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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피터팬 Aug 18. 2023

저염(低鹽)김치가 가능할까

저염 김치, 저염 간장......  나트륨 저감화는 당 줄이기와 함께 최근 우리나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식습관 개선과정에서 시행하고 있는 중요 정책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음식의 대표격인 김치는 우리나라 역사의 시작과 함께 이어져 온 발효음식이다. 올리브, 콩, 렌틸콩, 요구르트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도 알려진 우리나라 대표 음식인 김치가 개선하여야 할 고 나트륨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진: Unsplash의Portuguese Gravity


김치를 담그는 데 오래전부터 왜 그렇게 소금을 많이 썼을까......  

요즘은 소금이 저렴하지만, 20세기 이전에는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금은 백색 황금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귀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관청에서 소금의 생산을 감독할 정도로 귀하고 비쌌다. 그런데도 왜 김치에 그 많은 소금을 사용하여야만 했을까......

김치를 담글 때 그 비싼 소금을 현재 소금의 양 (3-3.5%)으로 첨가한 데는 그 이유가 있다.      



   식염의 첨가는 김치의 저장기간을 늘려준다. 김치는 여름철에 바로 담가 바로 섭취하기도 하지만, 김치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늦가을에 담그는 김장김치를 떠올릴 것이다. 만약 김장김치를 담글 때 절반 이하의 식염을 첨가하면 그 다음 해까지 김치를 저장하여 먹을 수 없다. 식염 농도가 적어지면 부패가 진행되어, 다음 해까지 김치를 먹을 수 없게 된다. 음식에서 묵은지는 없어질 것이다. 김치의 저장 기간을 늘리기 위해 김치에 식염을 현재의 농도로 첨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식염의 첨가는 김치의 정상발효를 유지시킨다. 김치를 담글 때 발효미생물을 일부러 첨가하지 않는다. 즉, 김치는 배추나 무, 양념, 젓갈 등에 함유된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김치의 발효에 관여한다. 이 미생물들 중 고염도의 환경에 약한 식중독균이나 부패균은 사멸하고, 고염 환경에서 살아남는 균들만이 김치의 발효에 관여한다. 이 균들 중 대부분은 유산균이다. 김치에 함유된 식염 농도가 감소하면 김치를 김치답게 하는 유산균 뿐 만 아니라 부패균이나 김치의 발효에 관여하지 않는 균들이 함께 생육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치가 김치일까.......     

   식염의 첨가는 김치 고유의 풍미를 내며 유지시킨다. 우리는 오랫동안 식염의 농도가 3% 정도 함유된 김치 맛에 길들여져 있다. 맛과 같은 식품의 관능적 특성을 결정하는 것은 식염이나 당, 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패균, 김치발효에 적합하지 않은 미생물이 김치발효 미생물과 같이 생장하면서 만들어내는 물질들을 함유한 김치는 우리가 기대한 맛에 부합하지 않는다. 실제로 김치를 제조, 생산하는 식품회사에서 저염 김치를 제조할 때 가장 우려가 되는 측면은, 저염으로 인해 이상발효(異常醱酵)로 부패가 쉽게 일어나고 식중독균이 생장하여 김치 제조상 어려움과 함께 저염 김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선호도 저하, 판매감소로 저염김치를 생산, 판매하는 것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저염 간장과 저염 김치의 다른점

   김치와 재래식 간장, 재래식 된장은 같은 사람이 같은 방법, 같은 식재료를 사용하더라도 그 맛은 매년 다르다. 동일한 맛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치, 간장, 된장을 발효시키는 미생물을 일부러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발효에 참여하여 김치, 간장, 된장을 완성시킨다. 따라서, 매번 발효에 참여하는 미생물이 동일하기 않기 때문에 전통 김치, 간장, 된장은 만들 때마다 풍미가 조금씩 달라진다. 김치의 경우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제조방법이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김치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은 식재료로부터 자연적으로 전이된 미생물에 의해 이루어진다. 물론 연구적인 측면에서 김치 발효 starter를 개발하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되고 있지는 못하다. 그 이유는 간장, 된장과 달리 김치는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이 매우 다양하고 발효 숙성 시간별로 작용하는 미생물이 달라 김치 발효 starter를 사용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식염의 농도가 달라지면 김치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의 종류와 수가 달라져 김치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풍미와 기능성이 달라지게 되어 저염김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간장, 된장은 발효에 관여하는 주요 곰팡이 균주가 이미 알려져 있고, 현재 시판되는 간장, 된장은 제조 공정 중 제국(製麴)이라는 공정을 통하여 발효 균주를 인위적으로 접종하여 발효하는 공정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 것이 간장, 된장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이유이다. 제국 공정으로 간장, 된장 발효에 관여하는 곰팡이 균을 접종하기 때문에 살균공정만 충분히 실시한다면 저염간장, 저염된장을 제조하기 위한 저염환경에 따른 발효균 이외의 잡균오염의 우려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이 후의 이상발효를 막기 위하여 식품첨가물이나 마늘이나 생강 등의 향신료를 첨가하면 저염간장, 저염된장의 제조는 저염김치보다 용이한 측면이 있다.

   학교에서는 급식을 하는 초, 중등학생에게 나트륨 저감화, 김치 덜 먹기, 저염 김치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학교 급식에 저염 김치를 배식하거나 가정에서 저염 김치를 섭취한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식염의 농도를 줄여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저염 김치를 만드는 노력보다 전통 김치를 사용하여 조리하는 방법의 변화를 통해 식염의 농도를 줄이는 레시피 등을 개발하는 것이 전통 김치를 계승하고 위생적이고 건강에 유익한 김치 섭취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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