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방학식
이른 아침이지만 교문을 들어서는 너울이는 덥다.
그래, 방학할 타이밍이다.
아이들은 달리기 시작하면 웃는다.
“꺄악~” 하고 웃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린다.
교문 앞 선생님께 인사하는 아이들, 친구들과 팔짱 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
친구의 가방을 이유 없이 툭 치고 뛰어가면서 웃는 아이들.
소리로, 언제나 학교 앞의 아침은 활기차다.
“안녕, 너울아!”
“어, 안녕!”
유리가 뒤에서 인사를 한다.
“계속 불렀는데?”
“그랬구나, 못 들었어.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
“당연히 알지! 방학식이잖아!”
“너 이번 여름에 어디 가? 우리는 아빠가 피서 간대!”
“오, 좋겠다. 우리는 아직 몰라.”
“내가 바닷가 가면 조개껍질 예쁜 거 있음 주워다 줄게!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오 정말? 고마워!”
너울이와 유리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실내화를 꺼내 갈아 신고, 금세 교실 앞까지 도착했다.
너울이는 이 시간이 좋다.
복도를 지나며 유리랑 대화하고, 매일 만나는 친구들이지만 언제나 새롭다.
내일이면 또 만날 친구들이지만, 오늘은 다르다.
방학식인 오늘은 반 친구들을 내일부터는 못 만난다.
교실 앞문은 선생님이 이용하고, 학생들은 뒷문을 이용하라고 하지만
선생님이 없을 땐 우리는 앞뒤로 다닌다.
교실 문은 열려 있었고, 친구들은 이야기한다고 정신이 없다.
다들 마치 내일 못 만날 걸 대신해 혼신의 힘으로 떠들고 있다.
유리가 먼저 자기 자리에 앉았고, 너울이도 책상에 앉았다.
“어, 언제 왔어?”
“어? 방금.”
너울이의 짝 성빈이다.
엄청 장난꾸러기인 성빈이는 이상하게 너울이 앞에서는 착한 강아지가 된다.
“오늘 방학식이야, 알지? 내일부터 늦잠 자도 되고, 맛없는 급식도 안 먹어도 되고.
나 방학되면 너네 집 놀러가도 돼?”
“응?”
“알지? 우리 집 얼마 전에 너네 아파트로 이사 갔어. 바로 옆 동이야!
우리 집에 강아지도 있어, 구경 와도 돼!”
“그래? 이름이 뭔데?”
“오공이.”
“응?”
“손오공!”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지 옆에 주혁이가 끼어든다.
“이름이 뭐 그래? 원숭이냐? ㅋㅋㅋ”
“아니야! 강아지야!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란 말이야!”
성빈이는 흥분했다.
“조용!”
담임선생님이 조용을 외치며 교실 앞문에 들어서고,
뒤따라 반장과 부반장이 연보라빛 탐구생활 책을 잔뜩 들고 들어온다.
선생님은 능숙하게 책을 분단별로 나누어 주신다.
가위로 묶은 끈을 척척 자르고, 맨 앞줄 아이들이 뒤로 돌려준다.
너울이 책상 위에 책이 놓여진다.
너울이는 새 책이 좋다.
새 책 냄새, 아직 한 번도 접히지 않은 표지를 꾹 누르는 손끝은 신이 났다.
성빈이는 아직도 씩씩대고 있었다.
너울이가 조용히 성빈이에게 속삭인다.
“내 생각엔 손오공, 멋진 이름인 거 같아.”
씩씩대던 성빈이는 웃었다.
“우리 방학 때 꼭 같이 놀자!”
“응.”
너울이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탐구생활 책을 천천히 넘겨본다.
맨 앞의 방학 계획표 짜기를 보니 당장 계획을 짜고 싶었다.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곤충 채집이 있었는데, 너울이는 멈칫했다.
이번 탐구생활은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너울이 학교는 개학할 때 탐구생활을 열심히 한 학생들을 각 반마다 한 명씩 뽑아서 상장을 준다.
작년 겨울, 경애가 ‘덮히지 않는 탐구생활 과제’를 제출한 걸 보고,
이번 여름방학 탐구생활 상은 너울이가 꼭 받고 싶었다.
미술 활동 편에는 점토로 연필꽂이 만들기 과제가 보였다.
너울이는 자신 있었다. 머릿속에 이미 완성된 모양이 그려진다.
몇몇 친구들은 책장을 넘기지도 않고, 옆 친구와 소곤대느라 바쁘다.
선생님은 방학 숙제 설명하시랴, 아이들 조용히 시키랴 정신이 없었다.
“땡—”
교탁 위 금색 종이 울린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주의를 끌 때마다 교탁 위의 황금색 종을 울린다.
쉬는 시간엔 장난꾸러기들이 몰래 종을 울릴 때면
모두가 일순간 조용해졌다가 “아, 야~!” 하고 속은 친구들은 야유를 보냈다.
‘잠시 저 종도 방학이겠군.’
너울이는 혼자 생각했다.
“4학년 5반! 우리 이제 여름방학이에요.
일기 쓰기 매일매일 하고, 탐구생활은 EBS 방송도 보면서 공부해보아요.
여름 물놀이는 항상 주의하고, 예방 수칙 잘 지키고!
무슨 일 있으면 학교에 연락하세요~
새까매진 실내화도 챙겨서 좀 빨아오고요.
방학 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개학 날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요!”
“네———!!!”
평소보다 열 배는 더 큰 목소리.
선생님도 웃으신다.
“아이고, 이 녀석들. 평소에도 이렇게 씩씩하게 대답하면 얼마나 좋을까~ 반장, 인사!”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종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