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도 연습하는 잽-잽- 원투
사용도 어렵지만, 파훼도 어렵다
실력이나 체급 차가 크게 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원투를 잘 치느냐 못 치느냐는 경기 지배력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원투는 육안으로 볼 때 확실히 치고 들어가는 공격적인 기술이라는 부분에서 어그레시브(적극적인 공격으로 얻는 포인트)를 얻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당하는 입장에서 대응하기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원투를 대응할 방법은 크게 3가지 정도라고 본다. 막거나, 카운터를 치거나, 스텝으로 빠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제대로 들어오는 원투는 한 타이밍으로 굉장히 빠르기 때문이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원투는 원투를 위한 원투를 뜻한다. 무슨 말이냐 함은, 예를 들어 원투훅처럼 연계동작에 포함되는 원투가 아니라, 피니쉬블로우가 투(스트레이트)인 원투를 말하는 것이다. 디온테이 와일더라는 선수의 원투를 생각해 보면 된다.
해서 대응자체가 상당히 힘들다. 잽-잽이나 훅-훅같이 중간에 미세하지만 틈을 주는 공격은 더킹 위빙 같은 상체 움직임으로 어느 정도 회피가 가능하지만, 원투같이 따당- 타이밍으로 들어와 버리면 원과 투사이에 미세한 틈조차 없기 때문에 가드로 먼저 막고 대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막고 대응이 아니라 원투에 바로 카운터를 꼽는 경우는 어떨까? 전에도 말했지만 원투 자체가 원거리에서 날아오는 기술이기 때문에 당하는 입장에서 타이밍을 잘 노려 카운터를 성공시키다면 굉장히 효과적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좋은 타이밍과 빈틈없는 원투는 카운터를 치기가 굉장히 어렵다. 따라서 사용자는 상대방이 예상 못한 타이밍에 뛰어들어 가야 함은 물론, 따-당이 아니라 따당- 으로 빈틈없는 한 타이밍으로 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대응책은 스텝을 사용한 회피하고 본다. 이것은 비단 원투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기술의 대처에 사용되지만, 원투같이 한 타이밍에 원거리에서 들어오는 공격에서는 특히 스텝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스텝으로 빠지고 카운터를 날릴 수 있고, 스텝으로 빠지면서 때릴 수도 있고, 무엇보다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면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투를 연습해야 하는 이유
최근에 원투가 굉장히 까다로운 기술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 2번 있었다. 코치 입장에서 회원님들 한 분 한 분의 미트를 받다 보면 누가 어떤 주먹을 잘 친다는 것을 자연스레 파악하게 되는데, 어느 날은 원투를 따당- 타이밍으로 굉장히 잘 치는 회원님이 다른 회원님들과 스파링 하는 모습을 구경하게 되었다. 물론 그 회원님이 콩콩이 스텝을 계속해서 뛸 정도로 체력도 좋고 체급도 다른 분들보다 더 나갔고 사우스포라는 상당히 유리한 메리트가 있긴 했지만, 것보다도 스텝을 뛰면서 상대보다 반박자 빠르게 원투를 치다 보니 어느 누구도 쉽사리 대응 및 공격을 하지 못한 장면이 인상 깊었다. 스텝 자체가 타이밍을 교란시키는 하나의 페인트라던 관장님의 말씀이 이해가 됨과 동시에, 과연 원투 필수불가결 3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스텝으로 인한 타이밍 교란 및 반박자 빠른 움직임으로, 앞 발을 상대방의 앞발 바로 옆까지 깊숙이 위치시켰으며, 몸의 회전을 제대로 주어 팔을 쭉 뻗는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또 한 번은 정말 운이 좋게도 한국챔피언분이 복싱을 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게 된 적이 있었는데, 대략 3가지에 놀랐다. 첫 번째로 라이트스파링에서 보여준 스텝으로 만든 거리조절 및 회피와, 두 번째로 '저 체급에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빠른 핸드스피드, 마지막으로 원투였다. 원투(잽 스트레이트, 잽 어퍼 등) 타이밍이 과연 따당- 하고 굉장히 빠른 속력으로 상대의 몸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무엇보다 스파링 전에 거울을 보고 콩콩이 스텝을 뛰며 기본 중의 기본인 잽-잽-원투를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한국챔피언도 아직 잽잽원투를 하는데... 과연, 나는 더 열심히 원투에 정진해야겠다고 느꼈다) 과연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완벽한 직선, 완벽한 가드, 특히 스트레이트가 정확한 타격 지점에서 터지면서 주먹이 멈춘 듯 혹은 살짝 더 전진하는 듯 힘이 전달되는 모습과 파워로 인한 몸의 미세한 떨림(직접 봐야지 이해할 수 있다)은 유튜브에서 전 국가대표 선수의 원투 셰도를 보며 감탄했던 장면과 정말 똑같아 신기했다.
'원투가 완벽하면 세계 챔피언이 된다' '복싱은 원투로 시작해서 원투로 끝난다' '원투가 얼마나 중요하면 이름마저 원투랑 비슷한 권투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니.. 다들 복싱을 진지하게 잘하고 싶다면 먼저 원투의 도사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