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낙방
사진 출처 : 링커리어 실기 점수는 턱걸이였고, 구술은 여태 받아본 점수 중 가장 낮았다. 예측컨대 답을 할 때 일목요연하지 못하고 주저리주저리 설명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으리라.. 한 번은 처음이니까, 두 번째는 경험 쌓은 셈 치고, 세 번째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운이 안 좋았던 것도 맞고, 내 실력이 부족했던 것도 맞다. 정말 온 힘을 다해 시험공부에 매진한 것은 아니지만 내 나름 충분히 준비했고 결과를 인정하기에,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질 일은 없을 것 같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이제 그만하려고 한다. 내가 정말 꿈이 있고 목표가 뚜렷했다면 붙을 때까지 도전했겠지만, 자존심도 상하고 자신감도 떨어지면서 열정도 많이 식었고 꿈마저 희미해진 것이 사실이다.
"얼마나 세게 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심하게 맞고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거야!"라고 소리치던 록키 발보아의 대사가 내 가슴을 찌른다. 그렇지만 나는 꽤나 많이 맞았고(생체시합 4연패, 생체시험 3연패) 제법 전의를 상실했다. 패배하고 떨어지는 악순환의 반복.. 실패가 있기에 성공이 있을 수 있다는 말, 백번 동의한다. 그러나 갖은 실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려면, 그 과정에서 '내가 뭔가 해냈다' '뭔가 나아지고 있구나'라고 느껴지는 작은 성공과 성취라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보상이 없음에도 계속해서 도전하고 깨지고 또 일어서는 사람은 정말 괴물 같은 인간이거나 그저 도전하는 것에 만족하는 아무런 욕심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보통 사람이며, 그냥 취미로 도전한 것도 아니고 나름 진지하게 도전했기에 그만큼 힘이 빠진 것 같다.
.
.
스스로에게 답답한 게 "한 번만 더 해봐" "조금만 더 노력해 봐"라고 말해주는 사람들로 인해 나 자신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그렇단 건 내 스스로도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있다는 뜻이고, 다 와놓고 지레 도망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후회를 남길까 걱정된다는 의미다.
인생이 참 어려운 게, 어느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한 번 더 나아가야 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돌아서 다른 길을 가야 할지 전혀 확신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일에 있어서도 사람에 있어서도 지금이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갈팡질팡한 시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