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안 칠,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 복싱
정신과 시간의 시험장
마지막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복싱시험에 도전하게 되었다(솔직히 이번 년까지 필기 없이 실기구술시험 응시에 가능해서 아쉬워서라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실패를 통해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이 많아서 구술 공부를 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고, 최근 원투스트레이트를 1년 넘게 파자는 다짐으로 끊임없이 복싱을 했던 터라 실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원투만 연습하자고 마음먹고 한 지 약 반년 정도 된 것 같은데, 그동안 얻은 것이 있다면 뒷손 스트레이트와 원투를 쭉 뻗게 되었다는 점과 그것을 꽤나 이쁘고 빠른 자세로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물론 아직도 몸의 회전이 바르게 되지 않고, 스텝도 아쉬우며, 주먹 회수가 느리고, 뒷손도 덜렁거리는 등 고칠 점이 많다).
여하튼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이번 시험은 어느 정도 마음 편히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마음 편히 준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제 다시는 이 시험을 치르지 않겠다는 확고한 마음이 섰기 때문이었다. 실기야 뭐 원래 하던 복싱이니까 그렇다 쳐도, 구술은 했던 공부 또 하고 또 하는 것이 끔찍했고(범위가 너무 많고 상대적이기에 구술은 정말 운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실기구술시험을 치르는(또 치르러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시간과 돈이 너무나 아까웠다. 대전, 대구, 영주. 특히 이번에 2번째로 가는 영주는 기차값이 왕복 약 6만 원에, 걸리는 시간 역시 왕복 6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이 시험에) 가장 정 떨어진 이유는 시험장에 도착해서 시험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시험번호가 번호인지라 몇 시간 기다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시간이 5시간 30분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다(나보다 뒷번호였던 사람들은 거짓말 안 하고 아마 7시간 이상 기다렸지 싶다). 물론 주최 측의 사정도 있겠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서 뒷 번호인 사람들은 따로 시간을 공지해 주던가 문자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갖추었으면 좋았을 텐데, 앞번호든 뒷번호는 오후 시험자들은 모두 14시까지 오라고 공지를 내리다 보니(심지어는 1시간 일찍 오라고 공지를 했는데, 정시인 14시를 훌쩍 넘은 시간에도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시험은 시작도 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 노인과 유소년지도사의 시험이 진행 중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시험장에 모여 인산인해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비가 내리지 않고 날이 좋았던 점과 작년과 다르게 시설내부에 시원한 대기장소를 만들어주었던 점이었다.
시험 과정과 느낀 점
시험은 여전히 A조 B조 2개로 나눠서 진행되었고(진행이 느렸던 이유 중 하나), 실기 후 구술 순서로 진행되었다. 매끈한 나무 바닥과 무겁고 탄탄한 샌드백, 무표정한 시험관들과 넓디넓은 대한복싱전용훈련장까지.. 작년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굳이 있었다면 실기요원인 학생복서들이 친절했다는 점이다). 또 작년과 같이 홀수 번호였던 나는 이번에도 B조, 작년과 똑같은 자리, 똑같은 샌드백을 치며 시험을 치렀다.
먼저 줄넘기를 했는데, 작년과 달리 이단 뛰기나 대시를 여러 차례 바꾸라는 지시가 없어서(사람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줄넘기는 무난히 통과했다. 다음으로 기본 복싱자세 및 전후좌우 움직임과 셰도를 보았다. 실전에서는 연습한 것의 딱 절반만 나온다고, 긴장한 나머지 준비해 뒀던 주먹보다는 매번 연습하던 원투를 빠르게 여러 차례 내지르고 외에도 원투를 베이스로 한 스트레이트 동작만을 주로 선보였다. 급하게 한다고 몸의 회전을 더 확실히 하여 팔을 쭉 뻗지 못했던 점이 아쉽긴 했으나, 다른 지원자들과 다르게 원투를 주 베이스로 했다는 점이 차별성이 있어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다음으로 미트 받기였는데, 이 역시 작년의 경험을 떠올려 연습했던 기본 콤비네이션을 위주로 받았다. 원투를 베이스로 한 공격이나, 3~4 연타를 받았다. 미트 받기가 빠르게 끝난 후, 바로 미트 치기를 시작했다. 미트는 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합이 중요히 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번 실기요원은 여태까지의 요원들과 달리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치는 것도 받는 것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해서 빵빵 소리 나게 치지는 못했지만, 필자의 주먹 각에 맞게 잘 잡아준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서 감사한 부분이었다.
뒤이어 마지막으로 샌드백 치기였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이 샌드백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필자가 샌드백을 때려봐야 몇 개나 때려봤겠냐만은 선수들이 전용으로 쓰는 이 샌드백은 정말이지 차원이 다르다. 일단 무게에서 확실한 차이가 난다. 진정한 해비백이라는 느낌이 들며, 그렇기에 때렸을 때 큰 흔들림이 없이 곧고 묵직해서 정권단련 및 타격 포인트 연습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타격감! 질 좋은 가죽과 글러브가 쫙쫙 달라붙는 이 느낌이 매우 중독적일 정도였다. 샌드백 치기는 실기시험에서 비중이 낮았지만, 실기시험 중 가장 재밌고 신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실기시험이 종료되었다. 실기시험에서 다른 이들과 다른 나만의 차별성이 있었다면, 원투베이스로 셰도를 했다는 것과 미트를 벌려 잡지 않고 모아서 잡았다는 것, 샌드백을 흔들리지 않게 쳤다는 점이 있겠다. 구술시험은 작년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실기시험이 끝난 후 물을 마시며 목소리를 잘 가다듬고 입장했다.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대답이 2개나 있었지만, 그래도 대답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내뱉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이제는 굿바이다 이 지긋지긋한 시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