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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은 스포츠이지만 결국엔 싸움이기도 하다

아이 엠 복서

by 연패맨


일반인의 레벨에서 복싱은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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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 중인 tvN 채널의 [아이 엠 복서]를 보면서 든 생각은 복싱은 스포츠이지만 분명 싸움이기도 하다는 사실이었다.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리자면 3분 3라운드 이상을 뛰는 아마와 프로선수 레벨에서 복싱은 분명 싸움을 넘어서는 스포츠의 레벨까지 올라가는 경지이지만, 일반인의 레벨에서 볼 때 결국 복싱은 싸움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아이 엠 복서] 1, 2화의 1대 1 결정전을 보면 선수끼리의 대결은 분명히 다른 느낌을 준다. 수싸움부터 견제, 스텝, 그러면서도 기회를 잡았을 때 확실하고 예리한 주먹들을 내보인다. 당연하게도 이는 mma선수들이나 기타 격기스포츠 선수들이 아닌, 오직 복싱선수들에게서만 보이는 특징이었다. 물론 mma선수들도 나름의 수싸움과 견제 및 남다름 움직임을 보여주었지만, 복싱과 mma는 분명히 다르다. 쓰러뜨리고 조르고 차는 다양한 연습에 시간을 쏟는 mma선수들과 달리, 복싱은 오롯이 주먹을 효율적으로 날리는 연습에만 시간을 쏟으며 경기운영 방식이나 공간 자체도 다르다. 그렇기에 복서와 mma선수가 복싱 룰로 붙으면 전자가 너무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 유명한 맥그리거가 메이웨더에게 상대가 안 됐듯이, 인류 최강이라는 은가누가 조슈아에게 맥없이 쓰러졌듯이, 정다운이 복싱을 제대로 배우고 있는 명형만에게 패배했듯이 이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mma선수와 복서의 차이를 얘기한 이유는 (물론 모든 무술은 싸움이지만) mma가 복싱에 비해 좀 더 싸움에 가깝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다시 말해 싸움꾼이 복싱으로 복싱 선수에게 상대가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이 굉장히 인자강이고 실력이 있는 싸움꾼이라면, 경력이 이제 막 시작된 복서는 이길 확률이 어느 정도 있을 수는 있다(예를 들어 육준서가 막 선수가 된 복서를 이길 확률도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력이 있는 일반 복서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hq720.jpg?sqp=-oaymwEhCK4FEIIDSFryq4qpAxMIARUAAAAAGAElAADIQj0AgKJD&rs=AOn4CLCXwnwvTAO-X97rhVTkktgwDa1AoQ 사진 출처 : tvN Joy

얘기가 길게 돌아왔는데 결국 싸움꾼의 레벨, 일반인의 레벨에서 볼 때 복싱 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지, 기세, 전의, 피지컬이다. 일반인들의 복싱에서 복싱 실력만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상대와 확연히 비교가 될 정도로 높은 복싱 실력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선수만 아닐 뿐 탈일반인이라고 부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비등비등한 수준이라면 결국 승패를 가르는 골자는 투지, 기세, 전의, 피지컬이 되고 만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복싱은 스포츠이지만, 일반인들의 레벨에서는 결국 싸움이기 때문이다. [아이 엠 복서]에서 육준서가 본인보다 복싱 경력이 훨씬 많은 문영웅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싸움꾼 기질에 있었다(문영웅이 선수가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선수랑 붙었다면 육준서는 결코 이길 수 없었다).

경험상 생활체육복싱대회에서 승자는 두 종류로 나뉜다. 탈일반인 복싱 실력을 자랑하는 5%의 승자와 싸움꾼 기질의 투지로 이긴 95%의 승자가 그것이다. 생체시합에 나가본(또 나가서 이겨본)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이 후자에 속하며, 이들은 스텝이나 기술이 아닌 힘과 투지와 피지컬로 복싱을 한다. 지도자의 입장에서 이들은 분명 몸에 힘을 빼고 좀 더 복싱다운 복싱을 해야 하지만, 계속해서 힘과 투지와 피지컬로 이겨오며 자신감이 생긴 이들이 자신들의 복싱을 버리고 복싱다운 복싱으로 탈바꿈하기는 이미 고착된 버릇이 있기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복싱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이들은 선수가 아니라 생활체육인일 뿐이며 시합에서 승리라는 결과를 계속해서 가져온다면 생활체육복싱대회에 적합한, 즉 일반인에 적합한 복싱실력을 지녔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세가 엉망이고, 스텝도 없고, 막싸움같이 보여도, 복싱은 과정이 어떻든 간에 결국 승과 패의 결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참 비리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일반인인 우리가 복싱을 수련하고 자세를 가다듬는 것은 싸움꾼으로서가 아니라 복서에 가까운 탈일반인이 되기 위함이 되어야겠지만, 사실상 탈일반인이 되기 위해서는 재능이라는 필수요건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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