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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현 Sep 15. 2024

B17층 <'나'라는 터널 속으로>

바쁜 일상 속 '나'를 돌아보는 시간

 나를 잃어버린 것.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와의 만남. 거기서부터 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걱정하던 친구는 항상 그 말을 해줬다.

'너의 장점이 하나도 안 보인다. 너는 그렇게 행동 안 했었어. 너 변했다.'

과거에 이 말을 우습게 넘겨짚었던 나는 결국 쓰디쓴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말은 나를 잃었다.


 약 3개월 동안, 나는 '나'라는 존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친구가 말했던 그때의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과거의 나는 어떻게 행동들을 했을까?

과거의 나는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과거의 나는...

과거의 나는..

과거의 나는.


 나를 찾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꼭 찾아야 했다. 과거의 나를 찾는 것은 현재의 나를 정립하는 하나의 과정이므로.

그렇기 때문에 꼭! 과거의 나를 찾아야 현재의 나라는 사람에 대한 모델링을 시작할 수 있다.

수없이 많은 드로잉과 거친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나'가 된다.

그렇기에 나를 모델링하기 위해 과거에 사용했던 재료와 힘의 강도,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모두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잃어버렸던 나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들은 정말 어렵다. 그 기억들을 고스란히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억해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벌써 몇 년, 몇 십 년 전의 일을 어떻게 기억할까?

다행히 나에게는 일기라는 치트키 같은 존재가 남아 있었다.

(과거를 기록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잘 찾아보자.)

어느 날, 방 정리를 하다 보니 군대에 있을 때와 대학교 시절 써놨던 일기가 나왔다.

그때의 나는 어땠을까? 궁금해하며 일기장을 펼쳤다.


 군대에 있을 때 나라는 사람은..

다행히 주변사람들과 어려움 없이 고루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었다.

이등병부터 일병까지는 일에 미친 병사처럼 일만 해댔다.

그렇게 여러 선임들에게 인정받는 병사가 되고 나서 상병이 되자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아마 이때를 기다리기 위해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것 같았다.

그렇게 상병이 되고 나서의 일기장은 일이병때 일기장보다 더 길고 두꺼웠다.

특히 상병때는 목표도 적혀있었다.

그중 하나가 상병이라는 계급을 달고나서 병장을 달기 전까지 100권의 책을 읽는 목표였다.

결과는 해냈다. 아니, 이뤄냈다.

읽은 도서의 목록까지 적혀있는 걸 보면, 생각보다 진심을 다해 책을 읽은 것이리라.


 어떻게 이 목표를 이뤘는지 궁금해 얼른 일기장을 넘겼다. 그러자 A4용지로 된 무언가가 내 눈앞에서 툭-하고 방바닥에 떨어졌다.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며 반으로 접혀있는 A4용지를 펼쳤다. 용지에는 <독후감>이라는 제목과 함께 수없이 긴 글이 적혀있었다. 소제목에는 'Be yourself. 너 자신이 되어라.'라고 적혀있었다.

그러자 과거의 이 글을 적고 있던 그때의 기억이 다시 들어왔다.

그 소제목은 한창 군대 있을 당시 여러 번 읽었던 <청소부 밥>에서 나온 한 소절이었다.

그때는 인생책이라며 다른 선후임들에게도 추천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청소부 밥>의 책 줄거리를 짧게 간추려 보면 이렇다.

어느 한 회사에 청소부로 일하는 할아버지 밥. 그곳에서 일하는 주인공. 이 둘의 만남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밥 할아버지는 주인공의 고민에 대해 자신이 살아온 인생담을 이야기해 준다.

이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주인공은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달라진 자신을 느끼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내용이다.

(책에 대한 내용이 너무 많이 생략된 느낌일까. 책을 다시 읽어보고 독후감을 적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독후감에 쓰여있는 내용은 현재의 나를 저격하는 글이 많이 적혀있어서 조금 놀랐다.

이미 이렇게 될 줄 알고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를 저격해서 독후감을 쓴 건지. 신기했다.

정말 찰떡같은 내용들이 많았다. 그렇게 일기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덧 전역을 하는 날이 보였다.

마지막 2014년 5월 5일의 이 일기는 내 군대를 마무리하기에 충분한 문장 하나로 구성되어 있었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던 그날의 우리. 그리고 나. 추억한다.




너 자신이 되어라.


 '나 자신이 돼라.'는 말.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무심코 '아차!'싶다가 도 그냥 넘겨버리는 말이다. 바쁘니깐!

심지어 우리는 나에 대한 생각보다는 주변인들의 눈칫밥과 주변인들의 시선을 갈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럴수록 더욱더 내면을 다스려야 한다는 등 수많은 강연들과 명언들이 나오지만 뜻대로 따라 하기가 쉽지는 않다.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느라 바쁘다.


 나도 그랬다. 내 시간을 써서 나를 알아주고 내 가치를 찾아보려 하는 행동을 어느 순간부터는 하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살다 보면 잘 살겠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갔던 과거였다.


 하지만 사람은 위기와 역경 속에서 각성을 한다했던가?

놀라운 점은 그렇게 하기 싫은 것들을 지금은 다 하고 있다.

내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은 바로 '나 찾기'였다.


 지난 일로 인해 수없이 많이 산산조각 난 '나'라는 조각을 접착제로 붙이든 퍼즐조각처럼 다시 맞추든 해야 했다. 이게 제일 급선무였다. 그렇지 않으면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올해 6월. 많은 작가분들의 에세이들을 사서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7월. 브런치스토리의 다른 작가분들의 삶을 유영하며 새로운 세상을 많이 탐구했다.

8월. 수많은 질문거리를 안고 집에 들어와 그 질문을 적은 질문지를 만들었다.

9월. 많은 질문들에 대한 해답들을 모두 적으며 나라는 사람을 다시 되찾았다.


 수많은 질문들 중에서 제일 첫 번째로 나온 질문은 이렇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즉석에서 약 50가지의 내용을 적었다. 6월에 이 질문을 찾아서 대답을 하려 했지만 그때 당시에는 대답이 10개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대답을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

그중 몇 가지 대답이 나의 가치관을 나타내기에 좋아 보여 적어본다.


Q)'나'는 어떤 사람인가?

1. 나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나 자신부터 모범이 되어야한다 생각하는 사람이다.
2. 나는 내 성공을 위해 이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3. 나는 돈에 대한 개념과 가치를 더 잘 알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이다.


 사실 위의 3개의 대답은 내 가치관을 정확하게 정립한 대답들이다.

앞으로 살면서 누군가로부터 당신의 가치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이제는 자신감 있게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나의 가치관은 이렇다.


1. 가족의 행복

2. 꿈의 현실화

3. 돈의 가치를 앎


 이것이 바로 청소부밥이 말한  'Be yourself.' 아닐까?

나라는 사람에 대한 모든 게 담겨 있는 공책이다. 나는 이 노트를 '태양노트'라 부른다. 항상 열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에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것 같다.




 수없이 좌절하고 고통을 인내하고 버텼던 경험들은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작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맞다. 내 경험담이다. 왜 사람이 작아지는지, 아파야 하는지,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은지.

경험을 해 본 사람만이 알게 된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가 느끼는 나의 인생은 아직 초입 부였다. 그나마 다행이다.

내 인생은 현재 책을 펴서 작가의 소개글을 넘어가 목차를 다 읽고 나서 이제 막 '제1장'이라 쓰인 곳을 넘어갔다. 그렇게 제2장. 이 책의 끝이 몇 장일지는 모르지만 생각보다 두껍게 손에 잡히는 것을 보니 내 인생은 아직 많이 남았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머지 장들을 다채롭고 행복하게 채워나가는 게 현재의 내가 해야 할 일들 아니겠는가. 그게 무엇이 되든 말이다.


 많이 털어내고. 많이 인내하고. 많이 버텨냈다.

3개월 만에 저게 가능해?라고 생각하는 주변인들의 걱정과 의문도 있었지만.

가능하다. 노력을 한다면.


 수없이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들어가 계속 걸어갔다. 앞만 보고 걸어갔다. 뒤로는 어차피 안 갈 것이기에.

그렇게 어둠에 갇혀 허우적거렸던 과거와 그곳에서 나를 찾기 위해 발버둥 쳤던 과거도 있었다.

계속 걷고 또 걸으며 앞으로 에 일들에 대해 내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또한, 현실적으로 펼쳐진 내 상황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고 앞으로 헤쳐나가며 책임을 요구하는 많은 일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길에는 처음 해보는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두렵지만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경험을 해봐야 하는 것이기에.




 삶의 어느 순간.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렇다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나'를 가장 먼저 찾아보자.

'나'라는 존재가 가출을 했을 리 없다. 절대 멀리 가지 않았다. 그러니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아보자.

아무리 어두운 곳이라도 찾다 보면 보이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나'이기 때문에 말이다.

'나'라는 존재는 언제 어디서든 나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길고 긴, 어두운 터널로 되어 있는 B17층.

덕분에 또 많은 걸 얻어가는 것 같다.

계속 올라가자.




 명언을 찾다가 정말 이쁜 우리말에 대한 풀이를 봤다.

바로 '아름답다.'라는 말의 어원이다.

아름답다.

단어 자체는 정말 아름다운데 뜻도 아름답다.

*아름답다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

우리말의 '아름'이라는 말은 사실 '나'라는 말이라고 한다.

결국 아름답다 = 나답다. 는 말이다.

그렇다는 건 이 세상에서 정말로 아름다운 것은 사실 '나'다운 것 아닐까?

그러니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해 주자.

오늘부터라도 그렇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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