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너가 물 주는 날이야!”
“알았어, 잔소리 좀 하지 마!”
칙—칙. 지금은 내가 한창 자야 할 시간이라구. 꼬맹이는 오늘도 눈곱도 떼지 않은 얼굴로 나를 힐끗 보더니 “맨날 나한테만 뭐라 해!”라고 중얼거리며 내 케이지 문을 쾅 닫았다. 왜 나한테 화풀이야? 잠이나 더 자자.
나는 눈꺼풀이 없어서 눈을 감진 못하지만 그래도 잘 잔다. 불편하냐고? 뭐, 원래 이렇게 태어났으니 불편한 건지 아닌 건지는 알 수가 없다. 불면증이 좀 있어서 바닥에 깔린 카펫 아래 숨어 자는 걸 좋아한다. 옆집 여자애는 주렁주렁 매달린 가짜 잎 뒤에서 자던데… 불편하지 않나? 뭐, 각자 스타일이 있겠지.
거실 커튼을 통과한 햇살이 집 안을 천천히 데우기 시작했다. 얼마나 잤을까. 몸을 일으켜 보니 모두들 나가 있었다. …좋아. 이제야 조용하다. 드디어 생각할 시간이 생겼다. 오늘은 어떻게 하면 여길 탈출할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고민해봐야겠다.
일단 문은 꽉 닫혀서 안 밀린다. 틈새도 없다. 어떻게 나가지? 문이 열리는 시간은 아침, 그리고 월·수·금 식사시간. 그럼 답은 하나다. 오늘 저녁 8시 반. 인간들이 주사기로 먹이를 내 코에 밀어 넣는 그 시간. 그때 나의 엄청난 점프 실력으로 튀어나가 전속력으로 달려나가는 거다. 나는 코코. 나는 준비되었다. 그동안 잠을 더 자둬야겠다.
“안녕, 코코! 잘 있었니? 안녕, 밀크! 아직도 자고 있는 거야?”
— 뭐야, 갑자기 왜 친한 척이야? 벌써 돌아온 거냐고.
“오~ 얘들이구나!”
— 또 누구야? 이 멍청한 표정은 또 뭐지?
“응, 엄청나지? 얘네 원래 조그마했을 때 데리고 왔는데 지금은 무럭무럭 자랐어.”
“귀여운데… 뭔가 무서워!”
— 그치. 내가 좀 무섭지? (으쓱)
“만져볼래?”
“아니아니! 괜찮아! 신기해! 도마뱀은 처음 봐!”
“우리 코코는 나 닮아서 밥을 잘 안 먹어서 말랐어. 밀크는 언니 닮아서 너무 잘 먹고. 그리고 가끔 막 도망 다니는데, 겁쟁이야.”
— 뭐라고? 겁쟁이?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야? 나 코코라구!
“주인을 닮은 거네? 우리 집 햄토리도 날 닮아서 말이 많다고 엄마가 그랬어.”
“응응. 코코는 내 도마뱀이구, 밀크는 언니 도마뱀이야. 우리 방 가서 같이 놀자!”
“그래!”
아이 둘은 까르르 웃으며 방으로 달려갔다.
— 겁쟁이? 아니, 겁쟁이라니. 돌아와! 돌아오라구!!! 코코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케이지 여기저기를 씩씩거리며 뛰어다녔다. 꼬맹이가 꼬맹이를 데리고 와서 나한테 겁쟁이라고? 이래서 인간들이 싫은 거라니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거 봐. 이게 어떻게 ‘마른’ 거야? 근육이지! 잔근육 몰라? …오늘 저녁, 기대나 하라구!!!!
코코의 눈은 이글이글 타올랐다.
집 안은 다시 시끌벅적해지고 하나둘 인간들이 돌아왔다. 아줌마와 아저씨는 요리를 하고 꼬맹이들은 불려 나와 식사를 했다. 그다음엔 물소리가 들린다. 샤워 시간이다. 요란한 바람총으로 머리털을 말린 뒤 우리에게 밥을 준다. 이제 곧 그 시간이 온다.
“너, 정말 탈출하려고?”
“깜짝이야. 어? 어. 당연하지. 갑자기 말을 걸고 그래.”
“꼬맹이들이 아직 서툴러서 그렇지… 그래도 너한테 잘해주지 않아?”
“넌 여기가 마음에 들어? 이런 좁은 데서 매일 갇혀 있는 게 좋아?”
“안전하게 쉴 수 있고… 내 고향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못 돌아간다면 여기도 나쁘진 않아. 아줌마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도 좋고.”
밀크는 길고 예쁜 꼬리를 살랑 흔들며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 눈빛은 부드러웠다. 코코는 잠깐, 아주 잠깐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넌 인간 손에 길들여졌나 봐. 난 아니야. 내 몸엔 야생의 피가 흐르고 있어.”
“야생이었던 적… 있긴 한 거야? 우리 어렸을 때 함께 여기로 왔잖아.”
“쳇. 너 마음에 안 들어.”
“거짓말.”
코코의 몸색이 살짝 더 붉게 물드는 것 같았다.
“난 자유를 찾아 떠날 거야. 지켜봐. 내가 해내는 모습을!”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