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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복싱 시험 결과 4

합격

by 연패맨


합격의 감정
사진 출처 : 금강일보

2022년부터 올해 2025년까지 총 4년의 시험결과 중, 이번에 치른 시험결과는 실기는 물론 구술까지 내가 받아본 최고점수였다. 실기는 82점을 넘었고, 구술은 90점에 가까웠다. 2년 전 실기에서 64점을 맞고, 1년 전 구술에서 56점 최하점을 맞았던 것을 생각하면 어안이 벙벙한 결과였다. 물론 원투 기본기를 6개월가량 다듬으며 스트레이트 자세에 신경 썼고, 3년간의 불합격으로 누적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n번의 복습을 통한 공부량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스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마음 편히 치렀기에 가능한 결과였다고 생각하며, 무엇보다도 지난 3년간의 패배를 통한 경험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합격해서 분명 기쁘긴 했으나, 4년의 노력을 보상받듯이 기쁘진 않았다. 오랜 준비와 기다림으로 인한 지침 때문인지, 누군가는 단 번에 따는 시험을 참 길게 돌아와서야 취득했다는 이유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자포자기한 심정과 식은 열정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그저 때와 운이 좋았고(즉 지난 3년은 때와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한다), 내게 도움을 주는 환경과 주변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혹 나와 같은 실패를 겪은 사람들에게 조언할 기회가 생긴다면 "끝까지 하면 해낼 수 있다"라거나 "조금만 더 집중하면 될 거야"같은 책임 없는 위로 따위는 전하고 싶지 않다. 또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거야"같은 말도 하고 싶지 않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결과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 역시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는 습관이 되고, 도전할수록 발을 점점 끌어내리는 늪과 같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의 일...
사진 출처 : 하이닥

누군가를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은 매우 보람 있는 일임과 동시에 가르침을 주는 이와 받는 이가 서로 간의 관계를 다지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또한 지도자라는 것 역시 돈을 벌기 위한 일의 한 종류일 뿐이며 고객을 응대하는 일임에도, 돈을 내고 가르침을 받으시는 분들(고객)이 지도자를 존중하고 존대해 주는 것이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일에 감사함을 느끼고 이 일을 할 수 있음에 행복하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이면이라는 것이 있다. 복싱이라는 격기를 가르치는 만큼, 또 그 대상 생활체육인인 만큼, 지도 도중에 맘 같지 않은 일도 발생하고 애매모호한 경우도 많다. 또 무엇보다 계속해서 몸을 쓰는 일이기 때문에 몸에 쌓이는 피로도가 보통이 아니다. 특히 손미트를 받는 일은(미트의 질과 받는 사람의 요령도 중요하겠지만) 치는 사람의 몸무게나 파워만큼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또 그것이 전문적인 선수들이 아니라 생활체육인들인 만큼 때론 엉성하게 때론 너무 힘으로만 밀어붙이기 때문에) 하루하루 대미지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물론 설렁설렁할 거면 안 힘들 것이다. 손미트대신에 스틱미트만 들거나 열정 없이 그저 재미없는 기술만을 반복한다면 상대적으로 몸이 덜 지칠 것이다. 그러나 손미트를 들고 내가 열정 있게 움직일 때, 미트를 치는 사람 역시 (진짜 하기 싫은 사람 아니고서야) 열정이 들끓고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미트를 받고 나면 팔꿈치와 손목 어깨가 저릿하고 생명력이 줄어드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만(어느 순간에는 골병이 날 것 같기도 하다), 그 보람과 만족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앞으로 체육관을 창업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미래에 그런 생각이 혹여나 들지도 모르겠으나 객관적인 내 성향과 실력, 신체에 쌓이는 피로도를 생각해 봤을 때 어렵지 싶다. 그러나 만약 이 일을 계속해서 하게 된다면 생활스포츠지도사 1급 시험에는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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