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 사랑의 바탕색
어쩌면 오래된 사랑이 우리를 그렇게 악의적으로 만드는 건지도 몰라. 위대한 사랑의 황금 감옥 말이야. 사랑보다 우리를 더 옥죄는 감옥은 없지. 그렇게 오랜 세월 갇혀 있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선량한 사람까지 악의적인 사람이 돼 버려."-P295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대다수의 우리들이 결혼이란 완벽한 사랑의 결실이고, 결혼 후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다~라는 스토리를 믿고 싶고, 그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라이프>지에 '사랑의 과학'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너무 좋아 견딜 수 없는(신혼)기간'은 대략 18개월에서 3년 정도라고 이야기 하는데요. 일상을 함께 하면서 수없이 부딪히고 무뎌지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서로에게 무뎌지게 되는건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해요...이에 더해 권태기가 시작되면..사랑에 대한 의심부터 들기 시작합니다.. 내가 이사람을 사랑하긴 했었나?! 라고 말이죠..그렇게 의심에 의심을 하며 이건 처음부터 사랑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에 혼란스러워지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진정한 사랑을 찾아야 겠다며,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구요..;;
어떤 조사를 보니 우리나라 기혼자중 약 24%가 외도의 경험이 있고, 월급이 7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52%가 외도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권태기로 고민하며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도 하고,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하잖아요.. 이럴 때 현재의 소중한 관계를 망쳐버리기 전에.. 이렇게 사랑과 권태에 대해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있다면, 저는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어요.
먼저 이 책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이라는 책인데요. 일단 민트색의 책이 너무 산뜻하고 예뻐서 소장하고 싶으실 거에요.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시원하고 반짝거리는 표지의 느낌과는 대조적이에요. 찌는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폐쇄적인 바닷가 마을이 배경입니다. 그 마을에 다섯 친구들이 함께 휴가를 보내러 오는데요. 자크-사라 부부, 루디-지나 부부, 독신 다이아나 입니다.
자크-사라 부부, 루디-지나 부부는 평범한 우리들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부인데요. 사랑해서 결혼하고 오랜시간 서로 익숙해지면서 시들시들해진 관계...맞아요. 그들은 서로에게 권태감을 느끼고 있어요. 이 책에서 찌는듯하게 묘사된 무더위가 짜증을 유발한다고 이야기 하는데, 그것이 권태의 느낌을 상징하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서로에게 권태감을 느끼는 자크-사라 부부. 자크는 이미 몇 번이나 바람을 피운 경력이 있었고, 사라는 모르는 척 넘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휴가지에서 장이라는 남자가 등장해 사라에게 호감을 보이기 시작하고, 사라를 흔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서로의 관계와 감정들이 복잡하게 꼬여만 가는데요. 자크는 이를 눈치채고, 장과 사라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으로,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보러가자며 여행을 제안합니다. 여행을 통해 둘을 자연스럽게 떼어놓으려는 것이었죠. 사라는 본인의 감정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루디와의 대화 안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됩니다.
"사랑엔 휴가가 없어.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사랑은 권태를 포함한 모든 것까지 온전히 감당하는 거야. 그러니까 사랑엔 휴가가 없어." 그는 강물을 마주한채 그녀를 보지 않고 말했다.
"그게 사랑이야. 삶이 아름다움과 구질구질함과 권태를 끌어안듯, 사랑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 -P306
그렇게 사라는 새로운 사랑 대신 자크를 선택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권태기는 '사랑이 식은 것이다' 라고 해석하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작가는 책을 통해 '사랑이란 것은 권태까지 온전히 감당하는 것이다'..라고 정의 합니다. 사랑은 항상 설레고 좋을것만 같지만 늘 그렇지 않았잖아요? 너무 좋아하면 그만큼 이별의 아픔이 커지게 되고, 아무리 좋았던 관계도 결국 권태기를 맞이하듯이 말이죠. 결혼해도 상대방이 나에게 영원히 설렜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사실 어렵잖아요. 사랑이란 것, 우리가 생각하는 온갖 좋은 것들로만 구성된게 아니란 이야기에요. 삶은 아름다움과 구질구질한 것을 끌어안고, 행복과 행복 또한 고통을 수반합니다. 모든 것에는 이면이라는 게 있잖아요. 결국 사랑의 베이스, 바탕색은 권태이고 그 안에서 가끔씩 아름답거나 괜찮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생각의 흐름이, 권태기다. →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 외도, 이혼/졸혼을 이야기 하잖아요. 하지만 어떠한 새로운 사랑에도 늘 언제나 누구에게라도 권태라는 그림자가 숨어들게 마련입니다. 모든 것은 양면성이 존재하듯이요. 결국 사랑의 개념 자체가 권태를 포함한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일 테구요. 어떤 관계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의 결점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고,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성숙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살면서 주위에서, 영화에서, 책에서 목격하는 로맨스의 영향으로 관계란 마법과도 같아야 한다고 믿게 된 것뿐이다. 우리는 평생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며 괜찮은 상대를 만나면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 안타깝게도 동화 속 결말은 현실보다 이상에 가깝다. 이상주의자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삶은 골치 아프고 복잡하며 애매모호하다. 사람은 단순하지 않다. 나쁜 사람도 좋은 일을 하고 좋은 사람도 나쁜 일을 저지른다. 우리의 일, 가족, 자녀, 친구 모두 그들만의 결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상대도 마찬가지다. 다이아몬드 조차 흠이 있다. 그것이 바로 현실이다. 나의 관계가 지닌 가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의 관계가 불완전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자. <사랑에 관한 오해 - 개리 르완도스키>
저희 부부는 여러 상담을 통해 배우자를 떠나 더 젊거나 더 잘생기고 예쁜 사람, 더 자상한 사람, 더 부유한 다른 사람을 만난 남녀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거의 예외 없이 현실보다 환상이 더 컸다는 걸 인정했죠. 새로운 사람은 훌륭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문제가 있었답니다.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새로운 문제도 오게 되니까요. 그래서 또다시 "다른 사람과 함께라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될텐데."라고 하게 될 뿐입니다. 사실일 수도 있지만 다른 걸 참아야 할 수도 있어요. 이 사실만은 확실하다고 장담합니다.~지금 있는 것에 감사하게 되면 '좋아 보이는 게 언제나 더 좋은 건 아니라는'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P167 <사소한 것들로 하는 사랑이었다 - 리처드 칼슨>
니체는 결혼은 긴 대화 같아서 결혼할 때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여자와 노년까지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믿는가? 결혼 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일시적이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 대부분은 대화하는 일과 관련될 것이다" 라고 말이죠. 결혼 상대자로 외모나 조건이 아닌, 좋은 친구가 되어 오랫동안 지루하지 않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죠. 결국 이야기가 잘 통하고, 티키타카가 잘 맞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에요.
결국 연인 혹은 부부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관계. 그런 관계가 긴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비결이라고 해요. 친구는 어떤가요. 결점이 있거나 해도 웃고 넘길 수 있고,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서로를 지지해주는 사이잖아요. 자신의 배우자를 친구처럼 생각한다면, 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웃고 넘길 일들이 대부분일 거에요. 그런 관계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게 되겠죠.
장기적인 결혼생활은 이성 관계를 벗어나 우정과 공존, 동지애를 기반으로 한 관계로 옮겨가야 한다. 그렇다고 열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나리 다른 방식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매들렌 렝글
가장 좋은 친구가 되는 사람은 가장 좋은 배우자를 얻을 것이다. 좋은 결혼 생활이란 우정을 쌓을 줄 아는 재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P163 <니체, 사랑에 대하여>
일생 동안 서로의 말을 들어주고, 힘들 떄 보호해주고, 위급한 상황에 함께해줄 사람을 갖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는 말로 채 설명되지 않는다. 이런 과계가 주는 안정감은 마치 달빛처럼 신성하고 신비롭다. 명상수행자 샤론 샐즈버그는 이렇게 썼다.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방과 깊이 연결될 수 있는 내면의 능력이다."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 메리 파이퍼>
먼저 우리는 한 사람, 즉 나의 배우자 혹은 연인이 나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합니다. 바로 관계 포트폴리오가 필요한데요. 한 사람에게 온전히 의지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친구, 동료 등 다른 관계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관계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렇게 나의 배우자 혹은 연인이 나의 모든 기대를 충족시켜 줄 거라는 기대를 버리면,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될 수 있게 됩니다.
거기에 더해,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노력이 필요해요. 오랜 기간을 함께해온 사이라면 일부러 이벤트를 만들 필요도 있어요. 바쁜 일상에 쫓기며 서로에게 동료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처음 만났을 때의 마법같은 기간을 되돌려줄 그런 이벤트들도 괜찮은 방법 입니다. 연애할 때 했었던 행동들을 다시 떠올려, 둘 만의 시간을 가지고, 시도해 보는 거에요. 잠깐이라도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어떤 책에서 봤는데요, 불륜의 이유가 남자는 '인정과 존경', 여자는 '관심과 이해'가 부족할 때라고 이야기 하더라구요. 친구한테는 잘 해주는 인정과 이해가 배우자한테는 왜 그렇게 어려워지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평소 친구에게 하듯이, 남편에게는 인정과 존경을, 부인에게는 관심과 이해로 서로를 헤어려 주세요. 노력없이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관계는 없습니다. 변하지 않는 사랑 또한 어려운 일이구요. 더욱 돈독한 관계로 만들어 주는 작은 노력들, 오늘부터 꼭 실천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결혼생활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친숙하면서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반려자와의 관계를 능숙하게 조정해야 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많은 부부가 40년에서 50년 이상까지도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한 연구에 따르면 완벽한 짝을 만난 이들이 아니라 결혼이라는 결정에 책임을 지고 그 관계에 헌신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지닌 이들이 오랜 결혼생활을 지속한다고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에 약간의 기술이 더해진다면, 대부분의 결혼생활은 만족스럽게 유지될 것이다.
나무든 사람이든, 상대와 너무 붙어 있으면 제대로 자라날 수 없다. 부부 관계가 성장하려면 서로의 감정적, 사회적 여유 공간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결정이 상호의존적으로 내려질 필요는 없다. -P275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 메리 파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