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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수록 아래로 향하다

연습의 과정에서 만난 기쁨

by 연패맨


기초에서 기초로
%EB%B0%9C%EB%AA%A9%EC%9C%84%ED%86%B5%EC%A6%9D1.jpg 사진 출처 : 엑스바디

원투를 연습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약 11개월째, 갑자기 왼쪽 발목 바깥쪽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뒷손을 치며 뒷발과 몸통을 회전시킬 때 디딤발인 왼쪽 발목 바깥쪽이 떙기면서 일어나는 통증이었다. 작게 시작한 통증은 후에 걸을 때도 시큰거리며 아플 정도가 되었고 제법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상함을 감지한 나머지 관장님께 현재 원투를 연습하고 있고 그때마다 디딤발 발목 부위가 아픈데 왜 이런 것인지, 혹여나 잘못된 것은 아닌지 여쭤보았다. 돌아온 관장님의 대답은 흡족스러웠다. "네가 열심히 해서 그런 거라고", "열심히 연습해 본 사람만이 아는 통증이라고", "좋은 현상이라고". 그렇다. 계속해서 뒷발과 몸통 회전을 줄 때 디딤발이 그 체중과 에너지를 지탱을 하는 과정에서 오는 충격이 누적되어 나타난 통증이었던 것이다. 즉 제대로 연습해서 나타난 긍정적인 현상이었던 것이다.

사실 복싱을 하면서 아니, 여태 경험해 본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이토록 한 동작을 열심히 연습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기초에 이토록 노력을 기울여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원투연습을 하면서 느낀 점은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나의 원투는 관장님이 날리시던, 유튜브 속 챔피언이 날리던 원투에 비하며 너무나 부족하고 하잘 것 없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물론 고작 11개월을 하루 해봐야 15~20분 정도 연습한 나의 원투가, 1년 반에 가까운 시간을 하루 몇 시간씩 원투만 연습했던 선출과 평생을 복싱에 갈아 넣은 챔피언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되려 선출이 아니기에, 챔피언이 아니기에, 그저 원투라는 하나의 동작에만 집중할 수 있고 그래서 그것을 주변의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최고의 무기로 갈고닦는데 부담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출처 : 하시드

내가 원투를 복싱의 기초라고 생각했지만(물론 분명 원투는 인스텝, 허리회전, 타이밍 등 복싱의 많은 것들이 농축되어 있는 집약체와 같다), 사실 복싱을 함에 있어서 그보다 더욱 기초인 것들이 나온다. 바로 스텝이다.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복싱은 스텝의 예술이며, 스텝은 살아남기 위한 인류의 몸부림과 같은 것이다. 결국 스텝이 바탕이 되었기에 잽이 되고, 원투가 되고, 카운터가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감사하게도 최근 챙겨보고 있는 복싱 유튜버를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원투보다도 잽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가장 기초가 되는 복싱의 골자, 아니 복싱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스텝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원투연습에 스텝연습을 2분 3라운드 더 추가했다.

고작 15~ 20분. 누군가의 눈에는 너무나 작고 하찮은 시간처럼 보이겠지만, 이 작은 습관과 과정이 쌓이고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결국 '나'의 자존감을 만들고 '나'를 지탱시켜 주는 보물이 된다. 이것은 인생의 모든 과정에서 동등한 것 같다. 작고 미세한 것이 습관처럼 쌓인다면, 어느덧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것은 산이 되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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