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도 괜찮은 것
비교적 무난하게 보내온 진나 7년과 달리 올해는 전세 집주인의 파산, 남편의 암 등으로 혼자의 삶에 대한 의지가 흔들리는 순간이 있었다. 내가 혼자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가계제정에 무리는 아닐지, 난 그저 허세로 다른 사람에게 특이하게 보이고 싶은 건 아닌지, 아픈 남편을 두고 일상을 향유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닌지 기나긴 고민의 시간을 겪었다. 그러고 나서 내린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여도 괜찮았다는 이야기다.
전세자금은 보증보험을 들어두었고, 만약 문제가 된다면 지금까지 모아둔 돈과 회사 대출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될 것이다. 남편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회복하여 문제없이 근무까지 수행 중이다. 나 또한 나를 괴롭히던 업무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업무를 맡게 되었고, 아마도 무리 없이 복직했다. 약간의 무리라면 우리 회사 몇천 명의 직원 중 나 혼자 핑크머리를 했다는 정도? 혼자라도 괜찮다. 혼자라는 것은 외로운 것이 아니고 온전한 것이다. 그래서 온전히 나 한 사람의 1인분을 제대로 할 때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원활해진다. 그리고 그중 가장 가까운 관계가 바로 가족이다. 남편과 따로 살면서 우리는 애정이 유지되고 샘솟는 감정을 공유해 왔다.
나도 혼자는 못 견딜 것 같은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의 인간관계를 돌이켜보면 엉망 그 자체였다. 1인분을 하는 것은 의외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1인분에 인간에게는 놓칠 수 없는 평화와 안정감이 주어진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분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서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도 있지만 나의 외로움을 인정하고 나 스스로 돌보는 방법도 있음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지금의 확실한 행복을 위해 다들 온전한 혼삶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