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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현 Sep 08. 2024

B18층 <나의 바다>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

<B18층>

녹이 스며든 문고리를 잡아당기자 문이 서서히 열렸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소금기 여린 바다내음이 코를 찔렀다.


어두운 바다.

이곳은 수많은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그 파도는 때로는 높게 밀려오고, 낮게 밀려올 때도 있다.

내가 있는 방향으로 굽이칠 때도 있고, 저 먼 곳으로 굽이칠 때도 있다.

파도의 시작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끝은 항상 바다와 땅이 만나는 어딘가에 닿는다.


파도를 바라보며,

잠시 앉아서 조용히 파도의 소리를 들어본다.





얼마 전 중학생 때부터 팬이었던 아이유의 노래를 다시 듣게 됐다.

그렇게 '무작위'로 아이유의 노래를 듣다가, 잊고 있던 명곡을 다시 발견했다.

나는 현재의 나를 보여주는 이 노래를 듣자마자 바로 '한 곡 듣기'로 변경했다.

이 노래는  바로 <아이유 - 아이와 나의 바다>이다.

일을 할 때면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 운전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자동차의 엔진음을 노랫소리에 묻어버린다.

오로지 가사에 집중을 하기 위해서다.


가사는 이렇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거울 속에 마주친 얼굴이 어색해서 습관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밤이 되면 서둘러 내일로 가고 싶어.
수많은 소원 아래 매일 다른 꿈을 꾸던.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쌓이는 하루만큼 더 멀어져 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어린 날. 내 맘엔 영원히 가물지 않는 바다가 있었지.
이제는 흔적만이 남아 희미한 그곳엔.

설렘으로 차오르던 나의 숨소리와
머리 위로 선선히 부는 바람.
파도가 되어 어디로든 달려가고 싶어.
작은 두려움 아래 천천히 두 눈을 뜨면

세상은 그렇게 모든 순간
내게로 와 눈부신 선물이 되고.
숱하게 의심하던 나는 그제야
나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선 너머에 기억이 나를 부르고 있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던 목소리에

(물결을 거슬러 나 돌아가)
내 안의 바다가 태어난 곳으로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
더 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
두 번 다시 날 모른 척하지 않아.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메일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이번주는 내내 일을 하면서 머릿속에 이 음악을 켜고 일을 했다.

항상 머릿속엔 이 노래가 흐르고 있었고,

심지어 가사를 따라서 흥얼거리기도 했다.

(다행히 일에 대한 집중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집중이 더 올라갔다.)


불과 몇 개월 전.

과거의 나는 이 노래의 가사처럼 거울의 내 모습을 보길 주저했다.

눈을 감아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피해도 됐겠지만

거울 앞의 나는 오히려 고개를 떨궜었다.


실패자. 탈락자. 루저.

이 세 가지 단어가 머리 위에 계속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눈을 감아도 저 단어들이 떠다녔다.

그 잔상이 머릿속에 남았다.

그래서 나는 그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거울 속의 나는 점점 더 자신 없어 보였다.

어깨가 축 늘어져 보였고, 얼굴에선 생기가 없어 보였다.

그렇게 과거의 나는 가장 가까이 있는 나를 누구보다 제일 멀리하려고 애를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나는 다행히(?)

기나긴 지하층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인생 2회 차를 살고 있다.

아니, 그렇게 살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과거의 나와 타협했다고 해야 할까?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이제 네가 하고 싶은 건 모든 해봐. 모든. 무엇이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저 비관적인 단어들을 머리 위에 띄워둔다는 협박과 함께..?

아무튼 알겠다고 말하니 과거의 나는 이제 갈 시간이라 말했다.

'현재의 나를 살라.'는 말과 함께 과거의 나는 모습을 감췄다.




과거의 나를 떠나보내고 나서 많은 게 변화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하루의 시작루틴을 바꾼 것이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이렇게 생각한다.

현재 나는 80살의 내가 '딱 하루만 이때로 돌아간다면...'이라고 생각하고 눈을 뜬 거다.라고.


이런 생각을 하고 눈을 뜨면 기분이 좋다.

소원이 이뤄졌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회귀한 대현'이라 말하는데

물론 이런 회귀한 경험법은 성공한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듣고 시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독자분들도 미래의 내가 과거 어느 한순간을 생각하며 그때로 돌아가게 됐을 때,

가장 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그게 나이가 80살이든 90살이든, 100살이든 아무렴 관계없다.

그저 지나간 과거를 다시 살아보고 싶은 나이 때를 상상하면 된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생각보다 재밌다.

그리고 이 선물 같은 하루를 조금 더 많이 특별하게 살아가게 된다.


그게

즐거운 주말을 보낸 후,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는 월요일일지라도.

주말의 여운이 가시고 다시 주말을 기다리며, 아직 3일이나 남았다는 것에 실망하는 화요일일지라도.

이제 절반 지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수요일일지라도.

아직 하루 더 남았다며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는 목요일일지라도.

오늘 하루 고생 많이 했다며 곧 올 주말을 기대하는 금요일일지라도.

그리고 기대에 맞는 주말을 보내고 있을 토요일일요일일지라도 말이다.


조금 더 특별한 하루를 계속 보내게 되면 나 자신도 특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왜냐? 다른 사람들은 못하는 회귀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번 더 살아보는 인생은 비록 미래에 대한 정보를 가져오지 못해 아쉽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안다.


어쩌다 보니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 가 연합해서 살아가는 요즘이다.

비록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모든 걸 일임하고 사라졌지만,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내가 지금을 어떻게 잘 사용하는지 어딘가에서는 계속 지켜보고 있을 테다.


더 이상 과거의 나에게 후회를 주고 싶지 않다.

앞으로의 인생도 수없이 많은 실패와 성공이 있겠지만

후회를 하는 날은 없었으면 한다.


그저 '죽기 전에 인생 참 후회 없이 잘 살았다.' 하면서 눈을 감고 싶다.

그러기 위해 과거의 나의 말을 항상 머릿속에 되새기며 하루를 살아간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소꿉친구였던 친구에게 들은 내용을 같이 인용한다.

내가 힘들 때 많은 도움을 준 지인 중에 한 명이다.

'너처럼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이렇게 버틸 수 있었다.'라는 나의 말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의 너에게 가장 고마워해.


고맙다. 과거의 나.




현재 나의 바다는 수많은 파도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이 파도들은 내게 많은 길을 보여준다. 내가 나아가야 할 길.

비록 이 많은 선택들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아가더라도 삶에게 지는 날들이 많을 테다.

수없이 헤맬지라도 이제는 돌아오는 길을 안다고 자부한다.

B23층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돌아갈 길을 안다. 올라갈 길을 안다.

계속 올라가자.




영상을 꼭 올리고 싶어 올려본다.

누군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중이거나.

현재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면...

이 노래를 듣고 나 자신을 찾길 바란다.

현재의 내가 아니어도 미래의 내가 그런 상황을 겪게 되면 말이다.


많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당신은 할 수 있다.


https://youtu.be/nn1pbxe8bAI?si=xk7WCt6vxDrTsBrs

"더 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 수많은 역경을 딛고 여왕의 자리에 오른 그녀를 항상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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