는데요. 그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쫙 스쳐 지나가는데, 죽는 순간까지도 순수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그에게 '정말 고생 많았다'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기도 했어요.
넌 무엇을 기대했니?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얼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그의 의식 가장자리에 원가가 모이는 것이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P387
겉보기엔 특별할 것 없는 한 남자의 삶을 그린 소설이지만, 그 평범함 속에서 깊은 울림과 여운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스토너는 정말 지극히 인간적인 삶을 살다 갔죠. 평범하거나 때로는 고단해 보이는 인생이라도,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나 감동을 주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 합니다. 스토너의 이야기가 바로 그런 삶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것 같았어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 우리네 평범한 삶도 충분히 아름답고 의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결국, 스토너의 이야기가 바로 그런 삶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어요. 이 책이 우리 모두의 삶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