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불편한 것을 내색하지 않기
청춘의 클리셰 하나. 아직 공기가 차갑지만 바람 속에서 한줄기 봄 냄새가 느껴지는 날이 있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더 밝고 사랑스러운 옷을 꺼내 입고 서둘러 봄을 마중 나간다. 서로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예쁘다. 그러나 묵직한 찬바람이 얇은 옷을 파고들면 오랜 시간 버티기 힘들다. 그렇다고 오늘의 만남을 끝내기엔 너무나 아쉽다. 결심해야 한다. 잠시 후 따뜻한 체온이 담긴 겉옷이 상대의 어깨를 감싼다. “넌 안 추워?” “응. 난 하나 안 추워.”
허세가 흥미로운 것은 과시를 통한 드러내기도 있지만 인내를 통한 드러내기도 있다는 점이다. 상반되는 특징이 하나의 개념에 공존한다는 것은 독특한 일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금세 수긍이 간다. 없는 것을 있는 척하면서 드러내는 것도 허세지만 그렇지 않은 척하는 것도 우리는 허세라고 부른다. 힘든 것을 힘들지 않은 척하거나 불편한 것을 불편하지 않는 척하지 않는 것은 ‘인내’라기보다는 ‘허세’에 가깝다. 인내는 지속적으로 괴로움을 참는 것이라면, 허세는 일시적인 어려움을 참는 잠깐의 인내다. 이른바 인내적 허세이다.
이른 봄 꽃샘추위는 살을 에는 듯하다. 실바람은 몸에 부딪쳐 가볍게 튕겨 나가는 느낌이라면 하릴없이 몸을 웅크리게 하는 꽃샘바람은 옷 속을 파고드는 매운 소소리바람이다. 추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덜 추웠으면 하는 마음은 추워도 춥지 않다. 진짜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춥지 않은 척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허세는 이런 의미도 담고 있다. 나도 추워서 힘들지만 참는다. 누군가 그런 말을 건넬 것이다. “그렇게 허세 부리다가 감기 걸려!”
불편하고 힘든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은 예민하거나 약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추위를 참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무겁지 않은 척하거나, 고된 육체노동이 힘들지 않은 척하는 것은 강한 사람을 더 나은 사람이라고 보는 시선과 무관하지 않다. 잠깐의 고통을 참아 나의 체면을 지키고,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지 정답은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