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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투 : 필수불가결 3요소

이노우에 나오야

by 연패맨


앞발 집어넣기
사진 출처 : COM 125: Social Media

당연한 말이지만 원투를 맞추려면, '원'이 상대방에게 닿아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원'이 상대의 몸에 닿지 않더라도 적어도 상대의 공간(상대가 앞손을 뻗어 빙 둘러 원을 그렸을 때 그 공간) 안으로는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뒷손 스트레이트가 적중할 거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원(앞손)'을 상대의 공간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앞발을 상대의 앞발까지 집어넣으면 된다. 이것은 오소독스를 상대하든, 사우스포를 상대하든 동일하다(물론 사우스포를 상대할 때는 앞발이 부딪혀 막히지 않도록 옆으로 더 빼서 넣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잽을 맞추려면 앞손 앞발이 동시에 들어가도록 해야 하는 것과 동일하다. 단 잽과 원투의 차이점이 있다면, 전자는 잽 자체를 후자는 뒷손 스트레이트를 맞추려는 것에 목적이 있다.

이노우에 나오야의 프로 초기 시합을 보면 원투를 칠 때 앞발을 번쩍 들어 올려 상대의 공간 안으로 쑥 집어넣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필자가 다니는 체육관의 관장님 역시 원투를 칠 때 앞발을 번쩍 들어 올려 집어넣도록 지도하신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뒷발로 지면을 차는 힘(잽을 치든 원투를 치든, 두 발로 동시에 지면을 차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뒷발을 더 세게 차면서 전진한다)을 그대로 실어 더 깊고 확실하게 상대의 공간 안으로 앞발을 집어넣기 위함일 것이다.


김예준 선수는 격투기 탐구생활(이하 '격탐')이라는 유튜브에 출현해 이노우에 나오야는 자기 주먹에 대한 자신감이 엄청난 선수였다고 말하며, 상대가 카운터를 내든 말든 확신을 가지고 주먹을 내던지는 나오야의 모습을 보고 이 선수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원투는 타격하러 뛰어드는 순간부터 다른 공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들어가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직선으로 들어오기에 카운터 맞기도 좋고 거리가 확 좁혀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원투를 쓰기 위해서는 내 주먹이 확실히 맞는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그게 가능할 때 상대의 공간으로 앞발을 깊게 집어넣을 수 있다.






몸의 회전 + 뒷손 쭉 뻗기
사진 출처 : ABS-CBN

앞발(앞손)을 넣어 거리잡기에 성공했다면 원투의 반 이상은 성공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뒷손이 상대에게 닿는 거리가 확실히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다음 할 일은 '투 = 뒷손 스트레이트'를 적중시키는 것이다. 아니, 설사 맞지 않더라도 정확한 자세로 투를 쭉 뻗어 치고 원래 자세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며 뻗은 스트레이트라면, 상대는 그 주먹에 맞지 않았더라도 당신의 뒷손에 대한 큰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스트레이트는 복싱의 공격기술 중 파괴력만 놓고 보면 가장 강력한 주먹이다. 지면을 딛고 몸에 회전을 주어 만들어 낸 운동에너지를 가속이 가장 잘 붙는 직선운동으로 가져와 총을 쏘듯이 뒷손을 한 점을 향해 던지기 때문이다. 지면을 딛는 힘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앞발을 그대로 고정시킨 채로 뒷발을 돌리는데, 이때 발을 돌리는 이유는 몸에 회전을 주기 위해서다. 발 - 무릎 - 골반 -몸통이 돌면서 어깨가 타격 지점을 향해 쭉 파고들어가 연결된 팔의 끝지점인 주먹에서 운동에너지를 터뜨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팔은 사실상 에너지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길에 불과하기에 주먹이 닿는 순간을 제외하면 에너지가 끊기지 않고 원활히 전달되도록 거진 힘을 빼고 있는 것이 맞으며, 이것이 바로 팔에 힘을 빼고 몸으로 치는 원리다(이 원리를 몸으로 체득하게 되면 어깨 퉁퉁이, 즉 슈샤인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당구의 수학적 원리를 모두 섭렵했다고 해서 당구를 완벽하게 칠 수 없듯이, 스트레이트의 원리를 깨닫고 슈샤인을 몸으로 체득했다고 해서 실전에서 스트레이트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는 없다. 복싱처럼 실시간으로 치고박는 정신없이 격렬한 스포츠에서는 마치 뇌가 몸에 명령을 전달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기술이 필요한 법이다. 그렇기에 셰도에서 완벽한 자세로, 샌드백에 정확한 타격으로, 스파링에서 흐트러지지 않는 간결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반복 숙달하여 체득해야 하는 것이다.

김예준 선수는 격탐 유튜브에 출현해 나오야와 몸을 부딪혀보며 그의 하체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체는 지면을 딛는 것은 물론 그로 인해 만들어진 운동에너지를 몸통 - 팔 - 주먹으로의 연결을 가능케 해주는 지지대와도 같은 것으로, 이것이 짱짱하다는 것은 결국 나오야가 몸의 회전을 이용한 강펀치 구사를 어느 각에서든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타이밍
사진 출처 : BBC

원투는 가장 짧은 콤비네이션이지만, 말 그대로 콤비네이션 블로이기에 한 동작처럼 연결되어야 마땅하다. 즉, 타이밍이 '따-당'이 아니라 '따당'이 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이것을 '땅'으로 만드는 경지에 이른다면 상대 선수로 하여금 자신이 무엇에 맞았는지조차 모르게 만들 수 있다. 원투의 각도 상, 상대방의 시선에서 주먹이 한 점이 되어 직선으로 날아오며, 또한 '원'이라는 주먹뒤에 '투'가 숨어서 날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언급했듯이 원투는 상대의 공간으로 앞발을 깊게 집어넣으며 뛰어들어가는, 즉 인스탭으로 시작하는 동작이라 리스크가 크다. 만약 '원'이 상대방에게 읽힌 상태로 들어갔다면 상대가 회피는 물론 카운터를 날릴 가능성이 상당하며, '원'을 치기 위해 뛰어들어가는 순간 몸이 붕 뜬 상태라 공중에서 상대의 카운터에 대응할 수 도 없고 뛰어들어가며 시전자의 중심이 앞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카운터를 맞았을 때 대미지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대방이 반응 못할 타이밍으로 '원'이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며, 좋은 타이밍에 '원'을 맞혔다면 상대가 할 수 있는 일은 투를 대비해 순간적으로 가드를 올리는 것 밖에 없게 된다.

좋은 타이밍에 원투를 치는 방법은 첫째, 상대가 반응 못하도록 대시 및 핸드스피드가 전광석화같이 빠르던가(코스챠 추 참고), 둘째, 상대의 습관이나 움직임 파악 및 페인팅 등을 통해 상대의 타이밍을 뺏어 예상 못한 순간에 들어가는 것이다(마이키 가르시아 참고). 모든 스포츠는 타이밍을 내 것으로 가져오는 기술이나 경기운영이 뛰어나야 한다. 특히나 복싱같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격투 스포츠는 더욱이 그러한데, 상대와 내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원투를 던질 알맞은 타이밍을 잡는다는 것은 계산이나 노림수보다도 그 상황에서 오는 느낌과 수많은 훈련을 통해 자동적으로 발생되는 감각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예준 선수는 격탐 유튜브에 출현해 나오야는 대시가 엄청나게 빠른 선수라고 말했다. 즉, 뛰어들어오는 타이밍이 빠르다는 말로, 나오야의 원투는 알아도 대응하기도 힘든 수준의 스피드와 파워가 없던 타이밍도 만들어내는 형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하체 힘이 좋기 때문은 물론, 스탭 역시 정말 뛰어난 선수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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