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67시간
지옥 같은 67시간의 연수
무려 4주간의 생활스포츠 지도사 일반과정 연수가 끝났다. 오리엔테이션 포함 67시간의 길고 긴 여정이었다. 평일에는 일을 해야 하다 보니 주말에 몰아서 67시간을 들어야 했고, 강의실 위치는 집에서 버스를 타고 30~ 4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토일 주말 꿀 같은 아침잠을 포기하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야 했다. 강의실은 커다란 극장이었지만 다닥다닥 붙은 의자에 500명은 족히 되는 성인들이 낑끼듯 앉아있자니 덥고 답답했다. 나는 몸에 열도 많은 편이라 그 불편하고 좁은 곳에서 하루 8~9시간을 앉아있는 것이 지옥 같았다. 연수과정은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시간만 때우면 되는 것이라, 코를 골며 자는 사람들과 폰을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나 역시 너무 피곤하고 지루했지만 큰돈 내고 듣는 연수인데 최대한 집중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교수님들의 자장가와 주말의 나른함은 눈꺼풀을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너무 좁고 협소한 의자와 옆사람과 공유해야 하는 불편한 팔걸이, 낮은 등받이, 덥고 답답한 공간은 잠조차 제대로 못 자게 만들었다. 지옥 그 자체였다. 10분 남짓한 쉬는 시간에는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항상 걸었다. 그러나 찢어질 듯 더운 날씨에 금방 강의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또 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3, 4개 되는 화장실을 사용하다 보니(즉 남자 300명 정도가 2개의 화장실을 사용하다 보니) 소변기에 끊이지 않는 찌린내와 항상 문이 잠겨있는 대변기, 쓰레기로 가득한 쓰레기통이 일상이었다. 시험에 통과해서 이제는 편할 줄 알았는데.. 웬걸 연수는 시험보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훨씬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주말 없는 4주의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나는 연수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 원래 60시간만 채우면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었지만, 남은 강의가 아까워서라도 나는 끝까지 67시간을 채워 들었다. 생활스포츠에 관한 정말 다양한 강의들이 있었다. 법, 응급처치, 스트레칭, 도핑, 프로그램 계획, 안전예방, 심리 등 모두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었지만, 잠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재밌었던 수업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가장 집중했던 수업은 법에 관한 부분이었다. 근로자, 사업자 간의 일어날 수 있는 법적 문제와 체육시설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손해 등은 이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금전적으로 직접적 연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법이 아니더라고 썰을 재밌게 풀어주시는 몇몇 교수님들의 수업 역시 집중도가 높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그 어떤 수업이라도 분위기는 죽어있었고 따분했다. 피곤한 주말에, 하루도 아니고 토일 모두를 그 혈기왕성한 운동인들이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8~9시간가량을 앉아있다 보니 죽을 맛 그 자체 일수 밖에 없었다(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교수님들 대부분이 우리처럼 생활스포츠지도사 연수를 거치신 분들이라 이 지옥 같은 연수의 고통을 십분 이해해 주셨다. 놀라웠던 점은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증을 8개 정도 소유하신 분이 있는가 하면, 생활스포츠지도사 1급 자격증 및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소유하신 교수님들도 계셨으며, 외에도 많은 교수님들이 스포츠에 관해서는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의 경력을 가지신 분들이었다. 덕분에 수업시간마다 1가지 이상은 꼭 배워가는 것이 있어서 감사했다.
이제 남은 것은 현장실습과 리포트이다. 자격증 하나 따는데 이리도 많은 시간과 노력과 고통이 필요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