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이 두렵지 않아!
문제는 노년의 삶이 청년은 물론 중년에게조차 아무런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도착하기 직전까지 완전히 낯선 이방의 세계라는 것이다. - 메이 사튼
지금의 문화는 나이든 여성에 대한 여성 혐오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드는 것도 서러운데, 남성에 비해 유독 여자들에게 더 심한 잣대를 들이대는 현상도 무시할 수 없구요. 여성의 젊음과 아름다움만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나이든 여성은 여성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은 많은 여성들에게 노화를 더욱 더 두려워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는 한 번도 늙어본 적이 없기에 나이듦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고, 공감이나 예상조차 하기가 힘들잖아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중년기, 노년기를 두려워하며 성형수술과 노화방지 시술로 1도 늙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기도 하지만, 노화는 우리에게 누구에게나 닥치는 시기, 그냥 세월을 받아들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더 멋지게 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V나 주변에서 떠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이듦이 진짜 어떤 것인지, 책이나 자료를 통해 제대로 확인해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나이듦은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게 되었는데요. 우리가 준비만 잘 한다면 누구나 멋진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우리의 몸은 거스를 수 있는 세월을 따라가겠지만, 어떻게 하면, 나이듦이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하루하루를 삶에 대한 기대감과 충만함으로 채울 수 있는 시기로 만들 수 있는지를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몽탕과 나는 동갑이다.
그는 내가 늙어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고
나는 그가 내 곁에서 성숙해다는 모습을 지켜봤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도 성숙해진다고들 한다.
그들은 머리가 세도
'은빛 구레나룻'이라는 말을 듣지 않는가.
주름도 남자들에게는 관록의 표시이건만
여자의 주름은 추하다고들 한다. <시몬 시뇨레>
지금의 문화는 나이 든 여성에 대해 다분히 여성혐오적인 관점을 제공한다. 우리는 연력에 따른 차별과 성별에 따른 도전에 동시에 저항해야 한다. 나이 들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 성적인 능력에 대한 가치는 싸잡아 평가절하 당한다. -P10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 메리 파이퍼>
우리는 변하지 않건만 우리를 바라보는 남들의 시선이 변한다. "노년의 비극은 아직 젊다는 데 있다"고 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같은 감정, 같은 번민, 같은 열망이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우리의 요구는 이제 금기시된다. 심장은 15세 때나 70세 때나 얌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지만, 70세에도 그러고 있으면 안 되는 거다. 노인은 젊은이처럼 미끈하고 멋지지 못해 괴롭지만 그 괴로움은 계제에 맞지 않는다.-P142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파스칼 브뤼크네르>
어느 정도의 나이를 넘긴 여성에게는 사랑의 기술, 부부 생활이 가로막혀 있다. 세상은 만회할 기회도 없다는 듯이 말한다. 그들에게는 출생연도보다 연애의 시한이 더 중요한가 보다. 이미 많은 사람이 고발한 대로, 늙수그레한 남성들은 젊은 여성들과 노닥거리기도 하는데 그 또래 여성들은 '늙은 마녀', 폐기물, "상하기 쉬운 먹을거리"(수전 손택) 취급당하는 이 현실은 불공평하다. 남성들은 점점 인물이 나아지는데 여성들은 못나지기라도 한다던가. "평범한 인간 여성은 나이가 들면 으레 살이 찐다. 뚱뚱한 여성은 애정의 나라에서 근본적으로 배척당한다."-P137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파스칼 브뤼크네르>
앞에서 젊음과 아름다움이 중요시 여겨지는 사회에서 특히나 나이든 여성들에게 보내는 시선은 대부분 부정적이라는 것을 이야기 했었는데요. 외모는 주름으로 인해 점점 시들어 가며, 힘과 활력이 떨어지는 모습만을 부각하며, 그 노년기의 사랑 혹은 능력까지도 평가절하 해버리잖아요. 그런데요 사실 인생의 후반기도 젊은 시절 못지 않은 사람들이 있거든요. 결국 먼저 이런 사회 문화적 평가에 대한 고정관념 부터 깨는 마인드의 변화가 가장 절실한 것 같아요. 최근에 보면, 인생의 후반기에도 뜨겁게 사랑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여성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마크롱 대통령보다 24살 연상인 프랑스의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과 죽음 직전까지 38살 연하와 사랑했던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들 수 있어요. 나이든 여성은 무조건 볼품없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인식에 제대로 반격을 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어요. 이들은 삶의 마지막까지도 뜨겁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인생을 충만하게 보냅니다. 힘없고 볼품없는 노인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들게 말이죠.
80세는 순결로 귀착되에 좋은 나이라지만, 빅토르 위고와 피카소는 80세가 넘어서도 다소간 연애를 즐기고 자신의 분방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위대한 17세기의 대모로 유명한 팔츠 공작부인은 여성에게 몇 살쯤 욕망이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가 어떻게 알겠어여? 난 80세 밖에 안됐는데." 그냥 농담이라고 하기에는 생각해볼 만한 진실이 숨어 있다. 예술가들, 특히 여성 문인들의 경우를 보라.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는 스물세 살 어린 모리스 구드케와 재혼했고,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자기보다 서른여덟 살이나 어린 얀 앙드레아와 함께 살았다. (그는 뒤라스의 유언집행인이었고 그들이 함께한 삶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했다). 도미니크 롤랭과 필리프 솔레르스도 스물세 살 차이였지만 애착, 정념, 질투의 아름다움을 나이 들어서까지도 놓치지 않았다.-P146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파스칼 브뤼크네르>
[나이 들어가는 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답들]
주름살이 매력적일 수 있을까?
젊은 사람이든 나이든 사람이든 간에 외모로 규정되거나 순전히 외모 때문에 연인과 맺어지기를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에게는 내면의 자아가 있다.~ 외모는 누군가에게 나를 알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외모가 나의 본질은 아니다. -P98
솔직히 말해서 나는 때때로 그들의 주름살이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일정한 연령에 이른 사람들의 경우 쭈글쭈글하고 주름진 얼굴이 매끈하고 깨끗한 피부보다 아름답게 느낀다. 주름살이 있으면 그 피부 뒤에 감춰진 인격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눈동자가 반짝인다면 나는 대화 중에 그 사람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 사람의 옷과 장신구와 몸매에 눈길이 가는 것이 아니라. -P101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 마사 누스바움>
우리는 시들고, 쳐지고, 주름지고, 구겨지고, 찢기고. 인생에 닥친 각종 사건으로 얼룩진다.
그러나 시간과 중력, 공기와 물은 우리를 마모시키는 동시에 저마다의 독특하고 귀중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우리의 모든 순간은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풍경처럼 찬란하다. - 스테파니 슈가즈-
그렇다면 어떤 요소가 그들의 노년기를 다르게 만들었을까요? 인생의 후반기는 외모 경쟁력이 중요한게 아니에요. 주름은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생기는 현상이고 피해갈 수가 없으며 인위적인 시술 역시 부자연스러운 인식만 남기게 되요. 결국 외모쪽이 아닌 다른 어떤 '차별화된 능력'이 그 사람의 노년기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사랑할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다이앤 키튼과 잭니콜슨이 출연해 노년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다이앤 키튼은 작가로 키아누 리브스의 구애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 잭 니콜슨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 사랑은 너무 복잡해> 도 인상깊게 보았는데요. 메릴 스트립과 알렉 볼드윈이 출연해서 이혼한 부부의 현실과 사랑,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들은 저에게 나이가 있어도 매력적일 수 있는 여자들과(다이앤 키튼, 메릴 스트립) 노년기의 삶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는데요. 그녀들은 나이가 있지만! 젊었을 때와는 차별화된, 능력과 더 솔직하고 깊어진 자신만의 매력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끌림을 주는 것일 볼 수 있었어요.
내가 노력한다면, 노년기도 젊었을 때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더 깊어진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어필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아름다움은 내면에서 나온다고 이야기 했었잖아요. ㅎㅎ) 하지만 모두가 다 이런 노년기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멋진 노년을 위해서는 어떤 특별함이 필요해요. 그 특별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바로 지금부터 인생의 후반기만이 갖출 수 있는 깊이와 매력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 글을 통해 나이가 들면서 더욱 더 완성형의 멋진 사람이 되어간다는 마인드부터 장착하고, 다음 글에서는 어떻게 하면 즐겁게 나이들 수 있을지, 빛나는 노년이 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성숙한 사랑은 관능적인 동시에 개인적인 것이다. 그 사랑의 관능적 측면은 기억, 유머, 공통의 내력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사적인 것이다. 바로 그 이유에서 나이든 사람들의 사랑은 젊은이들의 사랑이 가질 수 없는 깊이를 가진다.-P333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 마사 누스바움>
우리는 존재를 긍정하고 무조건 찬동하는 사람으로 끝까지 남아야 한다. 세상의 광휘, 그 눈부심을 찬양하라. 지상에 살아 있음이 기적이다. 비록 위태로운 기적일지라도 기적은 기적이다. 성숙은 끝없는 찬탄의 연습에 드는 것이다. 동물, 풍경, 예술작품, 음악의 아름다움을 마주하고 경탄할 만한 기회를 찾도록 하자. 세상이 추해지지 않도록 숭고한 것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매혹을 발견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환상을 잃는 이유는 그것이 원래부터 굳이 품고 갈 가치가 없던 환상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환상은 청소년기의 신기루 혹은 달콤한 유토피아였을 것이다. 흐르는 시간을 저주하기 보다는 열정적으로 이 시간에 동조하는 편이 낫다.
그러니 마치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처럼, 70세, 80세에도 황금기를 추가로 더 받아낸 사람처럼 자기 신체와 정신과 애정에 허용된 능력 이상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가 어릴때부터 배운거라곤 딱 하나밖에 없다. 생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값지다는 것. 우리는 어두컴컴한 오솔길에서 길을 잃은 채 이성과 아름자움의 빛에 비추어 더듬더듬 나아가는 존재다. 우리는 형제, 친구, 동지, 가족이라는 타자들 속에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체념도 하지 않은 채 살아갈 때만 자유롭다. 결국 우리는 육신의 껍데기를 벗고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사라져 티끌로 돌아갈 것이다. 원래부터 우리는 잠시 스치는 존재, 우리를 초월하는 전체의 한 파편이었다. 그동안 잘 버텨왔고 아직도 세상의 호의를 느낄 수 있음에 기뻐하자.-P304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파스칼 브뤼크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