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이 착한 암이란 위로는 괜찮아요
남편과 나 둘 다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자랑하자는 게 아니라 앞으로 할 이야기의 인트로일 뿐이다. 나는 회사에서 매년 2-30만 원가량의 건강검진을 제공받고 있었다. 몇 년 전 갑상선에 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추적관리하는 중이었는데, 엉뚱하게도 남편이 갑상선 암이라는 소식을 알려왔다. 그것도 전이가 시작되어 림프절일부까지 포함하여 갑상선 전체를 떼어내야 할 정도로 진행이 꽤 된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그때 알았다. 남편의 회사는 작년까지 사내병원으로 출장 건강검진을 실시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한 번도 갑상선 초음파를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전 국민이 아는 큰 회사에 다니는데 건강검진이 그렇게 허술했다니 이 또한 충격이었다. 올해가 되어서야 큰 병원들과 연계하여 갑상선 초음파를 해보고 알게 된 것이다. 처음엔 너무 놀라 남편에게 달려가야 하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남편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우리의 일상 루틴을 그대로 유지하길 바랐다. 나는 그런 남편을 보고 역으로 위로받았다. 사실 휴직 중인 내가 남편집에 가서 이거 저거 수발을 들어주는 게 일반적일 텐데(우리 엄마가 말하길) 우리는 여전히 각자 혼자서도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
내가 남편과 나의 주거 형태를 주말부부라고 표현하기 꺼려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책임지고 결정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살 거면 연애랑 뭐가 다르냐’고 말할 것이다. 뭐 결혼은 필수가 아니니까 안 할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기 자신을 혼자서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독립성이 연인 간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끔 외로워서 연애하는 사람들을 본다. 나는 연애로 외로움을 채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혼자서도 괜찮을 때 그때 성숙한 인간의 사랑이 시작된다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남편은 곧 수술을 하게 된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 후 경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어 우리 둘 다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그리고 난 원래 계획했던 친구들과의 일정을 모두 실행했다. 호캉스도 하고 뮤지컬도 보면서. 남편의 병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또 호들갑을 떤 들 수술 날짜가 하루 더 빨라지는 것도 아닌지라 그냥 별일 아닌 별일이다 생각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소식 들었을 때는 조금 울었다.) 건강검진으로 발견하게 된 것도 다행이고 수술이 빨리 잡힌 것도 잘되었고, 그저 삶의 작은 돌부리에 걸린 것뿐이라고. 요즈음 몸도 마음도 아픈 사람들이 많은데, 모두가 건강을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