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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Jan 10. 2017

제2장 Don't Cry

줄기세포와 마지막 희망

“그 치료가 엄청 도움이 된대.”  

“의사가 용하대.”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의 입소문에 귀가 쫑긋거렸다. 


병원에 있을 때에는 잘한다, 좋다. 라는 말을 들으면 그게 무엇이든, 어디에 있든 찾아가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히 손상된 신경을 다시 살릴 방법은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병원에서 줄기세포 임상실험을 권했다. 

귀가 또 쫑긋거렸다. 


줄기세포가 몸속에 들어가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에 부작용을 고려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데, 절박했던 나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당장 진행하자고 했다. 

한국에서의 임상실험은 사고 후 2년 이내의 환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어서, 내게는 정말 마지막 희망이었다. 


이미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았고, 먹을 수 있는 것도 다 먹어보았다. 

이제 남은 건 줄기세포 뿐이었다.     

줄기세포 시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나는 목을 찢어서 부러진 뼈를 지지하고 있는 쇠 지지대와 신경 사이에 줄기세포를 넣는 시술과, 꼬리뼈에 줄기세포를 넣는 시술을 했다. 


6번을 했는데 대개 시술 6개월 이내에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희망이 컸던 만큼 절망도 컸다. 

경직된 다리에 근육이 생기긴 했지만, 나는 아마 다른 걸 기대했던 것 같다. 


운동신경이 돌아와 다리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 해도 아킬레스건이 돌아오지 않으면 걸을 수 없다. 

팔을 움직일 수는 있어도 손가락이 안 움직이면 악기를 연주할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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